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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정호승의 새벽편지

저자
정호승 지음 / 박항률 그림
출간일
2014년 6월 25일년 월 일
면수
376쪽
크기
152*225
ISBN
9788965744474
가격
17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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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게 살아갈 가치를 주는 사람을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인생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정호승 산문집

 

삶이 유독 힘겹게 느껴질 때, 침묵으로 견뎌야 하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이에게 원망이 사무쳐 아무리 용서하려 해도 용서할 수 없다면 그저 자책할 수밖에 없을까. 하지만 이럴 때 우리는 좋은 글을 읽고 우리 안의 작은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다시 살아갈 힘을 내곤 한다.

사람살이의 상처와 고통을 이야기하면서도 글을 읽는 이의 마음을 온기와 희망으로 차오르게 하는 작가 정호승. 작가생활 40여 년 동안 수많은 시와 산문을 발표하며 사람들에게 삶의 상처마저도 희망의 씨앗으로 키우는 지혜를 선물해 온 그가 새 산문집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를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동아일보》에 연재한 칼럼 <정호승의 새벽편지>를 정리하고 새로 쓴 41편을 더해 총 71편의 산문을 엮은 이 책에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등 살아갈 때 꼭 붙잡고 있어야 할 ‘마음’을 삶 속 깊은 데서부터 길어 올린다.

저자는 삶의 고통을 어떻게 인생에 조화시킬 것인지를 귀띔해 주고,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상기시킨다. 혼자 여행하는 길에 들른 찐빵가게 주인이 “저녁 같이 먹자”며 건네는 소박한 밥상에서 배려를 발견하고, 군복무 중인 아들에게는 진실한 응원과 충고를 전한다. 연로하신 아버지와 저자가 태어난 생가에 직접 찾아가 자신을 받아준 산파와 손을 맞잡고 이야기 나눈 대목은 점차 사라져가는 소중한 옛 정서의 기록이자 젊은이들과 아버지 세대를 잇는 다리다. 

또한 사람의 삶과 마음에 기울이는 관심만큼이나 자연과 사물에도 친근하고 깊은 시선을 보낸다. 잎을 떨어뜨리고 다시 새순이 돋는 계절의 변화에서 아픔, 기쁨, 미움과 용서를 담아내고, 사랑과 이별, 나이듦과 거듭남을 일깨운다. 얽힌 채 노출된 소나무 뿌리가 사람들에게 밟혀 반질거리는 것을 보면서 ‘자신을 디딤돌 삼도록 내어준’ 뿌리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느 수더분한 총각의 말을 빌어, 금이 가 못쓰게 된 물동이에도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자연이 인간과 하등 다를 것 없으며, 더불어 살며 서로에게 살아갈 힘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글과 함께 ‘명상화가’, ‘시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박항률 화백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선택의 기로, 절벽과도 같은 지점에 앉은 곤충이나 새를 또 다른 자아로 여기고 성찰하는 모습을 그린 박 화백의 그림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견지해야 할 태도를 권면한다. 

저자는 홀로 삭여야 할 실패도, 함께 겪어야 할 슬픔도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겪는 일이며, 사랑하는 이들과 더불어 사는 가운데 주어진 삶을 담담하게 완성해 가야 함을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역설한다. 독자들은 저자의 주옥같은 산문 속에서, 삶의 가치란 먼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있으며, 이를 통해 위로를 받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귀한 가르침을 배울 것이다. 

저자 및 역자

정호승

정호승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서울의 예수』『새벽편지』『별들은 따뜻하다』『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이 짧은 시간 동안』『포옹』『밥값』『여행』, 시선집으로『흔들리지 않는 갈대』『내가 사랑하는 사람』, 동시집으로『참새』, 어른을 위한 동화집으로 『항아리』『모닥불』『의자』『울지 말고 꽃을 보라』, 산문집으로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린이 박항률

그린이 박항률

197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1982년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 뉴욕, 런던, 볼티모어, 후쿠오카 등에서 26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순간의 경건함과 영원함을 한 편의 시처럼 캔버스에 담아내는 화가다. 그의 그림에는 고요한 침묵의 향기가 있고, 자연을 통해 내면을 성찰하는 응시의 시선이 있다. 저서로는 시집 『비공간의 삶』『그리울 때 너를 그린다』『오후의 명상』『그림의 그림자』가 있다.

