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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지요"
불신과 분열의 시대에 던지는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

저자
김홍신 지음
출간일
2023년 10월 10일
면수
356
크기
140*205
ISBN
9791167140708
가격
17,8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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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로 그동안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 온 소설가 김홍신의 신작 장편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가 출간된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 이후 6년 만에 발표되는 이 작품은 냉혹한 1970년대를 거쳐온 한 남자의 일대기를 그렸다.

작가는 치열한 역사적·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던 대작들에 이어, 장편소설 <단 한 번의 사랑> <바람으로 그린 그림>을 통해 순정한 사랑의 서사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인간사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일은 작가에게 여전히 중요하고 유효한 과제로 남았고, 6년간의 깊은 성찰 끝에 얻어낸 해답을 신작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에 여실히 녹여내었다.

저자 및 역자

김홍신

김홍신

장편소설 『인간시장』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가 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는,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8년 연속 의정평가 1등 국회의원(제15, 16대)’으로 소신과 열정의 삶을 펼쳤다. 이후 건국대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집필활동에 복귀했다. 현재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 원장, 평화재단 고문, 동서문학상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성장했으며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및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인간시장』 『칼날 위의 전쟁』 『바람 바람 바람』 『내륙풍』 『난장판』 『풍객』 『대곡』 등으로 대한민국에 소설 폭풍을 일으키며 한국소설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을 수상했고,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높이는 대하역사소설 『김홍신의 대발해』(전10권)를 발표해 통일문화대상과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 장편소설 『단 한 번의 사랑』으로 한국문학상을 수상했고, 2017년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을 발표하며 상처를 끌어안는 사랑의 향기를 전했다. 그 외에도 『삼국지』 『수호지』 등의 중국고전 평역서와 『하루사용설명서』 『인생견문록』 『인생사용설명서』 『인생사용설명서 두 번째 이야기』 『그게 뭐 어쨌다고?』 『인생을 맛있게 사는 지혜』 『발끝으로 오래 설 수 없고 큰 걸음으로 오래 걷지 못하네』 등의 에세이를 포함해 130여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신념 있는 삶을 살아가는 기쁨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본문 중에서

  • 봉분 없는 묘지는 머잖아 풀 더미가 될 터이고, 오두막이나 다를 바 없는 집은 벌레들이 파먹고 비바람이 들이치고 주인 없는 걸 눈치챈 하늘이 눈을 흘겨서 삭여버릴 테니 한 해도 지나지 않아 폭삭 주저앉을 것 같았다. 목공소에서 십자가를 다시 만들거나 소박한 비석을 만들어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해거름이 아니면 주저앉아 좀 더 그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 「한 남자의 마지막」 중에서  
  • 보안반장의 입에서 빨갱이란 소리가 나올 때마다 내 영혼이 한 뭉텅이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지고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
    타자기 앞에 앉아 있던 병사가 노란 주전자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섰다. 마치 주전자로 나를 내려칠 듯한 표정이었다. 그가 내민 물잔을 잡은 내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두 손으로 받쳐 들었지만 따르는 물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 겨우 몇 모금 마시자, 물이 순식간에 방광으로 들어간 듯 속옷을 한 방울씩 적시는 느낌이었다.
    “너, 빨갱이지?”
    “절대로 아닙니다. 육군 소위 한서진입니다.”
    살아야 한다.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 빨갱이가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나는 빨갱이가 될 수 없다. 내 핏속에 빨갱이가 될 수 없는 인자가 있다는 걸 그는 알지 못할 것이다.
    — 「긴급 호송」 중에서  
  • 나는 대한민국에서 공인된 빨갱이가 되어버렸다. 변호인의 말처럼, 현행법상 용공 분자는 고등군법회의나 대법원에서도 감형받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백인종도 황인종도 흑인종도 아닌 적인종(赤人種)이 된 것이다. 나는 내 죽음을 어두운 허공 속에서 보았다. 불행도 보았고, 내 존재의 가치 없음도 깨달았다. 세상이 나를 지구 밖으로 내던진 것도, 내 핏속에 붉은색의 악마가 채워진 것도 알게 되었다.
    — 「적인종」 중에서  
  • “왜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합니까?”
    “최고로 멋진 복수를 하려고요.”
    군의관은 고개를 저었다.
    “지나치게 운동하다 몸을 버리는 수가 있어요. 뭐든 적절한 게 좋지요. 강한 몸보다는 유연한 몸을 만들어야 해요. 고수들은 유연한 몸짓으로 상대를 제압하죠. 독사는 몽둥이보다 회초리로 후려쳐야 하고 날아다니는 파리는 몽둥이로 잡는 게 아니라 파리채로 잡듯이 말이죠. 운동을 지나치게 하다가는 탈이 나기 십상이죠. 몸을 강하게 만들기보다 유연하게 만들어요. 고양이처럼 날렵하고 삵처럼 단숨에 급소를 물 수 있게 말이죠.”
    — 「복수, 복수, 복수」 중에서  
  • “앙굴리말라는 부처님 제자가 됐지만 그가 죽인 사람들 가족과 그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돌멩이로 때려죽이죠. 그는 지은 죄를 인정하고 벌을 달게 받으며 죽었어요. 앙굴리말라는 깨달은 자가 됩니다. 그를 죽인 자들은 후회하게 되지요. 원수는 갚는 게 아니라 풀어버리는 게 참다운 복수고 아름다운 결말이지요.”
    스님과 입씨름을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나는 스님이 내미는 염주를 들고 미륵불 앞에 엎드려 간절하게 빌었다. 완벽한 복수를 하게 해달라고.
    — 「마지막 시도」 중에서
  • 추천사

