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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건축 (클라시커50)

서양건축 (클라시커50)

인류를 둘러싼 건축 언어를 해석하는 지적 즐거움!
역사·문화·미학적 접근이 결합된 흥미진진한 2,500년 서양건축사 기행!

저자
롤프 H.요한젠 지음
출간일
2004년 03월 10일
면수
284쪽
크기
160*230
ISBN
9788973374496
가격
18,000 원

책소개

인류를 둘러싼 건축 언어를 해석하는 지적 즐거움!
역사·문화·미학적 접근이 결합된 흥미진진한 2,500년 서양건축사 기행!


당대의 기술과 이념을 상징하는 언어로서 공공의 생활에 그 어떤 장르보다 깊숙이 파고들었던 건축. 그래서 건축은 시대에 따라 각 양식으로 대변되는 자기만의 ‘어휘’와 ‘문법’을 통해 효과적인 선전 수단이자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17번째 책인 『서양건축』은 바로 ‘건축’이라는 행위의 저변에 깔려 있는 의미들을 세밀하게 추척해 나가면서 고대부터 19세기 말까지 약 2,500년에 이르는 서양건축사의 걸작들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기념비적인 고전주의, 하늘로 치솟는 고딕, 화려한 르네상스, 웅장하고 풍성한 바로크, 소박한 의고주의, 철의 승리 근대 건축을 우리 앞에 펼쳐보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건축물을 역사적·양식적·건축 미학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한다는 데 있다. 즉 각 건축물의 탄생과 건설과정에 얽힌 역사적 배경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그 양식적 가치를 파악했으며, 건축물의 구조와 특징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인 롤프 H. 요한젠은 19세기 이전까지 서양건축사의 흐름을 크게 ‘신의 집’을 표방한 고대 건축, 그리고 종교공동체로서 ‘신도의 집’을 표방한 중세 건축, 그리고 기술의 승리를 반영하며 인간을 지향한 근대 건축으로 분류한다.
강대한 도시국가 아테네의 상징으로, 수호여신 아테나 파르테노스에게 헌정된 파르테논 신전, 이념을 반영한 공간 창조의 모범을 보여준 판테온과 개선문, 르네상스 건축의 아버지 브루넬리스키에 의해 완성되어 서양 둥근지붕의 척도가 된 피렌체 대성당, 황제 권한의 합법성을 강조하기 위해 라벤나 궁전의 기둥을 가져왔던 카를 대제의 아헨 궁전예배당. 그리고 이것이 다시 나폴레옹에 의해 파리로 오게 된 사연, 기독교의 개혁과 부패의 산 역사인 클뤼니 3기 수도원, 절대왕권을 상징하고 도시건축의 모범이 되었던 베르사유 궁성, 종교개혁에 대항해 가톨릭의 승리를 공표한 성 베드로 대성당, 최초의 마천루들 중 하나인 홈 보험 필딩, 철로 대변되는 산업과 기술의 승리 에펠 탑…….
이처럼 『서양건축』은 단순한 연대순에 따른 나열식의 건축사, 미학적 분석만 부각된 건축사를 지양하고 보다 폭넓고 인문적인 시각에서 건축의 변화와 발전과정을 살필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고전이 된 하나의 건축물이 후대의 건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유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건축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은 물론, 서양문화에 관심이 많고 서구로의 의미있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서양건축사의 ‘고전’들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문명과 역사의 흐름에 따른 건축의 변화를 살필 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 소개]

누구나,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할
현대 교양의 결정판,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
즐거움과 유익함이 함께하는 지성인을 위한 교양 필독서!

▶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는?
독일 게르슈텐베르크 출판사에서 간행하고 있는 <게르슈텐베르크 비주엘 시리즈 50 클라시커(Gerstenberg Visuell 50 Klassiker>를 근간으로 하여, ‘읽는 즐거움·보는 즐거움·아는 즐거움’이란 모토 아래 성인을 위한 책 읽기의 새로운 지평을 펼치는 교양 총서다. 최고의 예술가, 대가, 명작을 뜻하는 독일어 클라시커(Klassiker)와 각 분야의 베스트 50을 의미하는 50을 결합하여 만든 ‘클라시커 50’이라는 이름답게 이 시리즈는 문학, 음악, 미술, 역사, 종교, 인물 등 각 분야별로 꼭 알아야 할 빛나는 명작, 명인 50선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수록했다.

