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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1

까마귀 1

저자
한수산 지음
출간일
2003년 06월 05일
면수
284쪽
크기
152*225
ISBN
9788973375264
가격
8000 원

책소개

잔혹한 역사 속에 무참히 스러져간, 피폭 한국인들의 처절한 生과 사랑!
한수산 30년 문학의 힘이 꿈틀대는 비극의 대서사시!
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씻어내는, 휴머니즘 문학의 진수!


빼어난 문체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빛나는 작품들로 격찬받아 온 작가 한수산. 『까마귀』는 한수산 작가가 1989년 첫 일본 현지취재를 시작으로 15여 년 만에 완성해 낸 본격 장편소설로서, 일제 패망기에 나가사키로 징용을 간 뒤 원폭에 희생된 피폭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문학적 반생을 바친 집념의 작품, 그 뜨거운 작가혼의 결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장편소설는 1996년 『사랑의 이름으로』(문학사상사) 이후 약 8여 년 만에 발표되는 것으로, 1999년 단편집 『4백년의 약속』(나남) 이후 처음 발표되는 소설작품이다.
우리 근현대사의 피멍울로 남아 있는 피폭 한국인들. 한수산 작가는 그들의 삶에 대한 문학적 복원을 필생의 작업으로 여기며, 그동안 「국경(國境)」 「맑고 때때로 흐림」과 같은 중단편을 통해서도 같은 주제를 발전시켜 왔다. 마침내 그러한 작가적 집념이, 다섯 권의 소설작품으로 집대성되어 꽃피게 되었다.
『까마귀』는 방대한 작품 규모와 치열한 역사의식을 통해 작가 한수산의 새로운 문학적 지평을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90년대 이후,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와 권력의 희생양이 되는 인간의 문제에 천착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역사의 진실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개인을 투시하던 섬세한 눈은 이제, 가려진 역사의 현장으로 시선을 넓혀 그 처절함을 생생히 일깨우며, 서정에서 서사로, 개인에서 역사로 그 작품세계의 확대와 변화를 보여준다.

가혹한 역사의 파고에 휩쓸린 힘 없는 자들의 생의 질곡
총 다섯 권인 『까마귀』는 크게 전반부의 하시마 탈출 과정과, 후반부의 원폭 투하 과정으로 구성된다. 지옥섬 하시마로 끌려가 비인간적인 노동과 폭압 속에 힘겨운 세월을 보내는 윤지상, 이동진, 최우석, 장명국. 그리고 고통 속에 떠나보낸 남편을 기다리는 서형과, 불모의 땅에서 우석과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금화.‘지옥’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우정은 뜨거웠으며, 분노는 살아 있었다. 결국 이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과 소요를 계획한다. 하시마를 빠져나온 이들은 나가사키의 조선소에서, 지하터널에서, 형무소에서 다시 일제의 ‘인간 총알받이’가 되고,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면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폭력과 야만의 시대를 향한 장엄한 진혼곡
작품의 배경인 1944년 초부터 1945년 8월은 태평양전쟁의 광기가 극에 달하며, 원폭투하라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는 반인륜적인 역사의 시간이다. 주요무대인 하시마는 일제 최대의 군수공업체인 미쓰비시가 개발한 최악의 탄광지역으로, 전시의 야만성과 그로 인한 한국인들의 고난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가사키는 군수공업의 집결지로서 원폭투하란 비극적 운명을 잉태한 채, 전쟁의 참혹한 결말을 상징한다.
그 당시 강제징용, 원폭, 역사로부터의 망각이라는 삼중고를 겪어야 했던 피폭 한국인의 수가 무려 1만 여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까마귀』는 그들의 넋을 위로하며, 폭력과 야만의 시대에 바치는 한수산의 진혼곡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기존의 국내소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시 일본인들의 처절한 실상이 주인공들의 고난과 함께 세밀하게 묘사된다. 이는 편협한 한일관계의 도식을 뛰어넘어, 결국 일으킨 자와 당한 자 모두 피해자가 될 뿐인 가열한 전쟁과 역사의 광기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로 뜨거운 휴머니즘에 입각한 작가 한수산의 시선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한수산 소설미학이 빚어내는 탁월한 감동과 강렬한 흡인력
치열한 역사의식은 탁월한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서도 더욱 빛을 발한다. 이는 생동감 넘치는 언어와, 세련된 감성, 섬세한 묘사 그리고 유연하고 속도감 있게 이어지는 구성으로 대표되는 한수산 소설미학의 장점을 충실히 계승하며 이루어진 것이다.
빠른 필치로 전개되는 막힘없는 스토리는 암울한 역사의 시공간 속에서도 소설읽기의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끌려옴과 유폐, 탈출 그리고 원폭에 의한 고립 구도는 출구 없는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과 역사의 무자비함을 극적으로 전달한다.
무엇보다 개성적인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이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를 통해 명징하게 살아나 우리의 가슴을 파고든다. 잔혹한 역사의 시공간과 섬세한 문체가 이루어내는 대비와 조화는 작품의 비장미를 보다 극적으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교훈과 재미, 감동과 즐거움이라는 소설문학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비극이라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 그로 인해 우리의 해방을 좀더 빨리 맞이하였을지 모르나, 광복의 기쁨 뒤에 피폭 한국인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이 작품은 또다시 원폭의 망령을, 전쟁의 광기를 불러내려는 이들에게, 그것으로는 그 어떤 인간도 구원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70년대를 대표한 감성의 작가에서, 80년대 필화사건으로 상징되는 독재권력의 희생자로, 90년대 뼈아픈 문학적 치유기를 지나, 2003년 다시 우리 앞에 선 작가 한수산. 『까마귀』는 문학의 진정성을 통해 가려진 역사를 올바르게 복원하여 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씻어내고자 한 작가 한수산의 오랜 집념이 담긴 작품으로, 앞으로의 힘찬 문학적 행보를 예감케 한다.

