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세계도술대회로!”
최고의 도술을 겨루는 대회에 참가한 천년손이와 친구들
대회장을 덮친 검은 안개를 물리치고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세계도술대회가 열리는 날, 학교에 간 지우는 이상한 요괴와 마주친다. 이어달리기를 하던 중 머리에 풀 달린 요괴가 다리를 붙잡고 놔주지 않아서 꼴찌를 한 것이다. “아,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김지우랑 같은 편을 해서 다 이긴 경기를 지냐.” 오늘도 지우는 친구들의 원성을 듣는다. 더 황당한 것은 이 풀 요괴가 지우에게 은혜를 갚겠다며 어깨에 찰싹 달라붙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풀 요괴와 함께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로 향하던 지우는 잡귀들의 괴롭힘을 받는 야광귀를 발견한다. 눈물만 뚝뚝 흘리던 야광귀는 지우 덕에 잡귀들에게서 벗어나지만, 이제 그만 가야 한다는 지우의 말에 선녀 신발 속으로 쏙 숨어버린다.
얼떨결에 두 요괴와 함께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에 도착한 지우는 며칠 전 천년손이가 실험한다며 환혼석도 가져가서 없고, 도술도 부릴 수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 지우를 격려하며 천년손이, 수아, 강길은 같이 세계도술대회장으로 떠난다.
“야호, 진짜로 세계도술대회에 왔잖아?” 대회가 열리는 선계의 닥락궁에 도착한 지우와 친구들은 엄청난 규모의 경기장은 물론이고 난생처음 보는 요괴와 도깨비, 신선들을 보고 마냥 들떴다. 지우의 걱정과는 달리, 도력으로 달걀 쌓기, 황금 솔방울 숨기기, 무덤에서 보물찾기까지 재치와 기지를 발휘해서 올라온 천년손이 4인방은 서로를 의지하며 대회를 치러낸다.
한편, 무명과 흑무는 환혼석의 주인인 지우를 경기 중간중간 끊임없이 불러내어 유혹한다. 늘 학교에서 무시당하고 천년손이에게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던 지우는 흑무와 무명이 뻗치는 손길에 마음이 흔들리는데….
마지막 분신술 경기가 시작되고 모두가 전력을 다해 싸우던 그때, 세계도술대회장은 검은 안개로 뒤덮이고, 관중석은 쑥대밭이 된다. 경기장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든 검은 안개는 어디서 왔을까? 천년손이와 친구들은 모두를 구하고 세계도술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읽다 보면 동양의 전설과 신화가 쏙쏙”
열두 띠 동물부터 야광귀까지 다채로운 동양 전설 속 요괴를 만나다!
“할아버지는 누구예요, 도대체?”
지우가 투덜거렸다.
“아이고, 내가 드디어 만났당께. 참말로 보고 싶었네잉!”
머리에 풀 달린 요괴가 빽빽 소리쳤다.
“왜 저한테 붙어 있는 건데요? 아까 할아버지 때문에 넘어졌잖아요. 할아버지 때문에 졌다고요!”
지우가 짜증 섞인 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뭔 말이여. 난 은인님이 다칠까 봐잉. 그려서 내가 이렇게 꽉 붙들고 있었당께. 아까 그 인간 애기들 봤냐. 막 달리다가 팍 넘어지고, 응? 막 다리 까지고, 무르팍엔 피가 팍 나고……. 시상에, 우리 은인님은 그러면 안 되지잉.”
풀 요괴는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 <1. 지우야, 달려!> 중에서
“왜, 왜 그러세요?”
지우가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훌쩍거리는 야광귀 손을 잡은 채 뒷걸음쳤다. 야광귀의 손은 차갑고 축축했다.
“이리 와봐, 꼬맹이. 네 녀석 그냥 보내면 큰일 나겠어.”
잡귀들은 지우에게 앞다퉈 손을 뻗었다. 지우는 야광귀와 함께 뒷걸음쳤다.
“제발, 그냥 가게 해주세요!”
지우의 몸이 두둥실 땅에서 한 뼘 넘게 떠올랐다. 지우의 선녀 신발에서 기다렸다는 듯 황금빛이 한 줄기 뿜어져 나오자, 잡귀들은 밝은 빛에 놀라서 소리쳤다.
“저건 또 뭐야? 신발에서 빛이 나잖아?”
“저 녀석, 인간 맞아?”
지우는 잡귀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에 야광귀의 손을 잡고는 하늘을 달렸다.
“저 녀석 잡아!”
— <2. 울지 마, 야광귀야> 중에서
“안 돼. 편식하면 못써요. 지네발톱떡이나 구렁이 껍질 튀김처럼 맛있는 것만 먹다 보면 나중엔 인간들은 맛없다고 안 먹게 돼.”
요괴 부모들은 구렁이 껍질 튀김을 사달라는 꼬마 요괴들에게 단호하게 손을 저었다. 요괴 부모들은 몸은 사람과 비슷했지만 얼굴은 가면이라도 쓴 것처럼 독수리, 호랑이, 고양이, 강아지 등 다양한 동물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우는 지나다니는 요괴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 <5. 우승자를 알려주는 예언 두루마리> 중에서
“뭐야, 강길! 넌 또 왜 이래!”
강길과 붉은 용도 반갑게 천년손이에게 손을 흔들던 모습 그대로 멈추었고, 우승 선수를 예측하던 예언 두루마리까지 모두 멈춰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지우가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저만치서 누군가 걸어왔다. 움직임을 멈춘 다른 요괴들과는 다르게 혼자만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는 검은 복면을 쓰고, 온몸을 검은 옷으로 휘감고 있었다. 몸에서는 검은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검은 복면의 남자는 눈 깜짝할 새에 지우에게 다가와서는 말을 걸었다.
“안녕, 김지우?”
— <6. 검은 복면의 남자> 중에서
“조심해!”
강길이 등에 메고 있던 기다란 검으로 다시 지우에게 날아오는 칼날을 맞받아쳤다. 탕, 소리를 내면서 날아간 칼은 무덤 벽에 꽂혔다. 파르르 떨리는 칼날을 보면서 지우가 놀라서 중얼거렸다.
“저…… 저거 진짜 칼이야?”
“그게 문제가 아니야. 저 병사들 좀 봐. 다들 무기를 들었잖아.”
— <14. 열두 돌병사의 공격> 중에서
천년손이와 수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지우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지우는 훌쩍훌쩍, 서글프게 울고 있는 여자아이가 그저 안쓰러웠다.
“왜 울어…….”
지우는 자신도 모르게 여자아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바닥의 무늬 없는 돌판이 푹 꺼지면서 지우는 허공으로 떨어져 내렸다.
— <15. 무덤 벽에 그려진 여자아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