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발굴할 무덤이 없다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와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6년이 넘는 시간동안 '왕들의 계곡'을 누빈 끝에 투탕카멘의 흔적을 찾아내기까지의 이야기, 유례없이 완전한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는 투탕카멘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생생한 감동, 함께 발견된 3,400여 점의 유물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우리가 황금 손잡이들을 이용해서 뚜껑을 들어올리자 왕의 미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그 가슴 떨리는 복잡한 감정은 언어로 표현할 길이 없다. 그 황금 관에 인간의 눈길이 닿은 이래 3,00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지상에서 사라진 엄숙한 종교 의식들을 너무도 생생하게 상기시켜 주는 장관 앞에서 인생의 짧은 순간으로 가늠되는 시간 개념은 그 보편적인 의미를 상실한 듯 했다.
왕의 얼굴을 싸고 있는 마지막 붕대를 벗길 때는 머리가 탄화된 상태여서 극도록 주의해야 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매우 약한 이목구비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작업이 대단히 중요하며 따라서 우리가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검은담비 꼬리털로 만든 붓으로 살살 건드리자 부식된 마지막 몇 조각의 천이 떨어져나가면서 차분하고 평온해 보이는 표정이 드렀다. 젊은이의 얼굴 모습이. 그 얼굴은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으며, 이목구비는 반듯했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