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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산책

한국의 美 산책

저자
최선호 지음
출간일
2007년 11월 30일
면수
352쪽
크기
152*225
ISBN
9788973378883
가격
28,000 원

책소개

정조대왕, 퇴계 이황, 고산 윤선도 등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미황사, 병산서원, 다산초당에 스며 있는 옛 품격이 되살아나는
자랑스런 우리 문화유산 답사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며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단순 절제의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화가 최선호의 첫 책 『한국의 美 산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고즈넉하다”일 것이다. 멋들어진 자연과 어우러진 역사의 풍경, 그 속으로 뛰어들어가 ‘단정한 태도로’ 선현들의 지혜와 멋을 배우고 익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동양회화를, 간송미술관에서 학예연구원으로 8년간 한국미술을 연구했고, 뉴욕대 유학시절에는 현대회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한국전통문화학교(정부가 전통문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2000년도에 충청남도 부여에 설립한 4년제 국립대학) 교수로 우리 문화의 계승·발전에 힘쓰고 있는 저자가 역사와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하고, 한국의 미학적 아름다움이 뛰어난 문화유적지에 직접 찾아가 그곳과 연관된 역사인물과 미적 가치, 그리고 화가로서의 예술적 감성까지 써내려간 이 책은 색감·균형감·입체감이 살아 있는 인문논픽션이다.
2005년 5월부터 매달 초 유적지를 방문한 후 집필한 30편의 원고를 정리해 ‘자연과의 조화’, ‘역사 속 인물과의 조우’, ‘화려한 건축물에의 예찬’, ‘되돌아가고 싶은 시간’, ‘선현의 정신 탐구’ 등 주제별로 구분·정리한 이 책에는 ‘비어 있음의 미학’ 병산서원, 사대부가의 자취가 숨 쉬는 선교장, 백제 고려 조선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장곡사, 퇴계 선생의 학문과 문향(文香)이 어려 있는 도산서당, 단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청암정, 초의 선사의 거처였으며 차 문화의 고향인 일지암 등 역사적 의의와 더불어 아름다운 자연까지 맛볼 수 있는 문화유적들이 저자가 직접 찍은 190컷의 사진에 담겨 기존의 답사기들에서 찾지 못했던 지적, 예술적 감수성을 선사한다.
“볼 것을 못 보면, 못 볼 걸 본다”라는 문화재 감상에 대한 저자의 지론처럼, 정보를 알려준다는 미명 하에 문화유적의 앞을 가로막던 표지판이나 문명세계의 상징인 전신주, 유명세를 탈수록 북적이는 사람들까지 큰맘 먹고 찾아간 이들이 실망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인공의 증거’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저자는 원래의 모습을 가려 찍기 위해 후대가 벌여놓은 장치들을 가능한 한 배제했고, 인적이 드문 시간을 노려 홀로 답사지를 찾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그곳 자체의 멋을 아날로그 카메라에 되살렸다. 이 책에는 그 소박한 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 작업과 유적지에서의 감상을 되새기며 글로 그려낸 한 편의 그림이 담겨 있다.
청아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풀어내는 옛 이야기가 문화재 현장과 어우러져 리드미컬하게 전개되는 『한국의 美 산책』은, 저자와 함께 문화재 답사를 떠나 따사로운 햇살과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듣는 듯한 친근함까지 더해주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찾아가기 전 반드시 읽어야 할, 소장가치 또한 충분한 책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개심사의 진면목은 무량수전을 지나 명부전(冥府殿) 뒤 산신각에 올라 송림과 고목 사이로 바라보는 풍경이다. 한옥의 미는 멀리서 바라볼 때 찾을 수 있다.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사찰 전각의 지붕선이 푸른 자연과 어울려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전각들이 가족처럼 어우러져 있다. 한국은 대부분 산지로 구성돼 있어 건축을 구성하는 공간이 크지 않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만 해도 그렇다. 청나라의 자금성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그러나 세상의 미감은 크기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건물이 들어서는 인문·지리적 환경과 어울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미감을 보여줄 수 있다. 작은 아름다움이 그것이다. 한국의 미는 작고 단아한 아름다움이다. 사찰 건축도 마찬가지여서, 선종 사찰에 어울리는 명산의 명당, 승경에 아담한 건축이야말로 한국 미의 또다른 전형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개심사의 건축적 아름다움은 의의가 크다.
―1장 자연에 녹아들다 <명산의 일부가 된 아담한 건축, 개심사> 중에서

퇴계는 도산서당의 완락재에서 혼자 한밤중에 일어나 창을 열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가 한 가닥 상념이 자신을 파고들었던 체험을, “달은 밝고 별은 깨끗하며 강산은 텅 비어 있는 듯 적적하여, 천지가 열리기 이전 세계의 한 생각이 일어났다”고 밝힌 적이 있다. 고요한 사색의 생활 속에서 그는 우주의 시원을 경험했던 것이다.
숭고할 정도로 아름다웠을 자연의 한가운데 한 점 도산서당이 앉아 있던 풍경을 마음으로 그려본다. 그 도산서당에서 학문과 독서로 노년을 보낸 퇴계 선생의 삶도 그려진다. 자신만의 우주에서 세상을 얻었으니 세상 어떤 것도, 세상 그 누구도 부러울 것이 없었을 삶, 이보다 멋진 삶이 또 있을까?
―2장 역사 속을 거닐다 <선비정신이 오롯이 살아 있는 도산서당> 중에서

