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는 장갑을 끼고 털조끼를 입은 채 연습을 했습니다. 입에서 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왔지만 손을 호호 불면서 연습에 몰두했어요.
그런데 발에 맞지 않는 스케이트가 계속 말썽이었습니다. 그래도 연아는 고통을 참으며 연습을 계속했어요.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넘어지기를 수십 번. 마침내 연아는 두 다리를 뻗고 주저앉아 버렸답니다.
연아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다시 일어서서 이를 악물고 뛰어 보지만 생각처럼 되지를 않았습니다. 링크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엄마가 말했어요.
“연아야, 오늘은 그만 하자.”
하지만 연아는 못 들은 척 눈물을 삼키며 계속 트리플 점프에 도전했어요. 연아는 연습 시간 두 시간을 다 채우고 나서야 연습장을 나섰어요.
“연아야, 차라리 러시아로 좀 더 일찍 떠나자.”
“그래. 여기는 연습장도 없고, 또 너무 추워서 안 되겠어.”
엄마와 코치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연아는 예정보다 일찍 출국을 하기로 했어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 대회에는 물리치료사도 함께 갔습니다.
-‘피겨 신동 김연아, 종달새처럼 날라 올라 세계 정상에 서다’ 중에서-
은빈이는 간밤에 잠을 설쳤습니다. ‘태왕사신기’의 주인공 아역을 맡은 데다, 우리나라 대표 감독인 김종학 감독님과 함께 일을 하게 되어 몹시 흥분되고 부담도 컸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첫 촬영인데, 아직 작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은빈이의 첫 촬영 장면은 ‘약초밭 장면’이에요. 아버지의 병 때문에 약초를 구하러 온 태자 담덕이, 역시 약초를 뜯으러 온 신당 사제 중 한 명인 기하에게 몰래 도움을 청하지요.
“여긴 신당 약초밭인데, 신당 사람이 아니면 오면 안 되는데…….”
“찻잎이 속병에 좋다고 해서 왔어. 약초에 대해서 좀 알아?”
“수습 사제는 바깥 사람이랑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컷! 오케이.”
연기를 못하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불벼락이 떨어지는 호랑이 감독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지면서 첫 촬영이 무사히 끝났어요. 하지만 은빈이는 다리가 천근만근이라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지요. 무거운 궁중 의상을 입고 몇 시간씩 서 있을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말이에요.
-‘연기 신동 박은빈, 스타가 아닌 배우를 꿈꾸다’ 중에서-
태환이는 허무하게 실격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토록 꿈꿔 왔던 올림픽인데 팔 한 번 휘저어 보지 못하고 실격을 당하다니! 이 대회에 오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훈련을 했던가. 태환이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치욕적인 일이었어요.
태환이는 그런 실수를 저지른 자신이 무척 원망스러웠습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별들과 한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는데……. 태환이는 그만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어요.
‘수영은 해서 뭐해? 학교 공부도 못하고 집에는 부담만 주는데…….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수영을 그만두자.’
수영을 시작한 지 십 년 만에 처음으로 태환이는 방황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멍하니 집에만 있다가 이따금 저녁때가 되어서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외출을 하는 게 전부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디오를 보고 있던 태환이에게 문득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탈의실에서 마주쳤던 장린의 눈빛이 너무도 생생했답니다.
“좋아. 내가 앞으로 다시 해켓 선수와 한자리에 설 수 있으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장린, 너를 꼭 잡고 말겠어.”
다음 날부터 태환이는 다시 수영장에 나갔습니다.
-‘수영 신동 박태환, 한국 수영의 희망으로 떠오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