본문 중에서

모든 꽃은 밤이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아침에 아름답게 피어나기 위하여 고통스러운 밤을 참고 견딘다. 신영복 선생께서는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인생은 목표의 달성과 완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준비하며 살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누가 인생을 완성하고 떠났을까. 아무도 인생을 완성하고 떠난 이는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떠났을 뿐이며, 과정 그 자체가 바로 완성이다.

 ─<선인장은 가장 굵은 가시에 꽃을 피운다> 중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선물은 지금 내가 한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다. 만일 신에게 그런 선물을 받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존재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미국에 거주하는 형이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아무 선물도 사 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그때 “내 삶 속에 형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물건이나 물질보다 서로 건강하고 성실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선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 또 내가 상대방에게 사랑하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더 소중한 사랑의 선물은 없다.  

       ─<가장 소중한 선물> 중에서

   

요즘 아이들에게 신발은 그저 신발일 뿐 변형의 즐거움을 주는 상상력의 매체는 아니다. 섬돌 위에 흰 고무신과 검정 고무신 한 짝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방 안에 누가 와 있는 줄 대뜸 알아차리던 시절은 이미 다 지나갔다. 모내기철에 시골에 갔다가 논둑 위에 막걸리 주전자와 김치보시기와 고무신 몇 켤레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가슴이 찡해지곤 했는데 이젠 그런 풍경도 만나기 어렵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국적 아름다움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검정 고무신의 추억> 중에서


서대문구청에서 주최한 핸드프린팅 제막식에 참석했던 나는 최인호 선생의 동판 앞에서 오랫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원고지 위에서 죽고 싶다’는 이 말 한마디가 한 편의 절명시처럼 아프게 내 가슴을 때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작가의 글귀는 다 자필이었으나 최인호 선생의 글귀만은 자필이 아닌 활자체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자필 글귀를  받아야 할 시점에 그만 최인호 선생께서 작고하시는 바람에 미처 받지 못했다. 그의 두 손 또한 유족의 허락을 받아 영안실에서 핸드프린팅 작업을 한 거였다.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다. 문학의 거리 동판에 새겨진 손은 다들 생존 작가의 손이었지만 최인호 선생의 손만은 사후의 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손가락 끝은 유달리 잔주름이 많이 있고 왼손이 조금 휘어져 있어 사후에 프린팅한 손임을 짐작게 해주었다.   

  ─<원고지 위에서 죽고 싶다> 중에서


이제 낙엽을 쥐여드리던, 눈뭉치를 얹어드리던 아버지의 손은 더 이상 잡을 수가 없다. 밤마다 기도하시던 아버지의 손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오늘은 내 손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버지의 손이 떠오른다. 아침마다 어린 내 손을 잡고 초등학교 정문 앞까지 바래다주시던 젊은 날의 멋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아버지의 손에 맞아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나를 단 한 번도 때리지 않았다. 아버지한테 야단맞을 일이 수없이 많았지만 주먹이 된 아버지의 손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의 손은 항상 내 손을 잡기 위해, 나를 쓰다듬어주기 위해 존재했을 뿐이다.

