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건축가로서 이 동네에 대한 소망이 있다. 문화시설이 들어오는 것도 좋고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오는 것도 좋다. 그러나 통의동이 여전히 주거지역의 성격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인사동, 삼청동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문화라는 미명으로 자본과 상업, 그리고 예술이라는 트로이의 목마가 이 동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지 않았으면 한다. - 본문 중에서
청년 건축가 황두진이 자신의 삶을 씨줄로 하고 자신의 체험한 서울의 이야기를 날줄로 엮어 쓴 이 책은 '서울에 산다는 것'에 대해 돌이켜보게 하는 에세이다. 저자는 삶의 터전이자 건축 작품의 대상이고 사고의 텍스트이기도 한 서울에 대해 씀으로써 건축가로서 사회적 발언을 펼쳐보인다.
어린 시절 흑백으로만 구분되던 서울의 모습, 한국 건축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대학시절, IMF 시기에 독립하면서 북촌한옥 재건을 통해 느꼈던 점, 미로 같은 동대문시장 속 200명이 넘는 복합건축주들을 상대하며 끈기와 극복의 지혜를 느끼게 된 사건 등을 통해 서울은 과연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