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음악, 미술, 역사, 종교 등 각 분야에서 꼭 알아야 할 빛나는 명작, 명인을 더도 말고 딱 50가지만 골라 소개하는 성인을 위한 교양 총서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하나. 독일 게르스텐베르크 출판사의 '게르스텐베르크 비주엘 시리즈 50 클라시커'를 바탕으로 했다.
17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오페라는, 서양고전음악의 여러 장르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흥미진지한 드라마, 여기에 화려한 무대와 의상, 가수들의 과장섞인 대사와 몸짓이 결합된 이 공연예술은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이 책은 400년의 오페라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 50편을 소개한다. '라 트라비아타(춘희)' '마술피리' 등 국내에서도 자주 공연되는 유명작들이 있는가 하면, 1937년 초연된 '룰루' 1965년 초연된 '군인들' 등 우리에게는 낯선 현대작들도 포함되어 있다. 슈베르트의 '겨울여행(겨울나그네)', 리처드 오브라이언의 '로키 호러 쇼'(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 '로키 호러 픽쳐 쇼'는 '컬트'영화의 시조가 되었다) 등 일반적으로 오페라로는 다루어지지 않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특징.
각 작품의 창작에 얽힌 이야기, 구성과 내용에 대한 분석과 해설을 제공한다. 공연 현장을 담은 사진이 포함되어 있어 무대와 의상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관객층이나 공연 레퍼토리의 폭이 넓지 않지만, 이 매혹적인 예술 장르와 보다 가까워지기를 원하시는 분들께 입문서로서 좋은 책이다.
오페라의 본질을 관통하는, 걸작 오페라에 대한 흥미롭고 풍부한 해설!
오페라는 말, 소리, 동작, 공간, 빛 등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오페라는 언제나 그 시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현재극이었으며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의 방법을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그 안에 인간 영혼에 대한 탐구를 담아왔다. 오페라에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소망과 꿈 혹은 악몽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힘이 내재해 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인간 행동의 원천인 내면의 충동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서문 <함께 떠나는 오페라 여행> 중에서
바로크 오페라의 매력과 인위성은 대체로 카스트라토의 기량과 결부된다. 지극히 유연한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는 밝은 금속성의 울림을 지니고 있고 때로는 트럼펫과 같은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그것은 고되고 오랜 훈련의 결과다. 당시 카스트라토 가수들의 몸값은 엄청난 수준으로 거의 걸어다니는 스트라디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한 목소리의 기적은 남녀가 하나로 결합된 존재에 대한 그 당시 사회의 스타 숭배에서 비롯된,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곧 지고의 완성을 향한 바로크적 이상을 자웅동체의 몸으로 구현하는 주인공들이었다. 카스트라토는 남성이 아닌 존재가 아니라 반쯤 남성인 자들이었다. 계속 여자의 음색을 지닐 수 있는 정도로만 그들의 몸에 외과 수술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 <세르세> 중에서
알렉상드르 뒤마는 개인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연재 소설을 썼다. 그리고 4년 뒤에는 그 소설을 다시 희곡 작품으로 만든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원본으로 하여 당대의 현실을 배경으로 한 유일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작곡한다. 그런데 성녀와 같은 고급 창부의 거역할 수 없는 몰락의 운명을 그린 이 ‘고대 비극적’ 드라마는 동시대인들에게 너무도 고통스러운 슬픔을 안겨주었다. 결국 초연도 있기 전에 시간적 배경을 루이 14세 시대로 옮겨달라는 사람들의 요구가 관철된다. 당시 사람들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오페라의 옷을 입고 그들 앞에 펼쳐지는 현실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 <라 트라비아타> 중에서
프란츠 슈베르트의 연작 가곡인 <겨울 여행>은 고전이지만 분명 오페라는 아니다. 가수와 피아니스트는 고상한 야회복을 입고 등장하고 공연 장소는 대개 콘서트홀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드라마를 가진 공연물로서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요소들로 단순화함으로써 오히려 언어와 음악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갖고, 목소리와 악기가 ─ 이 경우엔 단지 한 사람의 목소리와 한 대의 피아노가 ─ 특정한 상황이나 심리 상태를 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예가 될 수 있다.
─ <겨울 여행> 중에서
바그너는 12세기와 현재를 잇는 다리를 놓는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신화와 음악을 서로 결합시켜 주는 ‘스토리’다. 그에게 사랑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인 동시에, 타인의 자아 속에서 자신의 자아가 해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의 길이다.