저자 및 역자

한수산

한수산

1946년에 태어나 강원도 춘천에서 자랐고,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월의 끝」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와 다양한 삶의 형태에 천착한 『해빙기의 아침』 『모래 위의 집』 『욕망의 거리』 『거리의 악사』 『유민』 『4백년의 약속』 『말 탄 자는 지나가다』 등을 발표하며 유려한 문체가 빛나는 특유의 소설미학을 구축해 왔으며, 일제시대 강제징용병들의 처절한 삶을 추적한 『까마귀』로 국내뿐 아니라 일본 문단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에세이로는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사람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등에서 현대인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많은 독자들에게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또한 꼬박 10년 동안 매달 가톨릭 순교자를 재조명한 순례기 『한수산의 순교자의 길을 따라』를 통해 풍요로운 은총의 자리로 독자들을 초대한 바 있다. 1977년 『부초』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1991년 「타인의 얼굴」로 제36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소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대표 장편소설 『부초』 『해빙기의 아침』『바다로 간 목마』 『어떤 개인 날』 『가을 나그네』 『밤의 찬가』 『사월의 끝』『이별 없는 아침』『엘리아의 돌계단』 『거리의 악사』 『달이 뜨면 가리라』『안개』『가을꽃 겨울나무』 『서울의 꿈』『아프리카여 안녕』 『푸른 수첩』『모래 위의 집』 『진흙과 갈대』『마지막 찻잔』 『그리고 봄날의 언덕은 푸르렀다』『네가 풀이었을 때』 『성이여 계절이여』『이브의 성』 『유민 1부』 『유민 2부』 『유민 3부』『밤에서 밤으로』『안개』 『먼 그날 같은 오늘』 『욕망의 거리』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다』『사랑의 이름으로』『네가 별이었을 때』 『모든 것에 이별을』『밤기차』『까마귀』 대표 에세이 『젊은 나그네』『순결한 아침을 위하여』『저녁에는 그대여, 아침을 꿈꾸어라』『기억의 안개숲』『살고 싶은 여자와 하고 싶은 일』『벚꽃도 사쿠라도 봄이면 핀다』『이 세상의 모든 아침』『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길에서 살고 길에서 죽다』『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꿈꾸는 일에는 늦음이 없다』『사람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한수산의 순교자의 길을 따라』

본문 중에서


[등장인물 소개]

검은 비에 휩쓸려간 이름 없는 이 땅의 청춘들!
지옥과 같은 가혹한 세월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우정은 뜨거웠으며, 분노는 살아 있었다!

지상
나가사키를 뒤로하고,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을 등지고 지상은 걸었다. 조선으로 돌아간다. 나의 조국, 미움 속에서도 사랑해야 하는 나의 조국. 잃어버린 우리들의 나라로 나는 돌아간다. 내 아내, 내 아이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해 간다. 나를 기다리는 그들을 내가 껴안으러 찾아간다. 나는 이제 떠나올 때의 내가 아니다. 사요나라, 나가사키.

친일파 윤두영의 둘째아들로 형을 대신해 징용을 간다. 지상은 인간 존엄성이 말살되는 하시마에서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최악의 순간에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며, 진정 옳은 것이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깨달아간다.

우석
잊지 마라. 너 이렇게 살아야 한다. 많은 걸 미워해라. 분노가 있어야 산다. 차마 눈을 못 감게 미워해야 할 게 많아야 한다. 그러면 우린 다시 만난다. 그래, 그러자면 독하게 마음먹고 많은 걸 미워해야 한다. 그것도 목숨 부지하는 길이라는 걸 난 이 섬에 와서야 알았다. 사람이기에, 사람이기 위해서 싸우며 살 거다. 사람이기에.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태도로 하시마 징용공들의 구심점인 우석. 투사적인 일면 뒤에, 금화를 만나 비극적인 첫사랑에 빠지는 뜨거운 순정을 품은 사내. 사람으로서 무엇에 눈 감지 말고, 무엇에 타협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서형
서형은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뒤뜰을 둘러본다. 옻칠한 상 하나 꺼내서, 밤이면 맑은 물 한 그릇 떠놓고 빌면 되겠지. 일본땅이 아무리 험악해도 그렇겠지요. 별은 뜨지 않겠어요. 그래요. 우리 저 별을 봐요. 당신 있는 곳에 뜨는 별이나 여기 이 뒤뜰에서 바라보는 별이나, 별은 하나일 거예요.

