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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삶과 죽음의 진실을 밝힐 단 하나의 이름을 찾아라!

저자
주제 사라마구 지음 / 송필환 옮김
출간일
2008년 02월 20일
면수
300
크기
127*187
ISBN
9788973379422
가격
14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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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과 죽음의 진실을 밝힐 단 하나의 이름을 찾아라!

한 여인에 대한 추적 속에 발견되는 존재와 부재.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에 이어 인간의 존재 문제를 추적한 대걸작으로 손꼽힌다.

나이 오십이 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직장과 집을 오가는 주제씨, 그의 유일한 취미는 유명인사의 기사나 사진을 수집하는 일이다. 어느날 주제씨가 등기소에서 몰래 가져온 유명인상의 기록 중에서 아주 평범한 여자의 기록이 끼어 있다. 주제씨가 그 여자에 대한 자료를 모으게 되면서 흥미로운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 ….

소설은 별 볼일 없는 중앙호적등기소 말단 직원 주제씨가 겪는 황당한 사건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이름 모를 도시에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 그리고 만남과 이별을 다루는 직업의 주인공 '주제 씨'가 미지의 여인을 찾아 헤맴으로써 '인식한다는 것'과 '실재한다는 것'의 간극을 되묻고 있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주제 씨의 결심은 이틀 후에 내려졌다. 일반적으로, 별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거나,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떤 일을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그만둘 것인가, 가능성이 있는가 아닌가 라는 것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상황은 그다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대개 한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심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내리곤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지나갈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배가 고프지 않을 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략) 즉 강렬하게 희망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들 중 누가 결정을 내리고 누가 그 일을 실행할 것인가에 대하여 명확하고 사려 깊게 판단해 보아야만 할 것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제때에, 적절히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는 생각하지 못했던 우연한 기회에 그 해답을 발견할 때가 많다. 점심을 먹을 때라든가, 신문을 사러 갈 때라든가 혹은 생판 모르는 여자를 찾을 때.
―36~37쪽 중에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이르자, 정식직원들과 부소장은 심각하게 주제 씨의 상태를 분석해 보았지만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거듭되자 이제는 소장에게 보고하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중략) 근무 태만을 이유로 불려온 주제 씨에게 소장은 바로 그 점을 물어보았다, 어디 아파요, 아닙니다 소장님, 아니라면 요 며칠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건 어떻게 설명하겠단 말이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게 어디 아프니까 그런 것 아니오, 단지 잠을 잘 못 잔 것뿐입니다, 잠을 잘 못 잔다는 건 바로 몸이 정상이 아니란 거예요, 건강한 사람은 항상 잠을 잘 자니까, 게다가,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잘못은 스스로 용서하지 않지, 그만큼 책임의식이란 중요한 거요, 예, 소장님, 만약 업무의 실수들이 불면증 때문이고, 그 불면증이 의식의 결핍에서 온 것이라면, 뭘 잘못했는지 알아내야겠지,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소장님, 무슨 소리야,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은 나뿐이야.
―78~79쪽 중에서

주제 씨는 그 서류장에 없는 기록부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길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십오 년간을 일해 오면서, 수없이 많은 기록부들을 이곳에서 죽은 자들의 서류장으로 옮겼었지만,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눈앞에 드러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마 부주의한 동료가 잘못 꽂아놓았을 거야, 몇 장 더 앞이나 뒤에 있을 거야, 그러나 주제 씨의 기대는 부질없는 것이었다, 결코, 수세기 동안, 중앙등기소에서 기록부가 잘못 꽂혀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그 여자가 살아 있는 경우라면, 진정 유일한 가능성은, 어떤 새로운 사실을 기입하기 위해서 동료들 중 하나가 그 기록부를 꺼내 갔을지도 모른다는 것뿐이었다, 혹시 재혼을 했을지도 모르지, 주제 씨는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를 혼란케 했던 예기치 못했던 순간을 진정시키고, 그가 작성했던 기록부를 제 위치에 꽂아두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자리로 돌아왔다. 혹시 그녀의 기록을 가지고 있느냐고 동료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고, 일하고 있는 옆에 다가가서 그것이 있는지 훔쳐볼 수도 없었다.
―170쪽 중에서

주제 씨는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라고 했던 그 일 층의 노부인과의 마지막 말은 그저 공허한 약속일 수도 있었다, 흔히 대화를 하면서 하는 말일 수 있었고 누구도 그 말이 지켜지리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던 주제 씨에게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단서도 찾았으니, 토요일에 묘지를 찾아봐야겠다, 그는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흥분된 마음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선 조용히 그를 타일렀다, 하겠다고 결정했으면 조용히 누워 자기나 해, 어린애처럼 그러지 말고, 그렇게 가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가봐, 이 늦은 시간에, 공동묘지의 담을 타넘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겠어. 주제 씨는 그 말에 복종했다, 코끝까지 이불을 덮고 자리에 누웠지만 한동안 주제 씨는 눈을 뜬 채 생각에 빠져 있었다, 잠이 오질 않아. 그런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잠이 들었다.
―212쪽 중에서

그 모르는 여자의 집에서 일기나, 편지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 한 장이라도 찾아보는 일이 남아 있었다.

추천사

“명쾌하고 힘 있는 우화"―《뉴욕타임스》
“스웨덴 학술원은 그의 소설이 ‘비유는 상상과 반어, 그리고 아이러니로 채워져 있다’고 언급했다. 그 말은 그의 최신작까지 완벽하게 포착한 것이다." ―《타임스》
“삶과 죽음의 결합…… 주제 사라마구 글쓰기의 강렬한 특성을 보여준다." ―《뉴 스테이츠먼》
“은유적인 미궁과 거짓된 흔적으로 가득 찬, 잔꾀가 있고 귀찮게 하는 감질난 소설." ―《헤럴드》(런던)
“명백하고 관념적이며 사소한 것들로부터 온 자유, 심원한 평온에서 오는 분위기, 그리고 호의적인 유머 같은 비현실적이고 빛이 바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리터러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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