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냄출판사

코끼리 던지기의 단계별 가이드

오래 전 어느 상사가 내게 아주 현명한 말 한마디를 해주었다. 그건 흔한 일이 아니라서 나는 예사롭게 듣지 않았다. 그 상사가 내게 말했다. 

“상관은 자네가 선택하는 게 아냐.” 

이 말은 유독 슬프게 들렸다. 그는 사장이었고, 나는 사장이 아니었다. 그 느낌은 회사라고 하는 소우주 공간에서 사장과 나의 상대적인 위치를 비롯해 우리가 공유한 그 무언가에 관한 거였다. 그 상사가 은퇴를 한 후에도 몇 년 동안 그가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내가 그 상사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생각할수록 더욱 그 말이 가슴에 사무쳤다.

<시작에 앞서> 중에서 

아무리 코끼리가 사교적으로 보여도, 결코 동료는 아니다. 코끼리가 군중 틈에 끼어 있을 수도 있지만,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낸 군중이어야 코끼리는 행복하다. 다른 사람들은 코끼리와 어울리지만, 코끼리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토록 오랜 시간 혼자 있으면서 코끼리는 나름의 언어를 개발한다. 말과 문체 모두를 개발한다. 그리고 코끼리를 조종하려면 당신도 그 언어를 배워야 한다. 

<초급 코끼리 다루기 : 코끼리의 말주변 배우기> 중에서 

석 잔 마실 때 한 잔. 이점을 명심하라. 그래서 코끼리가 눈에 불을 켜고 경쟁자들에게 욕을 퍼붓고 있을 때, 당신은 편안하고 느긋하게 있으면 된다. 이때 코끼리가 당신을 일으켜 세워 큰 소리로 고함을 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 짐승 같은 놈들을 엿먹이자구!” 코끼리는 술에 취할 수 있다. 당신은 아니다. 술을 마실 수는 있다. 하지만 계율을 망각해선 안 된다. 항상 그렇듯이, 당신의 코끼리를 잘 알아야 한다. 술을 마시지도 못하면서 코끼리의 품위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끼리가 품위를 잃었을 때 당신이 그 자리에 있다면, 당신도 품위를 잃게 된다. 그리고 코끼리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당신도 똑같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조건에 처하지 말아야 한다. 

<중급 코끼리 관리하기 : 코끼리와 함께 술 취하기> 중에서 

그렇다, 우리는 비록 남이 보기엔 그냥 앉아 있는 것 같아도 열심히 일을 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코끼리와 나란히 서서, 그의 몸집과 덩치와 힘에도 불구하고, 그를 조종하는 위치에 올라 있다. 우리가 지극히 중요한 수준에 오르지 않는 한, 코끼리는 우리가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가죽 끈에 묶여 있는 게 더 좋다는 것만은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두려워 말라. 만약 이 일에 성공만 하면, 아무리 크고 아무리 힘이 세고 그 뱃속이 아무리 음식과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어도, 코끼리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만다. 코끼리는 절대 당신을 해칠 수가 없다. 당신을 만질 수도 없다. 

<고급 코끼리 집어던지기 : 코끼리 집어던지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