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中庸)』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데는 아홉 가지 법도[九經]가 있다. 첫째는 자신의 몸을 닦는 것이고, 둘째는 뛰어난 이를 그에 걸맞게 대우하는 것이고, 셋째는 혈육을 내 몸처럼 여기는 것이고, 넷째는 대신을 존중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여러 신하들을 마음으로써 보살피는 것이고, 여섯째는 일반 백성들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것이고, 일곱째는 세상의 각종 전문가[百工]가 모여들게 하는 것이고, 여덟째는 먼 나라 사람들도 찾아오고 싶도록 품어 안는 것이고, 아홉째는 여러 제후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 신이 가만히 살펴보겠습니다. 아홉 가지 법도에 관해서는 주희가 남김없이 다 말했습니다. 어떤 이는 『대학』은 성의정심(誠意正心)을 먼저 말하고 그 뒤에 수신(修身)을 말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용』의 아홉 가지 법도의 순서가 곧장 몸을 닦는 것[修身]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 말하기를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다움을) 밝히며 옷은 언제나 잘 차려입고서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齊明盛服非禮不動]’은 다름 아닌 삼가는 마음가짐[敬]이라고 했습니다. 삼가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면 뜻을 다하는 데 열렬하게 되고[意誠] 마음을 바로 하는 것[心正]이 그 가운데[中]에 있게 됩니다.
―「제1장 제왕이 통치하는 차례」 중에서
(『서경』) ‘중훼지고(仲祉之誥)’에서 (중훼가 탕왕에게) 아뢰었다.
“임금다움[德]이 날로 새로워지면 사방 각국들이 다 흠모하고 (반대로) 뜻이 자만해지면 구족(九族)이 그 즉시 떠나버릴 것이니, 왕께서는 힘써 큰 다움[大德]을 밝히시어 백성들에게 중도(中道=極극=標準)를 세우십시오. 의로움[義]을 잣대로 일을 처리하시고 예(禮)로 마음을 다스리셔야 후손들에게 넉넉함[裕]을 드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들은 바를 말씀드리자면 ‘능히 스스로 스승을 얻는 자는 왕(王)이 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보다 못하다고 깔보는 자는 망한다’고 했고, 옛말에도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가 있고 자기의 지혜만을 고집하면 작아진다’고 했습니다.”
♦ 신이 가만히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중훼가 탕왕으로 하여금 사양할 줄 아는 마음[辭사]을 갖도록 하는 데 힘을 쓰도록 한 것입니다. (……)
임금의 중도(中道)는 다름 아닌 백성들의 중도가 생겨나는 원천입니다. 무릇 임금[王]이란 후세들이 본받는[法] 모범이 됩니다. 의로움[義]과 예(禮)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도리[道]가 몸에 갖춰져서 더 이상 아무런 흠이나 허물이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후대에 모범이 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다만 그렇더라도 자신의 좋음[善]을 너무 자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람의 좋음이란 무릇 자질[資]에 의해 흥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갈 경우 사람을 망치는 첩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텅 비운 마음[虛心]으로 묻기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천하의 좋음[善]이니 모두 다 나에게로 귀착됩니다. 이 어찌 넉넉하다 하지 않겠습니까? (반면에)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자만한다면 그것은 자기 혼자만의 좋음[善]이니 그런 좋음이 설사 여러 개가 된다 한들 그 어찌 작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성탕(탕왕)은 빼어난 사람[聖人성인]입니다. 그런데도 중훼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다시) 배움을 통해 탕왕을 빼어난 임금으로 인도하려고 힘썼습니다. 정녕코 그 절절함이 이와 같았으니 후대의 임금들이 어찌 그 말을 깊이깊이 음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2장 제왕이 배우는 근본」 중에서
(『자치통감』) 한나라 중서령(中書令) 홍공(弘恭)과 복야(僕射) 석현(石顯)은 선제 때부터 오랫동안 추기(樞機)를 맡아왔는데, 두 사람 다 문법(文法)을 훤하게 익혔다. 원제는 즉위 초에 병치레를 자주 했다. 석현이 오랫동안 일을 관장했는데, 중인(中人-대궐 내 환관이라는 뜻이다)이어서 밖으로 추종하는 무리[黨]를 만들지 않고 오직 일에만 전념해 신임을 받을 수 있었다. (원제의 잦은 병치레로 인해) 마침내 정사를 맡기게 되었는데,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석현이 도맡아서 상주하고 결정하여 귀한 총애를 받게 되니 조정이 그에게로 기울었고 모든 관리들이 다 석현을 삼가며 섬겼다.