경주의 서역인 자취를 찾아 흥덕왕릉(興德王陵) 가는 길, 6월 밤꽃이 늦깎이 꽃을 피워 연분을 진하게 흩날린다. 차가 경부고속도로 추풍령을 넘으니 산하가 여름으로 가득하다.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서포항 인터체인지를 벗어나면서 풍경이 경주로 바뀐다. 흥덕왕릉 이정표를 따라 한가한 농촌 풍경 속에 허름한 입간판이 보인다. 이곳이 신라 42대 흥덕왕(재위 826∼836년)의 능으로, 입구는 허름하다.
호기로운 서역 무인상보다 더 마음을 빼앗은 것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경주에는 소나무 숲이 유별나게 많다. 남산 삼릉골 솔숲도 그렇고, 괘릉의 소나무도 아름답다. 그뿐 아니라 불국사 청운교(靑雲橋)·백운교(白雲橋) 앞 소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다보탑 뒤로 보이는 소나무의 자태는 고색과 어울려 창연하다. 흥덕왕릉 솔숲 사이로 지는 석양빛을 받으며 한참을 오르니, 석양에 서역 무인상이 천년 세월을 묵묵히 견디며 노송을 배경으로 서 있다.
―4장 시간을 거슬러 오르다 <서역과 교류한 국제도시, 경주> 중에서

천보루 아래를 지나 대웅전 영역으로 들어가면 화산의 아늑한 봉우리를 배경으로 삼아 단정하지만 당당하게 자리한 대웅보전을 마주한다. 정면 3칸, 측면 3칸인 대웅보전은 정조의 친필 현판이 걸려 있다. 내부에 단원 김홍도가 그린 후불탱화가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고색창연하다. 천장에는 화려한 닫집에 용과 봉황 그리고 여의주 장식과 화려한 연등천장이 장엄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삼존불의 조각 솜씨도 조선 문화 절정기였던 당시의 조형답게 작지만 아름답다. 대웅보전은 그야말로 조선 후기 문화의 작은 보물창고이다. 대웅보전 앞마당 천보루 건물 위로 내리는 겨울 햇살이 따뜻하다.
정조의 갸륵한 효심 융건릉은 여주 영릉만큼 크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크기로 비교할 수 없는 기품과 아름다움이 서려 있다. 당나라 측천무후의 건릉처럼 엄청난 규모의 석수나 석인상이 없어도 사람의 마음을 감동케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인간 본연의 마음이 닿아서이리라.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정조는 살아서는 생부 사도세자의 신원(伸寃)과 한을 풀어드리고, 죽어서는 자신도 부모 묘소 부근에 나란히 묻히는 천복을 누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정조의 갸륵한 효심에 숙연해진다.
―5장 선현의 정신을 배우다 <정조의 갸륵한 효심, 융건릉> 중에서

추천사

최선호 교수와 동행하는 여행길이라면, 나는 아무리 바빠도 먼 길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문화의 감춰진 속살을 찾아 자분자분 해설하는 그의 말을 듣다 보면, 문화를 보는 새로운 눈이 열리는 느낌을 받지 않은 때가 없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한국의 미를 찾아 산책을 떠나는 것은 행운이다.
―안대회 |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아름다움은 절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니, 사람으로 인하여 드러난다.” 당나라의 문인 유종원의 명언이다. 우리의 땅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야 그 땅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법. 최선호 교수는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 아름다운 이름을 떨친 우리의 옛 땅이, 이제 최교수의 아름다운 글에 힘입어 더욱 아름답게 되었다.
―이종묵 |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볼 것을 못 보면 못 볼 것을 본다.” 지난번 동행한 경주 답사길에서 최교수가 내게 해준 말이다. 사람은 볼 것과 못 볼 것을 잘 가려야 한다. 눈이 밝고 마음이 맑아야 풍경은 제 속살을 보여준다. 그의 글은 맑고, 사진은 군더더기가 없다. 남들이 다 보고서도 못 본 것을 그는 콕콕 집어내서 보여준다. 난해한 풍경도 그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 당하고 만다.
―정민 |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목차

들어가는 말 | 한국 문화의 꽃
1장 자연에 녹아들다

비어 있음 미학의 절정 병산서원 | 자연 관조의 여유로움 옥산서원 | 완벽한 사대부가의 면모 선교장 | 명산의 일부가 된 아담한 건축 개심사 | 백제, 고려, 조선이 어우러진 장곡사 | 텅 빈 노을이 천하절경인 부석사
2장 역사 속을 거닐다

선비정신이 오롯이 살아 있는 도산서당 | 단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 청암정 | 선현의 고고한 인품이 엿보이는 추사고택 | 초의선사가 머물던 차 문화의 고향 일지암 | 역사에 빛나는 학문의 세계 다산초당 | 충무공의 정신이 깃든 곳 통영
3장 건축에 사로잡히다

전나무 숲길 지나 드러나는 한 조각 보물 내소사 | 무지개 돌다리를 건너 만난 선암사 | 민가의 양식을 빌려온 궁가 연경당 | 조선 미감의 보고(寶庫) 마곡사 |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다운 백흥암 | 계곡 위의 선경 화암사
4장 시간을 거슬러 오르다

서역과 교류한 국제도시 경주 | 윤선도의 삶과 예술을 간직한 보길도 | 백제의 순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부여 | 적송의 기상과 다채로운 계곡 화양동 | 법보 팔만대장경을 모신 해인사 | 오백 년 선비 문화의 원형 관가정
5장 선현의 정신을 배우다

헛된 욕망 버리고 선객의 마음이 되어 화엄사 | 깨달음의 의미를 알려준 미황사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 정조의 갸륵한 효심 융건릉 | 한 편의 문학, 한 폭의 그림 소쇄원 | 욕망은 털어버리고 순수함만 남긴 운주사
나오는 말을 대신하여 | 화가가 되고 싶은 꿈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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