▶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는 기존의 대중 교양 시리즈와 어떤 점이 다른가?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는 성인을 위한 교양 총서로는 단연 으뜸이다. 주제 면에서는 기존 시리즈가 갖고 있던 지엽성을 탈피해 각 분야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게 했고, 내용 면에서도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또 책에 담긴 충실한 내용과 상세한 정보는 성인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구성 면에서는 교양 지식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독자들이 능동적인 자세와 즐거운 마음으로 독서할 수 있도록 고급스럽고 입체적으로 편집하였다.

▶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가 선사하는 책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
기존의 경직된 책 읽기에서 벗어나 읽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지적 즐거움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해, 현대인들의 교양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고 문화적 소양과 지식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독특한 체제의 입체적 교양서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특징!
▶ 현대적 감각의 필치로 풀어낸 흥미진진한 50편의 에세이
▶ 300컷이 넘는 생생하고 고급스러운 총천연색 화보
▶ 문학, 영화, 미술, 역사, 일상 문화 등 타 분야와 연계된 다양한 정보
▶ 각 주제의 신속한 개관을 위해 각종 실용 정보를 압축한 50개의 별도 자료
▶ 각 주제와 관련된 책, 영화, 음악, 탐방지 등을 소개한 추천 자료
▶ 각 주제의 특징과 의미를 한번에 파악하게 해주는 별점을 이용한 요약 평가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
신화
아직 끝나지 않은 신들의 이야기,
고대 그리스 로마의 대표 신화 50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삶과 예술 속에 살아 있는
신화의 현대적 재조명!

영화
세계 영화사의 별들, 잊지 못할 명작 영화 50
새로운 영화 미학을 정립한 명작 영화들.
영화의 각 장르를 총망라하여 개관한 영화사 100년!

커플
‘그’와 ‘그녀’가 빚어낸 또 하나의 세계사,
세기의 커플 50
신이 창조한 커플 아담과 이브에서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까지.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흥미로운 고찰!

오페라
세상을 감동시킨 환상의 무대, 세계 걸작 오페라 50
오페라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무는
새로운 형식의 오페라 입문서!

여성
세상을 움직인 절반의 힘, 위대한 여성 50
세상을 바꾸고, 놀라게 하고, 감동시킨
여성들의 치열한 삶 속으로!

회화
피렌체, 파리, 뉴욕을 가로지르는 서양미술사 기행, 불후의 명화 50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앤디 워홀에 이르는
미술사의 대가들과 그의 명화들!

현대소설
20세기 문학의 꽃, 꼭 읽어야 할 명작 소설 50
좬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좬장미의 이름』까지, 20세기 명작 소설 산책!

철학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영원한 탐구자들, 위대한 철학가 50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하버마스까지,
인류 이성을 이끈 위대한 철학가들의 삶과 앎!

디자인
시대적 감성과 기술의 아름다운 만남,
20세기 디자인 명품 50
버버리의 트렌치코트에서 애플 컴퓨터까지,
현대를 형상화한 20세기 디자인 세계로의 초대!

20세기 건축
지상으로 내려온 신들의 집, 인간을 생각하는 현대 건축 50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구겐하임 미술관까지,
20세기 거장들의 건축물 순례!

성서
영원한 베스트셀러,
구약성서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이야기 50
인류의 원형이 살아 숨쉬는 책, 성서.
사랑과 욕망, 시기와 질투 속에서 갈등한 최초의 인간들!

고전소설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의 힘, 불멸의 명작 소설 50
『돈 키호테』에서부터 『80일간의 세계일주』까지,
고전소설로 만나는 인류의 꿈과 희망, 사랑과 모험!

연극
무대 위에서 펼쳐진 인생 드라마, 세계 유명 연극 50
<오레스테이아>부터 <고도를 기다리며>까지,
갈등의 심연에서 고뇌하는 인간 원형 드라마!

재판
권력과 양심의 파워게임, 세기의 재판 50
마녀 재판에서 유고전범 재판까지,
재판을 통해 진보하는 인류의 양심과 정의!

승리와 패배
역사를 바꾼 세기의 전쟁 50
트로이부터 베트남까지,
전장에서 이뤄진 또 하나의 세계사!