석현은 그 사람됨이 재주가 많고 머리가 좋아 일을 익혀서 임금의 작은 뜻까지도 능히 깊이 알아차렸고, 속으로는 도적과도 같은 생각을 깊이 하면서 궤변으로 다른 사람들을 중상모략하고, 자신을 고깝게 본[??]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원한을 품어 번번이 법으로 보복을 가했다.
♦ 신이 가만히 살펴보겠습니다. 예로부터 소인이 장차 권세와 은총을 훔치려 할 때는 그에 앞서 반드시 주군의 뜻을 잘 엿보아[窺伺규사] 그에 영합합니다.
대개 임금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일정치 않고 기뻐하는 것과 화를 내는 것도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숨어서 살펴보고 은밀하게 재어 그 숨은 뜻을 잡아내지 않으면 임금의 얼굴을 기쁘게 하여 아첨을 할 수 있는 단서를 잡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국시대 때) 설공(薛公)이 제나라 왕을 섬겼는데 왕에게는 아끼는 후궁 7명이 있었습니다. (왕후가 죽자) 설공은 제나라 왕이 그중에 누구를 왕후로 세울지를 몰랐기에 7개의 귀고리를 바쳤는데 그중 하나는 특히 아름다웠습니다. 다음 날 보니 실제로 그 특히 아름다운 귀고리를 한 후궁이 눈에 띄자 설공은 그 사람을 부인으로 삼아야 한다고 청했고 왕도 그에 따랐습니다.
신불해는 한나라 소후(昭侯)의 재상이었습니다. 소후가 뭔가를 도모하고 있었는데 신불해는 소후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렬에 있던 두 사람으로 하여금 먼저 각각 그들의 계략을 올려보도록 해서 소후가 어느 대목에서 기뻐하는지를 은미(隱微)하게 살피고 나서 자신의 계략을 말하자 소후는 크게 기뻐했습니다.
간신들이 임금을 섬길 때 영합하는 일은 잦은 데 비해 거스르는 일이 드문 것은 그들이 임금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피는 데 능한 때문입니다. 석현이 한나라 원제에게서 특별한 신임을 받은 것도 대개 이런 술책을 썼기 때문입니다.
―「제3장 격물치지의 요체」 중에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노나라 소공 26년(기원전 516년)) 제(齊) 나라에 혜성이 나타나니 제나라 임금이 사람을 시켜 그것이 사라지기를 비는 푸닥거리[禳]를 지내게 하자 안자(晏子, ?~기원전 500년)가 말했다.
“아무런 도움은 안 되고 단지 속임수만을 취할 뿐입니다. 하늘의 도리는 의심할 바 없어[不?=不疑] 그 명(命)에 착오[貳-하나가 둘로 보이는 잘못]는 없으니 어찌 푸닥거리를 한다고 해서 (혜성이) 사라지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리고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는 것은 더러운 것들[穢=汚]을 씻어내기 위함이니 임금께서 다움을 더럽힌 바[穢德]가 없다면 또 어찌 푸닥거리를 할 것이며, 만일 임금의 다움에 더러운 바가 있다면 푸닥거리를 한다고 해서 어찌 없어지겠습니까? (……)”
♦ 신이 가만히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보면 안자는 하늘과도 같은 도리[天道]를 잘 알고 있습니다. 옛날에 하늘에 감응할 수 있는 자는 오직 다움을 삼가 받드는 자[敬德]뿐이었으니 푸닥거리를 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후세에 이르러 괴상망측한 요설들이 횡행하며 재이를 푸닥거리로 없앨 수 있다고 하여 임금들이 더 이상 하늘의 마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으니 이것은 그 해악이 참으로 크다고 하겠습니다.
―「제4장 성의정심의 요체」 중에서
(『예기』) 「옥조」
발 모양은 무겁고[重중] 손 모양은 공손하며[恭공], 눈 모양은 단정하고[端단] 입 모양은 가만히 두며[止지], 목소리는 조용하고[靜정] 머리 모양은 곧으며[直직] 기운은 엄숙하고[肅숙] 서 있는 모양은 다워야[德덕] 한다.”
♦ 주희가 말했습니다.
“머리 모양 이하는 다 삼감[敬경]의 항목이다.”
―「제5장 수신의 요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