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입이 싸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그들은 자기 얘기를 하는 덴 그토록 인색하면서 남 얘기는 껌 씹듯 쉽게 즐긴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자기와 관련 있는 비즈니스나 인물을 둘러싼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야 남자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의 사생활, 특히 여자나 섹스와 관련된 얘기는 많이 알수록, 자세하게 늘어놓을수록 무리에서 대화의 주도 세력이 된다.
술자리에서나 담배 한 개비를 나누는 커피 브레이크에서 남자들이 나누는 잡담은 생각보다 질이 낮다는 것을 여러분은 아시는지. 남자들은 이미 입 밖으로 뱉어낸 얘기에 대해서 훗일을 생각하지 않는 무모함이 있다. 그리고 여기겐 과시욕에서 비롯된 과장까지 덧붙여진다.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다.
― <귀 얇고 입 싼 남자는 무조건 피해라 / 파트1> 중에서
잘생긴 남자가 접근해 오면 대개 여자들은 ‘내가 아직까진 쓸 만한 모양이야. 이런 킹카한테 프러포즈를 받다니!’라고 생각하며 상대적 우월감에 황홀해한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잘못된 착각이다. 그들은 생각보다 인기도 많지 않을뿐더러 알고 보면 평범하다 못해 지루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당신 이전에 만났던 멋진 여자들도 이 남자의 바로 그 점 때문에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는 것이다. 왜냐고? 자신의 빼어난 외모로 상대를 사로잡았다고 생각한 그는 더 이상 여자의 마음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으니까! (…)
연애 전선에 뛰어든 잘생긴 남자들이 초반에는 선방하다 뒤로 갈수록 뒷심을 잃는 까닭은 그것만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날리는 발랄한 재치가 없다는 것도 한 몫 한다. 통계를 살펴보면, 잘생긴 남자들은 대개 유머 감각이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잘생긴 남자들은 말주변이 좋은 남자들을 친구로 둔다. 얼굴은 별로지만 말발 하나는 끝내주는 남자들이 유사시를 대비해 잘생긴 친구를 곁에 두는 것과 같은 원리다.
― <남자들의 얼굴에 흔들리지 말라 / 파트2> 중에서
쓴 소주를 목에 털어넣으며 ‘박 대리, 넌 이런 친구들 있어? 이렇게 허심탄회한 술 한 잔이 너한텐 있어?’라고 마음으로 크게 한 방 날려주는 것, 그만이 갖고 있는 은밀한 쾌감이다. 하지만 이건 혼자만의 착각이자, 자위일 뿐인데 어쩌나.
친구가 많은 것은 분명 축복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친구보다 회사 동료와 더 가깝게 지내야 할 때가 분명히 있다. 동고동락한 동아리 선배보다 깐깐한 회사 상사와 음식점에 가서 상사의 웃옷에 고기 냄새가 배지 않도록 자신의 웃옷으로 조심스레 감아야 하는 순간이 더 많아진다. 여자가 보기엔 ‘배알도 없나? 웬 아부야?’ 싶은 일들을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더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왜? 성공하기 위해서다. 회사 동료와 상사에게 인정받아야 일에 대한 업무 능력을 내보일 수 있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일할 맛이 생기며,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정글 속에서 양과 질 양쪽에서 성장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어릴 적부터 뒹굴며 지내온 불알친구에게만 속을 터놓고 정글 속 투사들과 소통하지 않는 것은 미안하지만 이미 패배자란 말씀.
― <그의 인간관계를 들여다보라 / 파트3> 중에서
이렇게 생각하던 O양은 그러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갈비뼈가 으스러져라 껴안으며 사랑을 속삭이던 그가 1분도 안 돼 해파리처럼 흐물흐물 팔에 힘을 풀고는 코를 골자대자 극심한 배신감에 시달렸다.
남자들은 섹스가 끝난 뒤 자신이 잠에 곯아떨어지면 홀로 깨 있는 여자친구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지도 않을까? 주로 그녀들은 오래 공들여 씻고 나와 아직까지 남자친구가 시체처럼 자고 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폭 내쉰 뒤 주섬주섬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개킨다거나 잠을 청해본다거나 TV에 시선을 박는다. 볼륨을 살짝 키워도 일어날 기색이 안 보이면 심심해 죽을 지경인 여자는 슬쩍 남자를 깨워본다. 섹스는 남자에게 100미터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체력이 소모된다고 하더라. 그러니 방금 전까지 수십 분 동안 전속력으로 달리기를 한 남자가 샤방 웃으며 일어날 리 만무하다.
남자친구는 귀찮다는 듯 억지로 실눈을 뜨며 웅얼거리고, 여자는 그런 남자친구에게 버럭 화를 낸다. 남자는 초인적인 힘으로 짜증을 참고는 “알았어, 알았어. 미안미안”(남자들은 귀찮으면 꼭 두 번씩 얘기한다) 하며 여자의 어깨를 토닥인다. 그러고는 2라운드를 위해 다시 돌진. 주로 O양 커플의 행동 양태다.
― <섹스를 마친 그의 코와 입을 막아라 / 파트4>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