여성예술가
그녀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예술사, 위대한 여성예술가 50
젠틸레스키에서부터 프리다 칼로까지,
여성예술가들의 재능과 열정!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는 앞으로도 『발명가』 『고고학』 등이 계속 출간될 것이며, 근간 예정인 책은 이후 제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그리스 신전은 오늘날에도 모든 건축 중 으뜸으로 칭송되며 최근에는 유럽 문화 자체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B.C. 600년경, 그리스인들이 목재와 점토 대신 돌로 신전을 짓기 시작했던 시대에 그 기원이 있다. 최초의 건축 이후 150년 뒤에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 세워지면서 그리스 신전은 고전적 모습을 확립했다. 18세기 후반에 파르테논 신전을 재발견한 후 학문적 결과들이 속속 출판되면서 그리스 건축은 그때까지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졌던 로마의 모범들을 몰아냈다. 이런 과정에서 영국의 ‘그리스 리바이벌’과 대륙의 의고주의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르테논은 오랫동안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 사실 이 신전의 진정한 비밀은 가장 큰 요소에서 작은 요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관통하는, 간단한 수학 공식으로 바꿀 수 있는 비례 관계가 아니다. 수평적 건축 요소와 수직적 건축 요소들이 살짝 엇나가면서 만들어내는 센티미터 차원의 완만한 곡선이 진정한 비밀이라 할 수 있다.
― <파르테논 신전> 중에서

브루넬레스키는 전에 없던 것을 시도하였다. 지붕을 건축하면서, 자체적으로 무게를 지탱하는 둥근지붕을 지으려 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브루넬레스키의 계획을 원으로 사각형을 만드는 일만큼이나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브루넬레스키가 관찰과 단순한 계산을 통해 도달한 둥근지붕의 건축 기술은 단순하면서도 놀라운 것이었다. 아치가 모범을 제시해 주었다. 브루넬레스키는 아치의 원칙을 수직의 요소에서 수평의 요소로 받아들였다. 보통 아치를 만들 때 쐐기 모양의 돌을 깎아서 쌓는다. 아치의 아귀가 맞으면 아치는 홀로 서게 된다. 그 이전까지는 비계가 필요하였다. 브루넬레스키는 둥근지붕을 수평 층으로 쌓아올리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돌들은─아랫부분은 사암, 위쪽에는 가벼운 벽돌과 응회암─층이 올라갈 때마다 미세하게 안으로 기울면서 서로를 지탱해 주었다. 각 층의 기울기가 매우 적기 때문에 비계가 필요 없었다. 한 층이 완전히 둥글게 마무리되면 그것은 완벽하게 안정감을 얻으면서 스스로를 지탱하였다.
브루넬레스키는 모형에서 진짜 둥근천장으로 정확하게 이행하는 일을 어떻게 해냈을까? 어떤 측량 제어술을 썼을까? 광학 기구를 썼던 것일까? 이런 의문들은 오늘날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다.
피렌체 대성당의 둥근지붕은 두 겹으로 만들어졌다. 건축의 실용성 면에서만 보자면 그것은 엄청난 자재 절감과 무게를 줄이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브루넬레스키가 밖에서 보이는 더 큰 지붕과 내부 공간을 짓누르지 않는 더 안쪽의 작은 둥근지붕을 만들려 했으며, 그로써 건축 역사에서 처음으로 관찰자의 시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 그와 동시에 회화에서도 마사초가 겨우 몇백 미터 떨어진 새 성모 교회에서 삼위일체 벽화로 역시 관찰자의 시점을 고려하였다. 인간은 단번에 만물의 척도가 되었다. ‘개인’이라는 이념이 태어났다. 그와 더불어 르네상스도 태어났다.
― <피렌체 대성당의 둥근지붕> 중에서

