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는 한국 대학생들과 예비 대학생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대학은 모두가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가 아니라 인생이란 긴 여정에서 선택하는 한 갈래이며, 성공과 행복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배움은 지식을 얻고 학위를 취득하는 게 아니라 더 큰 삶의 지혜를 기르고 바람직한 행동을 실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재의 조건은 어떤 능력을 갖추었는지와 함께 그 능력을 무엇을 위해 발휘하고자 하는지에 달렸음을 보여줍니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는 한국 대학생의 현실뿐만 아니라 인재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대학에서 어떻게 생활할지, 어떻게 인재로 성장해 갈지에 대해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조벽|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제작진이 찾은 한국외국어대학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강의실도 여느 대학과 비슷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채영길 교수가 언제나처럼 출석을 확인하고 나서 칠판 앞에 서서 강의를 시작했다. 조용한 강의실에는 학생들의 펜 소리, 노트북 키보드 소리 등과 그리고 교수의 목소리만이 울렸다.
교수가 질문하자 그나마 들리던 작은 소리들도 사라졌다. 학생들은 교수의 시선을 피했다. 교수는 15초 정도 학생들이 대답하기를 기다려 보지만 정적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서로가 민망해지는 시간이다. 간혹 학생 한두 명이 대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어쩌다 한 번이고,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대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에는 교수가 침묵을 참지 못하고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출석부를 꺼내 대답할 학생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름이 불린 학생들은 “잠시만요.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납니다”라고 대답할 뿐이다. ― <1-2 질문과 토론이 사라진 강의실> 중에서
예인이는 취업 공부를 위해 주변과 관계를 끊은 지 2년째다. 사람들은 예인이와 같은 친구들을 자발적 아웃사이더, ‘아싸’라고 부른다.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되기 전까지 예인이의 대학생활은 활발하고 도전적이었다. 사람을 좋아해서 만나는 선후배들도 많았다. 3학년 2학기가 되자 그녀는 그동안의 생활을 독하게 청산했다. 지금은 아싸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말하지만 거의 매일 혼자 지내는 생활이 힘들지 않을까? 예인이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소속감이 없는 게 많이 외로워요. 왜냐하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어디 중학교 누구입니다’ ‘어느 고등학교 누구입니다’라고 하고 대학교에 와서도 ‘어느 대학교 누구입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해 왔잖아요. 이제는 ‘어디에서 일하는 누구입니다’라는 게 붙어야 하는데, 받아주는 데가 없어요. 나를 소개하는 글을 읽고 (기업에서) 나를 떨어뜨려요. 그 기분이 되게 묘하죠.” ― <2-1 세상에 나가기 위해 스스로 관계를 단절하다> 중에서
목표로 한 명문대에 합격하고 그것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고 성령 씨가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명문대 합격의 기쁨은 딱 일주일 갔다’.
‘그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들어온 대학인데, 이게 내가 원하는 걸까?’ 그 전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의문이었다. 원래 내가 바라던 현실은 이게 아니라고 말하는 건 지금껏 쌓아올린 자기 인생을 전부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안한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기 위해서 의식적으로라도 바쁘게 지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을 따라했다.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채찍질을 그만두지 않자 속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도가 심해져 기분이 아주 우울한 날에는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면서 성령 씨가 대학에서 잠적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 <3-3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에서
호기심 많고 질문이 많던 유치원생이 초·중·고생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질문을 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교과 난이도가 높아지고 수업량이 많아지며 점차 주입식 교육으로 변해가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하지만 제작진이 주목한 건 수업 시간이나 가정에서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대화였다.
제작진이 방문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을 써달라고 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조용히 해!’였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나이도 다르고 지역도 달랐지만 학생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비슷했다. ― <5-2 손들어 질문하던 그 많던 학생들은 어디로 갔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