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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 클럽

붉은 손 클럽

저자
배수아 지음
출간일
2000년 09월 27일
면수
210
크기
152*225
ISBN
9788973373376
가격
8,000 원

책소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한나는 어느 날 아방가르드 요리 잡지의 편집장을 만난다. 그 잡지의 상근직 디자이너를 희망했던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아방가드르 요리 잡지로 보냈던 것이다. 상근직 디자이너로 채용하는 대신 그녀의 그림 '붉은 손 클럽' 만을 싣기로 하며, 그날 한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와의 관계를 갖게 된다.

그 단 한 번의 만남 이후, 한나는 아방가르드 요리 편집장을 사랑하게 되어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그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3년 전 자신을 호출한 붉은 손 클럽의 이반을 다시 만나게 된다. 한나는 이반의 도움으로 아방가르드 요리 편집장과 조우하지만 따스한 온기를 나누고 말을 나누는 그런 만남이 아닌 지극히 단자화된 상처뿐인 만남이 되어버린다.

한나와 불륜의 관계를 맺었던 전 직장 동료 무열은 자신의 연구소 후배와의 외도로 괴로워하며 한나를 찾는다. 그러나 예전 같지 않은 한나의 태도와 자신에 대한 모멸감 속에서 그는 한나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다시 일상의, 관계의 힘 속에서 살아간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 '당신 나를 절대로 떠날 수 없을 거야아아아아아아악!'

    무서운 광경이었다 여자의 얼굴이 불붙은 숯덩이처럼 검붉게 변하더니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커지고 고통과 쇼크 때문에 기절했다. 튀김 솥에서 꺼낸 여자의 손은 껍질을 벗겨낸 짐승처럼 피부가 터지고 짓물러 있었다.
  • 무열은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두 주먹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아마 울었을지도 모른다. 집안은 엉망이었다. 나는 갈비뼈가 부러졌을 거라고 짐작했다. 폐를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다. 왼쪽 귀에서 통증과 함께 멍한 폭풍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피가 말라붙은 왼뺨을 카펫에 대고 있다. 왼쪽 귀 속에는 무열의 정액이 가득 찬 채 말라가고 있었다. 아아, 나는 결국 이반과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카펫 위에는 부글거리는 검은 거품이 끓고 있었다. 귀 속의 정액을 향해서 수천 마리의 개미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개미들은 카펫과 내 가슴과 목에 뒤덮여 있었다. 귀의 통증과 소음은 그것 때문이었던 것이다. 예민한 성격이었다면 나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이미 죽었다. 무열은 내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186쪽  
  • 나는 무열을 안심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열은 그 스스로가 행한 폭력 때문에 겁먹고 있었다. 그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무열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열이 있고 뜨거웠다.
    무열, 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이제 떠나. 너가 사는 곳으로 가라.
    나는 미소를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입술이 굳어가고 있어서 불가능했다.
    한나, 정말 괜찮은 거야?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겠어?
    -187쪽  
  • 그럼. 봐, 코피가 난 것뿐이야. 다른 곳은 아무것도 다친 데가 없어.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어디가 찢어지지도 않았어. 그러니 난 괜찮아.
    그런데 너 이상해, 한나. 왜 그렇게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거야?
    난 피곤할 뿐이야. 너무 많은 일을 했거든. 그래서 좀 자고 싶어. 아침이 되면 모든 일은 다 제자리로 돌아와 있을 테니 무열, 걱정할 필요 없어.
    내 목소리를 상냥했다. 무열은 내 손을 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너를 볼 면목이 없다. 나는 못난 놈이다. 이렇게까지 내가 부끄러워 보기는 처음이다.
    무열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자, 마지막 담배다. 그것은 맞는 말이었다. 나란히 앉아 마지막 담배를 나누어 피웠다. 그리고 무열은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나를 뒤돌아보았다. 나는 왼쪽 눈을 손으로 가리고 그의 뒤에 서 있었다. -188쪽 
  • 추천사

    목차

    1. 아방가르드 요리 편집장
    2. 싸구려 주술사를 위한 변명
    3. 혐오스러운 크리스천 여자의 고통
    4. Tracing
    5. 쨔쟈끌린느의 눈물
    6. 붉은 손 클럽으로 가다

    황경신, 배수아를 만나다 | 그녀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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