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비대면, 플랫폼 제약을 뛰어넘어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강사는 청중과 상호작용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래서 청중이 없는 강의실에서 강의하면 에너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감정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감동이 없는 강의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런 강의는 단 한 시간만 해도 마치 온종일 강의한 것처럼 에너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가상 면대면과 실제 면대면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면대면에서는 오감과 더불어 육감이 작동합니다. 비록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강사는 청중과 다차원적으로 소통해 왔던 것입니다. 반면 가상 면대면에서는 전적으로 시각과 청각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사전 녹화의 경우에는 오감이 완전히 차단됩니다. 면대면이란, 단지 얼굴을 서로 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시공간에 함께 머무는 체험인 것입니다.
언택트 시대 강의의 핵심 이슈는 어떻게 강사와 청중 사이의 교감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상호작용에서 존재하는 에너지는 정서적 에너지입니다. 교감도 감정이고, 상호작용 에너지도 감정입니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감정이고, 감동을 주는 것도 감정입니다. 그래서 언택트 시대 강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감정을 의식하고, 감정마저 의도적으로 고려한 강의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 <1-2 언택트 시대에 명강사로 거듭나는 법> 중에서
저는 강의의 기준을 청중의 입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여섯 요소로 요약합니다. 배울 바가 많은 전문성, 현장을 안다는 친밀성, 신뢰를 주는 안정성, 감동을 주는 열성, 선한 영향력으로 누군가에게 기여하고자 하는 진정성, 재미를 주는 창의성입니다. 이 여섯 가지는 청중이 강의를 들으면서 의식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이성적 요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느낌으로 다가오는 감정적 요소에 가깝습니다.
이 여섯 요소는 여러 방식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먼저 짝으로 구분해보겠습니다. 전문성과 친밀성이 한 세트, 안전성과 열성이 한 세트, 진정성과 창의성이 한 세트입니다.
세트의 한 짝인 전문성, 안정성, 진정성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요소입니다. 다른 짝인 친밀성, 열성, 창의성은 필수 요소를 보완해 주는 선택 요소입니다. 전자는 강사의 스케일을 보여주고 후자는 강사의 스타일에 해당합니다
필수 요소와 선택 요소의 차이를 진정성-창의성 세트를 예로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강사가 진실해야 청중은 강사를 신뢰하고 메시지를 경청합니다. 하지만 강의 내내 진지하기만 하면 강의실 분위기가 그래서 강의 중간중간에 창의성을 발휘해 밝고 가벼운 요소를 넣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 <2-1 스타일과 스케일의 조화를 이루는 법> 중에서
좋은 강의는 한 편의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플롯이 있으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클라이맥스가 있습니다. 당연히 재미도 있고 만족감을 줍니다. 이 모든 것을 바로 강사가 연출해 내는 것입니다. 즉, 강사는 작가처럼 강의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감독처럼 전 과정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보이고 들리는 면들은 개별적으로 사소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까지 고려하고 고민할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나하나는 사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강사의 전문성, 안정성, 진정성, 친밀성, 열성, 창의성에 대한 청중의 느낌을 좌우합니다. 청중은 이러한 기준으로 강사의 메시지를 신뢰할 것인지,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인지, 나중에 더 알아볼 것인지, 실천으로 옮길 것인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은 상당 부분 무의식적으로 진행되지요.
저는 이러한 강사의 행동과 모습을 여섯 가지 기술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이를 청중의 입장에서 가장 쉽게 또는 강하게 인지되는 순서로 나열해 보겠습니다.
①몸동작 ②목소리 ③도구 사용 ④상호작용(청중과의 관계) ⑤강의 진행 ⑥강의 구성
― <3-1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중에서
저는 콘텐츠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반복하는 일이 ‘줌인, 줌아웃’입니다. 슬라이드 한 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줌인입니다. 슬라이드 여러 장을 한눈에 펼쳐보는 것은 줌아웃입니다. 이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스토리의 길이와 깊이를 수정하고, 보완하고, 조정합니다.
슬라이드 한 장을 만들다 보면 하나의 스토리에 집중하게 됩니다. 앞뒤 맥락을 잊은 채 오랫동안 집중하다 보면 이야기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슬라이드 한 장의 디자인이 다 끝나기 전에 수시로 줌아웃해서 앞뒤를 살핍니다.