1546년에 상갈로가 죽고 미켈란젤로가 그의 후임이 되었다. 그런데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그는 40년 전에 이 계획에 반대했던 사람이었다. 미켈란젤로는 상갈로의 중요한 동조자들을 해임하고 건축 현장도 대규모로 정리하였다. 미켈란젤로가 쓴 바에 따르면 현장은 “비즈니스이자 돈벌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작업이 끝나지 않도록 질질 끌려는 경향이 있었다.” 건축가들뿐만 아니라 온갖 관계자들도이 사업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새로운 성 베드로 대성당을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구상들이 나왔다. 수십 년 동안 그것은 철거되고 새로 지어지고 다시 철거되었다. 미켈란젤로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구상이나 건설 현장 양쪽에서 지속성을 얻었다. 이렇게 잦은 변화의 원인은 개성과 정치 둘 다에 있었다. 파울루스 3세와 미켈란젤로는 서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은 교회의 개혁에, 다른 사람은 교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을 세우는 데 목적이 있었다. 두 가지는 서로 굳게 결합되었다.
가톨릭 교회는 1560년대 초에 트리엔트 공의회로부터 새로운 자신감을 얻고 강력해진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많은 수의 신자들이 종교개혁을 통해 개신교로 넘어갔지만 그래도 가톨릭 교회는 승리하였다. 이런 승리와 새 시작의 상징이 로마의 새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 중에서

화이트 타워는 오래 전에 파괴된 루앙 공작의 궁전 거주탑을 본따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윌리엄은 자신이 노르망디 공작 가문 출신임을 강조하였다. 그는 이 집안의 서자였다. 이로써 새로운 시대는 윌리엄과 그의 집안을 시발점으로 삼게 되었다.
이 성의 겉모습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실제적인 방어력이 건축의 수단들을 통해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화이트 타워는 돌로 된 괴물이 아니라 섬세하게 분절된 건축물로서 주변 지형을 이용해 우뚝 솟은 건물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다가 수 미터 두께의 성벽 안으로 자취를 감추는 받침기둥들이 정면부를 수직 방향에서 규칙적으로 분할한다. 이들 받침기둥들은 위로 솟은 탑들, 그리고 성가퀴(성 위에 덧쌓은 낮은 담-옮긴이)와 함께 거대함과 권력을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성채이며 방어용 건물로 지어지기는 했지만 화이트 타워는 포위당한 적이 거의 없으며 정복된 적도 없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상징적인 건물이었고, 오늘날에도 영국의 국가상징이다.
―<화이트 타워> 중에서

루이의 침실은 궁성에서 기하학적·이상적인 중심점을 이룬다. 궁정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인 왕의 기상과 취침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프랑스의 가장 높은 귀족들이 이 행사에 참가하였다. 왕의 침실로부터 동쪽으로는 세 도시, 곧 생클루, 파리, 소 등의 도시 이름들이 붙여진 가로수 길 셋이 뻗어나가고, 서쪽으로는 운하가 뻗어나간다. 태양신 아폴론은 사두 마차를 타고서 ‘태양왕’ 루이 14세를 비추기 위하여 떠오른다. 거울의 방 통로는 이 ‘태양의 축’ 방향을 가로지른다. 거울의 방 통로의 양쪽 끝에 있는 평화의 방과 전쟁의 방은 왕의 실질적인 권한과 정치적 성과를 상징한다.
1703년에 건설된 유럽의 북동쪽 끝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베르사유는 18세기 궁성·도시 건설의 모범이 되었다. 단 영국만 예외였다. 영국은 루이의 궁정을 부분적으로만 참고하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영국에서는 그곳의 베르사유라 할 수 있는 ‘반(反)베르사유’가 건설되었다. 도이치 나라들의 사정은 다르다. 열 명 이상의 영주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면서 자신의 궁성으로 다른 영주의 궁성과 경쟁하려 하였다.
르 보가 보 르 비콩트에서 보여준 별장 형식은 도이치 지역에서 절정기를 맞았다. 이 별장 형태가 프리드리히 대왕의 궁성인 상수시의 모범이 된다. 대왕은 루이 14세의 절대주의 모토인 “짐이 곧 국가다”에 맞서, “짐은 국가 제1의 하인이다”라는 계몽주의 모토를 내걸었다.
― <베르사유 궁성> 중에서

