마르쿠제와 같은 철학자는 현대사회를 일컬어 일차원적 사회라 하고, 현대인을 일차원적 인간이라고 불렀다. 질적으로 다른 여러 가지 삶의 형태들을 두루 맛보면서 스스로의 결단과 선택에 의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주체적 인간은 다차원적이다. 그러나 물질적 욕망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삶의 다양한 측면은 도외시한 채 질주하는 인간은 일차원적이며 욕망의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 욕망은 채울수록 무한하게 커지는 괴물이므로, 이기심과 지배욕을 불러일으킨다. 일차원적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일차원적 디지털 문명사회의 어두운 불행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허우적거리지만, 어디에서도 행복의 등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암흑 속에서 청소년들은 눈뜬장님에 지나지 않는다. 내면에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마음의 눈을 뜨지 않는 한, 결코 행복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1장 청소년은 왜 불행한가」중에서
“칸트와 같은 철학자는 개인적인 관심을 버리고 미적 대상 자체를 지각하고 경험하는 것이 대상에 대해 공평한 태도라고 했어. 곧 미적 태도는 공평함이라는 말이지. 공평함은 이해관계가 없는 태도야. 예컨대 산과 물이 어울려서 비경(秘景)을 이루고 있는 곳에 화가와 장삿속에만 관심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있다고 해 보자. 화가는 ‘천하의 절경(絶景)이요, 아름다움이로구나!’라고 감탄하겠지만, 장삿속에만 관심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는 ‘여기에 뉴타운을 건설하면 대박이 터질 거야! 정말 괜찮은데?’라고 중얼거리지 않겠어? 그러니 이해관계를 떠나 공평한 미적 태도를 가질 때만이 자연이나 예술 작품의 균형 잡힌 조화로운 멋과 맛을 느끼면서 쾌감을 얻게 되는 거야.”
「2장 어떤 아름다움을 추구할 것인가」중에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은 선하고 덕스럽게 사는 것을 행복한 삶으로 여겼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적 덕과 아울러 이론적 덕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핵심이라고 했다. 실천적 덕은 이성의 앎과 계획에 따라 정의로운 삶을 이끌어 가는 행동 능력이다. 그런가 하면 이론적 덕은 실천적 덕의 기초로서 사물의 이치를 알고 정의로운 행동을 계획하는 지적 능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상인들이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쾌락, 명예, 재물 등이 아니라 실천적 선이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쾌락, 명예, 재물 등은 순간적이어서 삶의 궁극적인 목적일 수 없고 실천적 선이 될 수 없으므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게 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성적 사유를 계속해서 발휘함으로써 삶 전반에 걸쳐 폭넓은 행복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4장 건강한 나를 찾아가는 길」중에서
“(……) 어느 사회에서나 개인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를 볼 수 있어. 특히 시민 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사회일수록 만연해 있거든. 친구들 중에도 선생님에게 잘 보여서 인정을 받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밥을 얻어먹거나 학용품을 공짜로 챙기는 얌체족이 있는데, 이런 친구는 개인 이기주의가 뭔지 몸소 보여 주는 것 같아. 그런가 하면 왕따는 어떻게 보면 집단 이기주의의 결과야.”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나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와 같은 자연 상태야말로 개인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를 잘 표현한 말인 것 같아. 개인 이기주의이든 집단 이기주의이든, 이기주의가 얻는 쾌락이나 행복은 결국 근시안적이고 순간적이어서 그 결과는 어디까지나 불행이라고 봐야 해.”
「5장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가능한가」중에서
롤스는 공정함으로서의 사회정의의 원칙을 제시했는데, 하나는 자유롭고 평등한 기회의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차등의 원칙이다. 자유롭고 평등한 기회의 원칙은 직업, 표현, 시위, 결사 등에 대해 모든 사람이 평등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재물, 교육 수준, 권력 등의 측면에서 사람들이 천차만별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평등한 기회의 원칙을 전제로 한 차등의 원칙을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재물, 교육 수준, 권력 등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 차이를 최대한 줄이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인간의 성숙한 홀로서기가 결여된다면 공정함으로서의 정의도 불가능하다. 청소년들이 홀로서기를 위해 인내하면서 자각할 때, 공정함으로서의 사회정의 실현에 스스로 참여하는 셈이다. 좌절과 실패와 시행착오는 젊음의 특권이다. 수없이 많은 좌절을 극복하고 무수한 실패를 딛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은 우리 삶의 뿌리이자 싹이며 꽃이다.
「6장 희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