또한 주기적으로 슬라이드 전체를 한눈에 보기도 합니다. 이때는 슬라이드 각 장의 내용이 세밀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 대신 콘텐츠의 전체적인 길이가 보입니다. 줄여야 할 곳, 삭제해야 할 곳, 늘려야 할 곳, 추가해야 할 곳, 이동해야 할 곳은 줌아웃을 했을 때 비로소 보입니다.
줌인과 줌아웃을 하면 길이를 줄이면서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납니다. 저는 되도록 기본 틀을 유지하고 내용을 추가하는 형태로 슬라이드를 디자인합니다. 그러면 단지 새로운 내용만 소개되는 게 아니라 그 내용이 이전 내용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까지 보여주게 됩니다. 명하는 시간을 줄이되 시각적으로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4-5 4단계: 배열하고 조절하라> 중에서
강사는 청중의 감정 폭을 넓혀야 하지만 그건 터지지 않는 정도까지여야 합니다. 그 정도를 미리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감정이 터지기 전에 약간 숨을 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마치 압력밥솥에 김을 약간 빼듯이 말입니다. 이 방법이 바로 ‘유머’라는 특별한 방법입니다.
제가 대학교수들에게 강의법에 대한 강의를 할 때 사용하는 사례입니다. 교수들에게 학생이
수업에서 졸면 누구 탓인지를 물어봅니다. 학생 탓, 흐린 날씨 탓, 밤늦게 게임 한 탓 등
다양한 답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저는 정색을 하고 정답은 ‘강사 탓’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러면 교수 입장에서는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여태껏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졸면 흔히 학습동기가 부족하거나 인성이 부족한 학생 탓이라 여겼는데 갑자기 본인 탓이라고 하니 황당하고 불편합니다. 제가 제시한 답을 인정하자니 억울하고 그렇다고 제 논리와 연구 결과를 반박하기는 어렵고, 상당히 난처합니다.
만약에 제가 계속해서 강사의 책임론을 강조한다면 어떤 교수들은 반발할 것입니다. 저는 그럴 가능성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강사의 책임론 공세를 이어갑니다. 추가 질문을 던집니다.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조는 학생은 누구 탓인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청중(교수)은 반격할 준비를 갖추고 벼르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저는 청중이 집중하는 긴장감이 고조되길 기다렸다가 답을 말합니다. “이전 강사 탓입니다.” 그 순간 웃음이 빵터집니다. 응축됐던 부담감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의 순간입니다.
― <5-3 실습 ②: 유머와 해머로 감동의 폭 넓히기> 중에서
청중의 주의력이 짧아졌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그 현실을 수용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한 시간 강의를 장편소설 구조로 이어가지 않습니다. 청중과 한 장소에서 함께 숨 쉴 때는 제가 서 있는 위치, 몸동작 등 시청각의 활용도, 청중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변화 등으로 강의를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 다막극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크린을 통해서만 청중을 만날 경우에는 이러한 방식의 다막극 장치가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의를 6~7청크(chunk)로 나눠서 진행합니다.
교육학 용어인 청크는 기억단위를 뜻합니다. 인간의 단기기억의 용량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정보를 낱낱이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덩어리로 집합해서 기억하는데, 한 번에 대략 다섯 덩어리에서 아홉 덩어리를 소화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덩어리를 ‘청크’라고 합니다. 각 청크는 10분 이내로 진행하고 하나의 스토리텔링 테크닉을 담습니다. 그래야 청크마다 새로운 스토리처럼 보여서 청중들의 관심사와 주의력을 잡아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 <6-2 청크로 나누어 전달하라> 중에서
A를 잘 설명하고자 B와 비교를 했는데, 그 비교를 설명하기 위해 또 많은 말을 덧붙여야 한다면 좋은 비교가 아닙니다. 하지만 A와 B가 완전히 상반되는 대칭 구도를 지녔다면 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는 저절로 알게 됩니다.
제 특강 중에 ‘신뢰는 과학이고 소통은 예술이다’라는 주제가 있습니다. 이 강의에는 존 가트맨 박사의 인간관계론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관계의 달인은 ‘네 가지 덕’인 호감, 존중, 감사, 배려를 나누고, 관계의 폭탄은 ‘네 가지 독’인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를 한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관계의 달인의 사례로 비를 맞으면서 비서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곧바로 비서는 비 맞게 하고 자기 혼자 우산을 쓰고 있는 다른 대통령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청중은 두 사진을 보는 순간 다 이해합니다. 그리고 말로 일일이 다 설명 못 한 세부 내용도 깨우칩니다. ― <6-6 아름다운 대칭을 찾아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