에펠 탑은 1889년 세계박람회에서 관객의 인기를 가장 많이 끌었다. 정확하게 2백만 명이 관람하였다. 그것은 박람회에 사람을 끌어들인 품목이면서 동시에 기념비였다. 1789년의 혁명, 기술과 진보의 혁명이었다. 탑이 모습을 드러내자 비난은 잦아들었다. 이렇게 거대한 철 골조, 이렇게 높은 건축물이 일찍이 세워진 적은 없었다. 에펠은 이 탑으로 수직선을 정복하였다. 윌리엄 르 배런 제니가 시카고에 세운 홈 보험 빌딩은 55미터 높이였고,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66미터 높이,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은 132.5미터 높이였다. 탑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비례와 크기의 상황이 아득해졌다. 에펠 탑은 시대의 전환점을 이루었다. 그것은 기둥받침대, 기둥몸통, 기둥머리 등 기둥의 모범을 따랐다. 그러나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기둥에 구현된 고대의 표상은 이제 타당성을 잃었다.
― <에펠 탑> 중에서

추천사

건축이 우리 삶을 바꾼다고 믿는 내가 건축을 대하는 입장은 다분히 인문적이다. 그러나 건축역사서를 들춰보면 연대기적으로 서술되어 기술적 내용만 있거나 미학적 가치만을 나열해 놓은 게 대부분이어서, 역사 속의 삶 그 자체를 체험하려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다.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역사적 건축에 대한 입장이 모두 인문적인 것이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국한된 대상과 압축된 내용이지만 오히려 그 건축 속에 있었던 나머지 삶과 지혜를 상상하게 만드니, 건축가인 나에게는 황홀할 책일 수밖에 없다.
승효상|건축가

목차

건축의 언어
파르테논 신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B.C. 447~432)
에피다우로스 극장
에피다우로스(B.C. 300년경)
베티우스 저택
폼페이(B.C. 2세기)
콜로세움
로마(72~80)
판테온(만신전)
로마(118~128)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로마(313~315)
하기아 소피아
이스탄불(532~537)

클라세의 성 아폴리나레 교회
라벤나(532~549)
궁전 예배당
아헨(800년 무렵)
슈파이어의 황제 대성당
슈파이어(1025, 1029~1061,
1082~1106)
화이트 타워(런던 탑)
런던(1078~1097)
클뤼니 3기 수도원
클뤼니(1088~1131년경)
랭스의 대성당
랭스(1211~1300년경)
이프르의 직물 센터
플랑드르(1260년경~1378)
산타 크로체(성 십자가)
피렌체(1294~1385)
본 시립병원
부르고뉴(1443~1451)
피렌체 대성당의 둥근지붕
피렌체(1418~1434)
포스카리 저택
베네치아(1452~1457년 이후)
루첼라이 궁전
피렌체(1453년부터)
성 베드로 대성당
로마(1506~1614)
샹보르 궁성
루아르 강변(1519~1559)
라우렌치아나 도서관
피렌체(1524~1571)
바도에르 별장
파도바 남쪽 프라타 폴레시네
(1556~1563)
엘 에스코리알
마드리드 북서쪽(1563~1584)
예수교회
로마(1568~1575)
하드윅 저택
잉글랜드, 더비셔(1590~1597)
성 카를로 알레 콰트로 폰타네 교회
로마(1638~1641)
베르사유 궁성
파리 근교(1661~1710)
세인트 폴 대성당
런던(1657~1711)
벨베데레 윗궁전
빈(1721~1724)
상수시 궁성
포츠담(1745~1748)
감옥(카르체리)
(1750~1761)
케들스턴 저택
잉글랜드, 더비셔(1759~1770)
뉴턴 기념탑
(1784)


증권거래소
상트페테르부르크
(1805~1810)

로열 파빌리온
브라이턴(1815~1823)
조각 미술관(글립토테크)
뮌헨(1815~1830)
이스턴 스테이트 교도소
필라델피아(1823~1836)
건축 아카데미
베를린(1832~1836)
국회의사당
런던(1840~1865)
앨버트 부두 화물 창고
리버풀(1841~1846)
수정궁전
런던(1850~1851)
오라니엔부르크 거리의 새 시나고그
베를린(1859~1866)
파리 북부 정거장
파리(1861~1866)
국립 도서관
파리(열람실 1862~1868)
파리 오페라 하우스(가르니에 궁전)
파리(1862~1875)
노이슈반슈타인 궁성
퓌센 근처(1869~1886)
홈 보험 빌딩
시카고(1884~1885)
에펠 탑
파리(1887~1889)
국영 백화점(GUM)
모스크바(1889~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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