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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니 햇빛이 눈부셨다. 모든 수목들이 햇빛 속에서 푸르고 건강하게 자라 오르고 있었다. 잔디밭에는 학생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있었다. 나와는 모든 것이 거리가 먼 풍경 같았다. 이제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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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어렵게 들어와서 너무도 어렵게 다니다가 너무도 쉽게 끝나버린 것 같았다. 문득 눈시울이 젖...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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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그림들을 둘러보다가 마침내 80호 정도의 대형 캔버스 앞에서 아, 하는 탄성을 나도 모르게 뱉어내고야 말았다. 내 예감은 적중했던 것이다. 완전히 몰락해 있는 어느 폐가에 수없이 많은 들개떼들이 몰려와 있었다. 건물의 유리창틀을 붙잡고 기어오르는 놈,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는 놈, 지붕 위에 버티고 서 있는 놈, 현관 앞에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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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수시로 경이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보다 소중한 것을 소멸시켜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전화기의 발명 때문에 차츰 연애편지가 소멸되어 가는 것 따위가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과학이 마침내 모든 인간을 소멸시켜 버릴는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언젠가는 인간이 과학의 발달을 최대한으로 억제시키느라고 허둥지둥 정신을 못 차리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나 양식을 갖추지 못한 어느 정서 불안정의 집권자가 있어 단추 하나만 잘못 눌러버리면 세계는 끝장이다. 흔히 경제개발에 관련한 포스터 속에 공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힘차게 치솟아 오르는 광경을 번영의 상징으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고 흐뭇한 미소를 띠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마나 우매한 일인가. 한 켤레의 나일론 양말을 신기 위해 한 바가지의 오염된 물과 공기를 마셔야 할 날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293-294쪽) 접기 - kelly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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