    운명의 덫, 또는 이념의 압제와 사랑의 완성

    소설의 책장을 넘기면서 다시금 감각하는 것은, 이 작가가 태생적으로 이야기의 달인이라는 사실이다. 그 주제를 요약하면 한두 줄의 문장으로 그치고, 서사를 나열하더라도 몇 장이면 될 이야기의 재료로, 이토록 장대한 소설의 얼개와 콘텐츠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당대 사회의 정치적 억압과 군문(軍門)의 부조리한 제도들, 여전히 서슬 푸르게 잔존하는 이념의 허상들을 헤치고, 인간이란 무엇이며 왜 가치 있게 존중받아야 하는가를 이보다 더 적나라하며 실감 있게 서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성의 근본과 삶의 심연, 그 바닥을 두드려보는 소설적 행위를 정확하면서도 유연하게 그려낸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작가는 현재와 과거를 병렬하기도 하고 전복하기도 하면서, 그 시간의 동선을 매우 자유롭게 활용한다. 한편으로는 미궁의 사건을 확인해 가는 추리적 기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구성상의 형식은 사건에 긴장감을 더하고 재미를 유발하며, 독자로 하여금 마침내 작품을 통독하고서야 그 얽힘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이처럼 잘 짜인 이야기 방식을 통해 절망의 나락에서 희망의 언덕으로 거슬러 오르는 운명애, 환경의 속박을 넘어선 인간 의지의 개가(凱歌)가 제시된다. 

    - 김종회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교수) 

    목차

    작가의 말 | 억울하고 서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프롤로그 | 한 남자의 마지막

    1장 운명적인 인연과
    빨간 대문 집
    애틋한 사람
    한 인간의 생명줄

    2장 그해 여름
    긴급 호송
    만남의 시작
    트위스트, 술, 그리고……

    3장 불안한 나날
    유도 질문
    말할 수 없는 일들
    한낮의 취조실

    4장 영원히 남을 붉은 낙인
    아버지라는 한 사람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적인종

    5장 남한산성이라는 지옥에서
    혼자 하는 가위바위보
    은총이고 기적이란 말
    무등병

    6장 이토록 처절하게 완벽한
    아픈 고백들
    복수, 복수, 복수
    내 안의 그녀

    7장 가장 아름다운 복수
    고통을 즐기는 이유
    마지막 시도
    희미해진 그림자

    에필로그 | 하늘의 뜻, 함께할 운명
    해설 | 운명의 덫, 또는 이념의 압제와 사랑의 완성
    _ 김종회(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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