훈장댁 막내딸로, 징용으로 끌려간 자신의 남자를 기다리는 조선의 여자. 남편을 보내고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지만, 남편에 대한 순정한 사랑으로 기다림의 고통을 견뎌간다.
금화
금화가 나자빠져 있는 됫병 술을 집어들었다. 그녀는 병을 들어 술을 목구멍에 쏟아부었다. 나는 여기 남아 있지만 내 마음은 그에게 안겨서 저 원한의 바다를 건넜다. 무엇에 빌 수만 있어도 좋으련만, 나는 어쩌다가 그런 것도 없이 살았나 모르겠다. 세상 살면서 어느 천년에 내가 어떤 남자를 위해 빌 일이 있을 줄 꿈이나 꾸었던가. 그래. 당신은 저 벌판, 흙이라고 합시다. 나는 그 위에 뜬 무지개로 살렵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 몸을 버리고, 곡절 끝에 하시마의 유곽까지 흘러들어와, 독한 술에 의지해 살아가는 거친 들풀 같은 여자. 우석을 만나 생애 처음으로 사람대접을 받으며, 사랑을 느끼고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우석을 떠나보낸 뒤, 노무계에 잡혀가 끔찍한 고문을 겪고 몸도 마음도 황폐해진다.

동진
동진은 수감생활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가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에게는 꿈꾸는 내일이 있다. 노동자들을 깨우쳐야 한다. 그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나아가야 한다. 무릎꿇고 살기 보다는 일어서서 싸워야 한다.

속 깊고 사리판단이 분명하며 신학문에도 밝은 그는 우석과 하시마의 폭압적 노동환경에 대항하는 의지적인 인물. 탄광 소요사건의 주범으로 나가사키 형무소에 수감된 뒤 자신의 삶을 노동자를 위해 바치리라 결심하지만, 원폭은 그의 내일을 잔인하게 짓밟는다.

명국
혼자라도 떠나라고 해야겠지. 여기 남아선 안 된다. 내 꼴을 보아라. 바로 내 꼴이 여기 남아 있다가 우리가 만날 끝이다. 눈물로 흐려오는 눈으로 명국은 벽 위로 나 있는 창을 올려다보았다. 언제, 저 밖으로 나갈 것인가. 나가면…… 다리병신, 절뚝거리며 하늘을 보면 무엇 하며, 땅을 밟으면 무엇이란 말인가.

하시마의 징용공들이 믿고 따르는 큰형님 같은 사람으로, 사기를 당해 지옥섬으로 흘러들어온 기구한 남자. 현실에 순응하지만, 점차 하시마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며 탈출을 결심한다. 그러나 낙반사고로 다리가 절단된 채 잔류하고, 나가사키로 와 귀향의 그날을 기다린다.

길남
아버지. 전 여기서, 이 일본에서 뭔가 할 겁니다. 여기가 조선보다는 큰물이에요. 아버지도 늘 그러셨잖아요. 사람이 놀려면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그리고 전 말입니다. 봉황 꼬리를 할 바에야 닭대가리로 살 겁니다. 아시겠어요?

명국의 친구 장태복의 아들로 징용을 피해, 아버지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한바집 오야붕 육손이의 눈에 들어 부하가 된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끝까지 조선인의 편에 서지 않으며 혼란한 세상에 영악하게 처세한다.



[줄거리]

<제2부 분노의 밥>
이대로는 안 돼, 여긴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다!
조선에서는 마침내 서형이 아들 명조를 낳아 남편도 없이 혼자 몸을 푼다. 득남 소식을 뒤늦게야 전해들은 지상은 탄광의 동료들과 술자리를 벌이고, 고향생각에 잠기는 그들 사이로 구슬픈 아리랑이 흐르고.
길남은 일본땅을 전전하다 나가사키에서 지하터널 공사장을 관리하던 조선인 육손이의 부하가 된다.
동료들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한 뒤 하시마의 삶에 회의를 느끼던 명국은, 지상에게 조심스럽게 탈출을 제의하고 둘은 곧 의기투합한다. 어느 날 징용공 오광수가 일본가정에서 강도짓을 하다가 붙잡혔다는 소문이 퍼지고, 노무계에 끌려간 그는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이 무성해지면서 탄광 내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한편 작업 도중 지반이 무너져, 명국이 탄더미에 깔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결국 명국은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탈출 계획에서 빠진다.

추천사

목차

<제1부 조국의 딸>
작가의 말|1. 자유의 길|2.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3. 산 자와 죽은 자|4. 친일파| 5. 겨울비|6. 인간공출|7. 금화|8. 길 떠나는 아침|9. 조선의 딸|10. 까마귀 우는 땅|11. 조국의 별|12. 때 묻은 소매 보면 고향 더욱 그리우리|13. 비 내리는 나가사키|14. 지옥섬 하시마|15. 동백꽃을 든 여자|16. 네 혼을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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