─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에서
제4막 17번 곡, 뱃노래 :천상의 아름다운 화음, 이리저리 흔들리는 리듬, 매혹적인 목소리, 배경에서 들려오는 합창 소리. 이 곤돌라의 뱃노래는 오페라 음악의 최대 히트곡들 중 하나지만 그 아름다운 매력은 감각을 속이는 일종의 환각 현상일 뿐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짝이 맞지 않는 한 쌍이다. 호프만의 동반자이자 실제로는 그의 뮤즈인 니클라우스와 고급 창녀 줄리에타가 그들이다. 진실한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기만이 이 노래의 핵심이다. 선율은 “거짓 속에서도 참된 빛을”(테오도르 아도르노) 낼 수 있다. 막의 끝부분에 가면 그 노래의 선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명해진다. 그것은 바로 살인 사건의 배경 음악이 되는 것이다. 뱃노래는 곧 죽음의 칸타타였다
─ <호프만의 이야기> 중에서
[이 책에 대한 추천의 말]
오페라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 그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책!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새로운 대중음악에 밀려 그 이름이 퇴색되고 있다고는 하나, 오페라는 여전히 그 나라 공연예술과 공연문화의 척도를 보여주는 중요 장르로서 지원되고 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벌어졌던 ‘오페라를 배우자’는 운동에 대해 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수록한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오페라』를 통해 우리 나라에서도 그와 같은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오페라는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쉽게 다가가 즐길 수 있는 것이며, 노래와 극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예술 장르임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수길|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
오페라는 말, 소리, 동작, 공간, 빛 등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오페라는 언제나 그 시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현재극이었으며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의 방법을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그 안에 인간 영혼에 대한 탐구를 담아왔다. 오페라에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소망과 꿈 혹은 악몽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힘이 내재해 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인간 행동의 원천인 내면의 충동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서문 <함께 떠나는 오페라 여행> 중에서
바로크 오페라의 매력과 인위성은 대체로 카스트라토의 기량과 결부된다. 지극히 유연한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는 밝은 금속성의 울림을 지니고 있고 때로는 트럼펫과 같은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그것은 고되고 오랜 훈련의 결과다. 당시 카스트라토 가수들의 몸값은 엄청난 수준으로 거의 걸어다니는 스트라디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한 목소리의 기적은 남녀가 하나로 결합된 존재에 대한 그 당시 사회의 스타 숭배에서 비롯된,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곧 지고의 완성을 향한 바로크적 이상을 자웅동체의 몸으로 구현하는 주인공들이었다. 카스트라토는 남성이 아닌 존재가 아니라 반쯤 남성인 자들이었다. 계속 여자의 음색을 지닐 수 있는 정도로만 그들의 몸에 외과 수술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 <세르세> 중에서
알렉상드르 뒤마는 개인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연재 소설을 썼다. 그리고 4년 뒤에는 그 소설을 다시 희곡 작품으로 만든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원본으로 하여 당대의 현실을 배경으로 한 유일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작곡한다. 그런데 성녀와 같은 고급 창부의 거역할 수 없는 몰락의 운명을 그린 이 ‘고대 비극적’ 드라마는 동시대인들에게 너무도 고통스러운 슬픔을 안겨주었다. 결국 초연도 있기 전에 시간적 배경을 루이 14세 시대로 옮겨달라는 사람들의 요구가 관철된다. 당시 사람들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오페라의 옷을 입고 그들 앞에 펼쳐지는 현실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 <라 트라비아타> 중에서
프란츠 슈베르트의 연작 가곡인 <겨울 여행>은 고전이지만 분명 오페라는 아니다. 가수와 피아니스트는 고상한 야회복을 입고 등장하고 공연 장소는 대개 콘서트홀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드라마를 가진 공연물로서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요소들로 단순화함으로써 오히려 언어와 음악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갖고, 목소리와 악기가 ─ 이 경우엔 단지 한 사람의 목소리와 한 대의 피아노가 ─ 특정한 상황이나 심리 상태를 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예가 될 수 있다.
─ <겨울 여행> 중에서
바그너는 12세기와 현재를 잇는 다리를 놓는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신화와 음악을 서로 결합시켜 주는 ‘스토리’다. 그에게 사랑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인 동시에, 타인의 자아 속에서 자신의 자아가 해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의 길이다.
─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에서
제4막 17번 곡, 뱃노래 :천상의 아름다운 화음, 이리저리 흔들리는 리듬, 매혹적인 목소리, 배경에서 들려오는 합창 소리. 이 곤돌라의 뱃노래는 오페라 음악의 최대 히트곡들 중 하나지만 그 아름다운 매력은 감각을 속이는 일종의 환각 현상일 뿐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짝이 맞지 않는 한 쌍이다. 호프만의 동반자이자 실제로는 그의 뮤즈인 니클라우스와 고급 창녀 줄리에타가 그들이다. 진실한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기만이 이 노래의 핵심이다. 선율은 “거짓 속에서도 참된 빛을”(테오도르 아도르노) 낼 수 있다. 막의 끝부분에 가면 그 노래의 선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명해진다. 그것은 바로 살인 사건의 배경 음악이 되는 것이다. 뱃노래는 곧 죽음의 칸타타였다
─ <호프만의 이야기> 중에서
[이 책에 대한 추천의 말]
오페라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 그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책!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새로운 대중음악에 밀려 그 이름이 퇴색되고 있다고는 하나, 오페라는 여전히 그 나라 공연예술과 공연문화의 척도를 보여주는 중요 장르로서 지원되고 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벌어졌던 ‘오페라를 배우자’는 운동에 대해 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수록한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오페라』를 통해 우리 나라에서도 그와 같은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오페라는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쉽게 다가가 즐길 수 있는 것이며, 노래와 극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예술 장르임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수길|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