  ─<그리운 아버지의 손> 중에서

추천사

박범신(소설가) 

1973년 발표된 빼어난 데뷔시 「첨성대」를 빼놓고 정호승 시인을 생각하는 건 나로선 쉽지 않다. 나도 그해 작가로 등단, 데뷔 동기생으로 자주 만났던 인연 때문이다. 여기 산문들을 통해서도 나는 「첨성대」를 본다. 풍진의 40여 년을 보내오면서 “할머니 눈물로 첨성대가 되었다”로 시작되는 젊은 시절 시인의 맑은 영혼이 세계와 시간에 의해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눈물로 첨성대가 된’ 할머니들과, ‘온 마을 석등마다 불을 밝’히는 할아버지들과, 그런 이웃들을 보는 그의 시선이 훼손되기는커녕 우물보다 더 맑고, 깊고, 견고해졌으니 어찌 경이롭지 않겠는가. 고요하지만 옹골찬 성찰의 눈으로 길어 올리는 지혜의 품격 또한 아름답다. 그는 안팎이 모두 ‘시인’이요 좌우가 다 ‘사랑’이며 상하가 오직 올곧은 ‘사람’이다. 이 산문들이 나의 이런 신뢰를 두텁게 보장해 주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당신은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 / 다시 성자(聖者)를 기다리며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 울지 말고 꽃을 보라 / 뿌리가 꽃이다 / 노점상 물건값 깎지 말라 / 염수정 추기경님께 보내는 편지 /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 / 쌀에 아무리 돌이 많아도 쌀보다 많지 않다 / 선인장은 가장 굵은 가시에 꽃을 피운다 / 내일이라는 빵을 굽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재료가 필요하다 / 모든 벽은 문이다 /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 보세요 


제2부

인생은 마라톤 경주가 아니다 / 목표 지향적 삶보다 경로 지향적 삶을 살아라 / 자기를 속이지 말라 / 시간도 신의 피조물이다 / 가장 소중한 선물 / 어머니의 사랑과 신의 사랑은 같다 /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한 집배원 / 삼등은 괜찮지만 삼류는 안 된다 / 쓴맛을 보지 못하면 단맛을 보지 못한다 / 자살의 유혹에 침을 뱉어라 / 나만의 사다리를 찾아라 / 우정에도 인내가 필요하다 / 원고지 위에서 죽고 싶다 /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 / ‘어른 김용택’보다 좋은 ‘아이 김용택’ / 아이들은 위대한 시인이다 / 백두산을 품에 안은 아이들 / 검정 고무신의 추억 / 아기 발은 예쁘다 


제3부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유월의 무논을 바라보며 / 소나기가 내려야 무지개가 뜬다 / 풀잎은 태풍에 쓰러지지 않는다 / 나무 그늘에게 감사! / 신에게 귀 기울이는 것 또한 기도다 / 갈릴래아 호숫가를 거닐며 / 사진을 찍으려면 천 번을 찍어라 / 목적을 버려야 목적에 다다른다 /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 / 너는 네 인생의 주인이 되라 / 부모는 활이고 자식은 화살이다 / 내가 사랑하는 화가 렘브란트 / 박항률 그림을 사랑하는 까닭 / 내 마음의 정자 섬호정 / 당신은 생가(生家)가 있으십니까? / 한가위는 어머니다 / 서울도 고향이다 / 갈매기가 날아야 바다다 


제4부

내 인생의 스승 운주사 석불들 / 삶은 이기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 슬픔 속에 성지(聖地)가 있다 / 다시 첫눈을 기다리며 / 실패를 기념하라 / 무엇을 위하여 종은 울리나 / 가족은 희망이다 / 지는 꽃은 또 피지만 꺾인 꽃은 다시 피지 못한다 / 그리운 아버지의 손 / 용서의 계절은 언제나 오고 있다 / 미리 쓴 나의 버킷리스트 / 죽음의 가치는 누가 만드나 / 다산초당에서 만난 ‘뿌리의 길’ / 재일동포와 수박 / 집에서 무슨 신문 보세요? / 평균적 가치관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니다 / 바람이 강하게 불어올 때가 연 날리기에 가장 좋은 때다 / 아직도 세뱃돈을 받고 싶다 / 새해의 눈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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