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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이에요, 지금

통영이에요, 지금

벚꽃 핀 남쪽 땅에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로맨스 이야기

저자
구효서 지음
출간일
2023년 03월 20일
면수
284쪽
크기
135*200
ISBN
9791167140593
가격
16,800 원
구매처
교보문고 교보문고 알라딘 알라딘 YES24YES24

책소개

작품의 소재와 방식에 대한 끝없는 실험 정신으로 문단 내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독자의 호평을 받아온 소설가 구효서가 신작 장편소설 을 선보인다. 2021년 제10회 황순원작가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에 이어 ‘구효서 슬로&로컬 라이프 문학’으로 소개되는 세 번째 소설이다.

통영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동쪽 언덕에 자리한 카페 Tolo의 주인장은 매일같이 두 팔을 으쌰으쌰 움직이며 운두가 깊은 프라이팬에 생두를 볶고, 산양유로 부드러운 셔벗을 만들어낸다. 휴식차 통영을 찾은 37년 차 소설가 ‘이로’는 운명처럼 Tolo에 흘러들고, 주인장의 디저트에 녹아든 특별한 맛과 깊은 사연을 음미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이로의 일상, 이로가 쓰는 편지, 이로가 읽는 원고, 세 형식을 불규칙적으로 교차하며 시점을 달리하는 독특한 서술구조를 취한다. 많은 청춘들이 푸르게 푸르게 스러져가던 1980년대의 과거와 현재가 병렬되며 조각처럼 흩어져 있던 인물들의 삶은 점차 한 방향으로 수렴해 간다. 사랑하는 한 여자를 지키고자 결탁하는 전직 경찰과 수배자의 전쟁 같은 운명 속에서 인물들의 관계가 점점 복잡하게 얽혀가는 가운데 사랑과 증오, 뜨거움과 차가움, 기다림과 서두름과 같은 인간의 복합적인 면모와 감정이 낱낱이 드러난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 그녀의 비법이란 그게 전부랬어요. 적은 양의 산양유 휘핑크림. 그래서 그런가 봐요.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는 셔벗에 가깝거든요. 시원하고 금방 녹고. 그래서 나는 먹을 때마다 셔벗이잖아, 하고 속으로 중얼거려요. 입자 굵은 아이스크림 위에 슬라이스 아몬드 조금 얹고 반으로 쪼갠 생딸기 한 조각(어떤 때는 슬라이스 키위 한 조각) 달랑 올려놓는데 정말 맛있어요.그걸 한 스푼 떠먹고 나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거든요. 그래서 스프링 목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끄덕 끄덕끄덕해요. 아이스크림 맛이 낮고 허스키한 주인의 목소리를 닮았어, 하고 끄덕끄덕.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녀가 날 바라본다는 걸 느끼게 되죠. 끄덕끄덕거린 게 쑥스러워서 웃을 수밖에요. 그러면 그녀도 따라 웃어요. 
  • —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중에서
  • 나는 홀딱 그 집에 빠졌어요. 맛에.
    맛에만 빠졌게요. Tolo의 위치. 아담한 크기. 유리창.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 전망.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에게. 네, 주인에게요. 첫날부터. Tolo의 모든 게 결국은 주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 주는 걸 테니까요.
    빤히 바라보는 것 같은 그녀의 눈길도 사람을 빠져들게 해요. 물론 그녀에게는 사람을 빤히 바라보겠다는 의지 따윈 없겠죠.
    습관 같은 걸 거예요. 어떤 사람은 눈 한 번 깜빡하는 데 0.05초가 걸린다면 어떤 사람은 0.09초가 걸리겠죠. 그런 거겠죠 2초의 응시도. 그래서였을까요. 그녀의 약간 긴 목례를 대하고 ‘뭐지?’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0.0몇 초에 불과했으니까. 
  • — 「소리 없이 끌어당기는」 중에서
  • 말 없는 시간이 흘렀다.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다. 그는 한 입 먹다 만 햄버거와 나를 번갈아 보았고 나도 먹다 만 햄버거와 그를 번갈아 보았다. 7년이 흘러서, 이제야 오다니. 그것도 이렇게, 이런 곳에. 도둑처럼. 또다시 도망쳐야 하는 사람으로.
    입을 딱 벌려 먹지 않아서 좋은 햄버거였는데 먹다 만 햄버거라는 건 좀 그랬다. 채소라도 신선했다면 어땠을까. 토마토 슬라이스라도 있었다면. 물어뜯어놓은, 접두사 없는 햄버거의 내장이 너무 초라했다. 그 초라한 걸 언제까지고 내려다보고 있는데,
    “팔은 왜 그래?”
    그가 입을 열었다. 
  • — 「같은 도시에 머무는 우연」 중에서
  • 낚시할 때 손맛 같은 거야. 물속의 고기가 사력을 다해 몸부림치는 게 낚싯줄과 낚싯대를 통해 손에 전해지잖아. 그걸 손맛이라고 하잖아. 낚시꾼들이 왜 그 맛에 환장을 하게? 절박함이지. 거기엔 절박함이 있거든. 사력을 다해 몸부림친다고 했잖아. 살려고. 생명이니까. 그걸 잃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니까. 그게 절박함이고, 진짜지. 생명을 건 것이라야 진짜인 거야. 나는 진짜를 맛보고 싶은 거야. 넌 진짜라는 게 뭐라고 생각해? 세상에 진짜가 얼마나 될까. 있다고 해도 그걸 맛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을까. 사람은 말이야, 진짜라는 걸 진짜로 느끼고 알게 되면 웬만해서는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어. 중독이 되는 거야. 어쩔 수 없어. 진짜여야만 해소되는 게 있는 거거든. 절박한 떨림. 그건 뭔가와 통하고 닿아 있지. 확실히 느껴지거든. 왜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테러하고 학대하는 줄 아나? 순간이지만 완전한 해소를 느끼려는 거지. 완전한. 세상에 그것처럼 진짜인 게 없으니까. 힘센 놈이 저항하는 것보다 너처럼 연약한 게 더 좋아. 힘센 것은 섬세함이 덜하거든. 외려 손맛을 버릴 수가 있어. 
  • — 「절박한 떨림에 중독된 자」 중에서
  • 창밖 저 멀리 그가 있었다. 주은후는 아까 있던 그 자리,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자정이 넘었으므로 전날이 되어버린 아까의 그 자리에 서서 김상헌이 그랬듯 어두운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광경은 내가 김상헌의 곁에 누워 소리로써 떠올렸던 그림과 완전하게 일치했다.
    나는 상헌의 곁에 나를 뉘어놓은 채, 혼령이 되어 밖으로 나갔다. 주은후에게 다가갔다. 그가 기대했다는 듯이, 아니면 의외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내가 혼령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 「벚꽃이 지기 전에」 중에서 
  • 추천사

    목차


    작가의 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소리 없이 끌어당기는
    같은 도시에 머무는 우연
    절박한 떨림에 중독된 자
    미워할 수 없는 거라던 말
    다른 풍경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벚꽃이 지기 전에
    한낮의 일성호가
    오래된 이야기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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