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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멀리 갈거야

내일은 멀리 갈거야

저자
가쿠다 미쓰요 지음
출간일
2006년 04월 20일
면수
276
크기
126*187
ISBN
9788973377435

책소개

17살부터 32살까지, 15년에 걸친 한 여자의 연애담. 연애를 뺀 인생은 생각해 본 적도 생각할 수도 없는 주인공 이즈미, 그녀가 다섯 남자와 연애를 하며 겪는 내면의 변화를 따라간다. 2005년 <대안의 그녀>로 132회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납치여행>, <공중정원>, <인생 베스트 텐>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된 작가 가쿠다 미츠요의 2001년작이다.

학창시절의 짝사랑, 우발적으로 시작한 첫 연애, 연하남과의 열애, 서로 다른 두 사람과의 연애, 목숨을 위협하는 스토커가 된 전 애인, 여행지에서 만난 운명적인 사랑. 각양각색의 연애 속에는 처음 만난 순간의 설렘, 고백하기 직전의 두근거림, 연애할 때의 짜릿함, 이별이 다가올 때의 서늘한 예감이 녹아들어 있다.

당당하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서고 싶지만, 사랑에 빠지면 지배당하거나 보호받고 싶어하는 마음, 연애가 식어갈 때의 불안함과 안타까운 매달림, 다음번에는 좀더 멋진 연애를 해보겠다고 다짐하지만 돌아보면 다시 예전의 패턴을 답습했다는 좌절감 등이 섬세하게 포착되어 있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고민 끝에 생각해 낸 해결책이 ‘슈조 명상 시간’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노자키 슈조를 어느 만큼 생각하든, 또 어떤 생각을 하든─부끄러워서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것이든, 말도 안 되게 엉뚱한 것이든─허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오후 3시 반부터 5시까지로 정하고 매일 실행했다. 툇마루에서 좌선을 하거나 무릎을 꿇고 단정히 앉아서, 때로는 드러누운 채, 서서히 기울어가는 강한 햇살 아래 땀을 뚝뚝 흘리면서 1초의 짬도 없이 슈조를 생각했다. 슈조와 나의 미래편, 현실편, 패닉편, 판타지편, 사랑의 도피편, 외국편을 넘나들며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아이디어가 바닥나면 이번에는 슈조의 세세한 부분을 떠올렸다. 그의 엄지손가락 첫 번째 마디에서 시작해 필통에 간 금까지. 이때 유일하게 나 자신에게 금한 것은, 성격 이상자니 욕구 불만이니 하면서 스스로를 엄하게 추궁하는 것. 따라서 무슨 생각이든 해도 되는 것이었으며, 나는 매일 그 한 시간 반 동안 정말로 행복했다. 완벽했다.
― 중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키스를 하고, 몇 번째인가의 키스 때 나는 갑자기 세상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이 아이와 함께라면─기도하는 심정으로 나는 생각했다─이 아이와 손을 맞잡고, 이 아이의 노랫소리를 듣고, 이 아이와 키스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그 집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밴드, 그다지 재밌는 것 같지 않아.”
“그렇구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눈앞에 있는 이 사내아이가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 그것을 나한테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두근거린다.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리고 이런 말밖에 못하는 나 자신에게 조금 실망한다.
“재미가 없으니까, 요즘은 카피 같은 것만 하고 싶어져서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고, 코트 깃에 턱을 파묻듯이 잔뜩 웅크린 채 롤링 스톤스의 노래를 조그맣게 흥얼거린다.
그러고 있는 그가 무력한 어린애처럼 보였다. 네가 내게 특별한 존재이듯, 나도 너에게 특별해질 수 있을까? 재미없는 것, 갑갑한 것, 싫은 것, 쓸데없는 것, 그런 모든 것으로부터 너를 지켜줄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에게 어떻게 전해야 좋을지. 그런 것을 생각한다.
― 중에서

6년 동안 좋아하고, 3년간 함께 살았다. 온 세계가 이 남자로 형성되어 있었고, 도시도 사람도 현실도, 모두 이 남자 너머로 보였다. 앞으로 나는 몇 번이 됐든 사랑을 할 게 틀림없다. 한때 함께 살았던 남자에 대해서도 서서히 잊어가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겠지. 그러므로 그때 나는 몇 번이고 거듭 생각했다. 언젠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사실 서로 알지도 못했고 서로를 원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함께한 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짓은 하지 말자. 나도 그도, 마찬가지로 서로를 필요로 했던 시간이 분명코 있었다고 믿기로 하자.
― 중에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의 출처는 대체 어디란 말인가. 싫은 점이며 맞지 않는 점을 아무리 들어도 그 사람이 싫어지지 않는 건 어째서일까. 내가 아닌 누군가가, 예를 들면 하느님 같은 존재가 그렇게 만들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누군가가 “이제 됐다, 그만 끝내도 좋다”라고 말할 때까지, 나는 열병에라도 걸린 듯 이 남자를 좋아한 다. 분명 그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중에서

그래, 이제부터 가는 장소는 무척 더운 곳이야. 나는 그 더위의 종류를 알지 못하고, 그곳에서 야마구치가 어떤 식으로 웃고 또 침울해 하고 있을지 그런 것도 알지 못해. 야마구치의 얼굴을 그려보려 하지만, 이제는 흐릿한 윤곽만이 떠오르고, 그를 만나러 간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저 나는 어딘가 먼 곳에 있을 나 자신의 알맹이를 이제부터 되찾으러 가는 듯한 기분이다. 불안과 실망과 허전함과 의문, 그런 것들의 사이를 빠져나가, 전철은 전속력으로 어딘가 멀리, 상상마저도 닿지 않을 장소로 나를 데려간다.
― 중에서

추천사

목차

지금이 언제란 말인가? _ 1985
와일드 사이드를 걷다 _ 1987
되는 일이 없군 _ 1990
난 아직도 내가 찾는 것을 발견 못 했어 _ 1991
모든 것은 흐른다 _ 1992
너를 부른다 _ 1994
신의 개입1 _ 1995
신의 개입2 _1995
두통 _ 1996
통제 불능 _ 1998
다시 시작 _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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