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부터 니체까지 중에서
현대 철학자들은 인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한 자신만의 답을 만들기
“아저씨는 목사의 아들이셨고 어려서부터 하느님을 믿었다고 들었어요. 더구나 목사가 되려고 공부까지 하셨다는데, 어째서 ‘신은 죽었다’는 말을 하실 수 있으세요?”
동민이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니체 아저씨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람들은 그 때문에 나의 삶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하지. 가장 독실한 기독교 가정 출신이 나중에는 기독교에 대하여 가장 격렬한 비판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만약 신이 죽지 않았다면 신을 믿는 사람들이 그토록 혐오스러운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겠니? 물론 아닐 거다. 그렇기 때문에 신은 죽은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동안 진리였던 기독교와 기독교 도덕이 더 이상 진리가 아닌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
“그럼 아저씨에게 진리란 무엇인가요?”
이번에는 노마가 물었다.
“바로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게 할 수 있는 것이지.”
― 「니체 – 신은 죽었다」 중에서
“그래, 그동안의 철학은 너무 복잡하고 우리와 동떨어져 있었단다. 그런 것들이 나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겠니. 철학은 우리 자신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단다. 우주가 어떻다고 하는 것보다는, 피와 눈물을 가지고 웃고 사랑하고 괴로워하고 방황하는 인간의 참모습을 파헤쳐 진실되게 사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이란다. 그래서 나는 ‘주체성이 진리’라고 부르짖은 거야.”
“다른 철학자들도 인간의 문제를 다루었잖아요.”
“하지만 그들은 인간을 전체적으로만 다루기 때문에 너와 나, 다시 말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더없이 소중하고 독립적인 인격을 가진 개인, 즉 단독자를 외면하고 있단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심각한 문제에 부딪쳐 고민하는 우리 자신의 문제는 해결해줄 수 없단다.”
노마는 키에르케고르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좋았다.
“그럼 삶을 떠난 철학은, 겉은 화려하게 꾸며졌지만 실제로는 들어가 살 수 없는 집처럼 공허하겠군요.”
노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 「키에르케고르 – 주체성이 진리다」 중에서
“저희가 학교에서 탐구 방법을 배우는 것도, 결국은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위한 도구로써 이용하는 것이군요.”
“그렇단다. 우리는 학교 교육을 통해서 이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소질과 재능을 충분히 발휘함으로써,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야 하지 않겠니?”
“저희가 공부를 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군요.”
동민이도 알았다는 듯 끼어들었다.
“그래. 단순히 어떤 지식을 머릿속에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해 봄으로써 생활에 쓸모 있는 지식을 배우는 것이 바로 공부라고 할 수 있지.”
“생활에 쓸모 있는 지식! 그것이 바로 진리 아니에요?”
동민이가 짐짓 철학자같이 말하자 노마가 웃었다.
― 「듀이 – 지식은 도구다」 중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사람들 앞에서는 감탄할 만큼 훌륭한 말들을 하고는 뒤돌아서면 그와 반대의 행동을 하는 거짓된 철학자를 미워했단다. 그래서 스스로 그러한 일을 하지 않은 거야.”
“쉽게 말해서, 자신이 말한 것과 행동이 일치할 때에만 진정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군요.”
노마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렇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남에게 보이고 이익을 얻기 위해 학문을 하는 것밖에는 안 되잖니? 그런 사람은 진정한 철학자라고 할 수 없어.”
“그럼, 비트겐슈타인은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도 돈을 받지 않았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다만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빼고는 자기가 받은 유산이나 모든 재산을 형제나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지. 또 이곳 저곳에서 들어오는 강의 요청도 모두 거절했어.” (중략)
“그럼 비트겐슈타인의 철학하는 자세는 어떤 것이었지요?”
“바로 가난 속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토론하고 고민하는 것이었지. 철학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이야.”
― 「비트겐슈타인 – 확실하지 않은 것은 말하지 마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