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펜에 힘을 주고 에세이 모양을 갖춰 와인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의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해줄 마흔 가지의 와인과 그에 얽힌 흥미로운 스토리를 소개하였다.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각오와 자세로, 그리고 어떤 조건으로 양조에 임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내 눈이 문드러져도 와인만은 제대로 빚어야지.”
어릴 때 수도원에 들어와 평생 동안 그곳에서 수행했던 피에르 페리뇽(1638~1715). 그는 온몸을 던져 땀과 혼으로 고행을 하다가 시력이 갈수록 나빠져 나중엔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시력을 잃은 눈을 탓하기보다는 대신 주어진 빼어난 미각을 감사하게 여겼다. 그 후 그는 샴페인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 된다. 물론 본연의 신앙생활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수도자의 길을 완주하였고, 결국 동 페리뇽이란 이름을 남겼다. ‘동’은 성직자의 최고 등급인 ‘도미누스’를 줄여 부른 호칭이다. 가장 널리 알려져 인기 있는 샴페인 회사 모에 샹동은 그를 기리는 뜻에서 동상을 만들고, 회사에서 가장 공을 들인 브랜드 이름을 그의 이름으로 정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 고난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건투를 비는 마음을 담은 와인, 동 페리뇽(Dom Perignon)을 권한다.
- 「고난을 딛고 재기에 성공하길 바라며 동 페리뇽」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단골로 등장하는 동물학자들은 자식처럼 동물들을 대한다. 그들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녀석들을 바라보며 품어 주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는 등 그 사랑이 여간 살갑지 않다. 와인 세계에서도 이런 이들이 있는데, 특히 부르고뉴에 많다. 그들은 하루 종일 칸칸이 나뉜 조그만 구역의 포도밭에서 나무들을 돌보아도 지칠 줄 모른다. 빈티지가 좋지 않으면 더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재배한 와인의 맛이 예의 집중성을 잃은 묽은 맛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은 거의 샤르도네로만 만든다. 레드 와인은 거의 피노 누와로만 만든다. 한 가지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니 단순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얼핏 보면 다 같아 보이는 피노 누와 샤르도네의 밭이건만 한 구역만 벗어나도 표토의 성분이나 깊이가 달라져 와인에도 그 영향이 있다.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에 땅의 개성을 잘 살펴 재배해야 하고, 동일한 품종이라도 곳에 따라 맛이 다른 와인이 빚어진다. 양조 업자들의 간절한 바람은 구역마다 포도들이 그 밭의 특질을 고스란히 뿜어내는 것이다. 동물학자들이 갖가지의 동물들이 제 본성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 「부하 직원에게 격려력의 말을 건네고 싶을 때 샹볼 뮈지니」
로마네 콩티의 포도나무 관리는 무척 세심하고 치밀하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포도가 좋아야 와인 맛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07년 6월에 로마네 콩티 포도밭을 찾았을 때에 그곳에서 일하던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꽃망울이 터진 송이의 개수를 세고 나무 하나 하나를 일일이 살피고 있었다. 그는 아마 양조장으로 돌아가서 작년 수치와도 비교할 것이다. 이번 빈티지에는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인지 예측도 하고 말이다. 계절이 지나면 그중의 상당 부분은 열매가 익기도 전에 잘려나간다. 남은 송이에 당분이 집중되도록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확할 때에 다시 한 번 선별 작업을 한다. 잘 익은 송이만을 거두어 다시 양조장에서 골라낸다. 고르고 또 골라낸 잘 익은 것으로만 로마네 콩티를 담근다.
- 「부모님의 결혼 30주년을 축하하며 로마네 콩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