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고 쓸 때는 하루에 보통 서너 갑을 피울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죽는 날에도 담배를 입에 물고 죽겠다」는 수필 한 편이 지금까지 애연가 동호회 사이트에 올라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한순간 탁 끊었습니다. 스승께서 던지신 말씀에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쥐는 쥐약인 줄 알면 먹지 않는데, 사람은 쥐약인 줄 알면서도 먹는다.”
“아주 뜨거운 물잔은 얼른 내려놓으면 되는데, 붙잡고 어쩔 줄 모르니 델 수밖에 없다.”
“세상을 끌고 가도 시원찮은데, 담배한테 끌려다니겠는가?”
저는 스승께서 운영하는 문경의 ‘깨달음의 장’에서 37년 6개월간 쥐고 있던 뜨거운 물잔을 내려놓았습니다. 백해무익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담배에게 끌려다니기를 거부한 것입니다. ─1장 <당신은 누구십니까> 중에서
중국에 예속되거나 일본에 강점당할 만큼 우리 민족이 보잘것없다고 말하는 학자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지구의 중심은 어디입니까?”
그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지구의 중심은 박사님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내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가 지구의 중심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묻겠습니다. 지구의 중심은 어디입니까? 땅이 넓은 중국입니까, 아니면 미국이겠습니까? 선진 강대국들의 땅이 세상의 중심입니까? 자신이 서 있는 곳, 바로 자신의 발밑이 지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영혼이 깨어 있는 자입니다. ─3장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중에서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뺑소니 운전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형사에게 끌려 경찰서 현관으로 나서던 그는 저와 마주친 순간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처참한 표정과 공포에 찬 눈빛으로 곧 쓰러질 듯 몸을 가누지 못했고 저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은 땅바닥에 두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러고는 제 의지와 상관없는 말을 지껄였습니다. 용서한다고, 내가 복이 없어 아버지를 잃었노라고, 내가 도와줄 테니 제발 기운내라고……그때 경찰서에 함께 있던 친지 한 사람이 언성을 높였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대를 이어 갚으라 했는데 너는 좀 유명하다고 해서 원수를 그리 쉽게 용서하느냐? 불효이고 배은망덕 아니냐? 네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느냐?”
이런 모진 말을 듣고 장례를 치르면서 저는 마음이 참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의 가르마를 타준 선배한데 그 사실을 털어놓고 하소연했습니다.
선배는 대뜸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자네 아버님께서 뭐라고 하실 것 같은가?”
저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냥 용서하라고 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네가 옳았네.”
그 한마디에 제 엉킨 마음이 풀렸습니다.
─6장 <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