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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면 반칙이다

진지하면 반칙이다

나보다 더 외로운 나에게

저자
류근 지음
출간일
2022년 10월 20일
면수
320쪽
크기
135*205
ISBN
9791167140517
가격
18,0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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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래도 나는 살아내리라. 

거미줄이라도 붙들고서. 이왕이면 힘껏,”   

풍자와 해학으로 삶을 노래하는 류근 시인의 5년간의 사색과 기록 


스스로 ‘삼류 트로트 통속 연애시인’이라 칭하지만, 누구보다 예민한 시선으로 세상 곳곳에 배어 있는 상처와 외로움, 그리움을 포착해 온 류근 시인이 4년 만에 신작 에세이『진지하면 반칙이다』를 출간한다. 

시인이 2018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많은 사랑을 받았던 130여 편을 엄선하여 28컷의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한 권의 단단한 산문집으로 엮어냈다. 그리운 존재를 향한 짙은 서정에서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촌철살인까지 다양한 층위의 감성과 성찰들이 시인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감각적 필치을 통해 펼쳐진다.  

고독과 쓸쓸함 속에서도 ‘나를 어디론가 힘껏 던지는 힘으로’ 살아남았다는 시인은 사람들에게 시(詩)야말로 ‘삶의 비참을 이기는 칼 한 자루’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시와 문학에 관한 오랜 생각을 풀어놓는다.(1장)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 속 ‘불안과 권태와 우울의 지병을 앓는’ 중에도 일상성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강조하고 ‘스스로 충분하게 제 삶을 살아내라고’ 말한다.(2장) 

인류의 영원한 실존인, 사랑과 그리움, 이별에 대한 고백들은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끝내 울리라’는 다짐이 되고(3장),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인생의 지음(知音)이자 정신적 스승이었던 소설가 이외수 등 그의 인생에서 특별했던 이들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그 여정에는 자신을 비롯해 세월 속에 낡고 사라지는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동행하지만 그것이 생(生)임을, 자신과 타인에게 겸손해져야 할 이유임을 기꺼이 받아들인다.(4장) 

‘착하게 살아남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 공감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염원은(6장) 때로 비열한 세상을 향한 날선 비판으로 분출되지만 괜시리 근엄하고 엄숙해지지는 말자고 당부한다.(7장)    

그의 글은 애상과 유머, 통찰과 낭만, 풍자와 해학을 변화무쌍하게 넘나들지만 결국 삶과 사람과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진정 어린 애정으로 귀결된다. 더 많이 소유하고 이기는 법만을 가르치는 냉정한 세상에서 소외된 존재와 아프고 여린 생명들에게 힘껏 마음을 기울이고 세상의 불의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 한 문장 한 문장이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마치 시인의 어머니가 그랬듯 ‘야야 괜찮나~? 밥 많이 먹고 새 힘 내서 살거래이~” 하고 등을 토닥이며 말해 주는 듯하다. 

시인은 때로 취하고, 비틀거리지만 “그럼에도 살아내리라. 이왕이면 힘껏,”이라고 되뇌인다. 이 책은 질병처럼 두려움과 외로움이 찾아와도 다시 걸어가기를 희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시심(詩心)과 하루하루의 밥심으로.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내 모든 슬픔과 뉘우침을 다 바쳐서 밥상을 차린다” 


시집 한 권을 착하게 들고서 을지로 순환선에 올라 한 바퀴 돌고 나면 

시집 한 권이 내 가슴에 착하게 옮아져 있고, 

다시 시집 한 권을 경건히 들고서 을지로 순환선에 올라 한 바퀴 돌고 나면 

시집 한 권이 내 영혼에 경건히 옮아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내 가난한 청춘이 그렇게 흔들리며 흘러갔다.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

- 1장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 <을지로 순환선을 타고> 중에서 


몇 줄 쓰지 않았는데도 시끄러운 문장이 있다. 

많은 말을 했는데도 고요한 문장이 있다. 

자기 내면과의 시비를 묻어둔 채 

세상과의 시비를 일삼는 문장들, 시끄럽다.

- 1장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 <고요한 문장> 중에서 


어머니가 우리를 그렇게 키웠을 것이다. 

스스로 충만하게 제 삶을 살아내라고. 

남에게 팔리면서 결국 스스로 시들어가는 인생을 살지 말라고. 

고요히 스스로 평화롭고 거룩하라고.

먼 데서 오는 구원을 위해 

자기 내부의 의지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인생은 공허하지 아니한가.

겨우 못생긴 사과 세 알을 앞에 두고서 

이렇게 진지하면 반칙이지 아니한가. 

- 2장 이왕이면 힘껏, <제 힘껏 살아내다> 중에서 

  

무게를 버리고 걸음을 늦춰야 한다. 

여행지에서 집을 짓는 바보처럼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구름처럼 티끌처럼 한 계절 왔다가는 풀꽃처럼 살아야 한다. 

- 2장 이왕이면 힘껏, <무게를 버리고 걸음을 늦추고> 중에서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세월 쪽으로 

불가역적 속도로 나는 늙어가고 스러져가겠지 

한편 그건 참 다행한 일이로고나 

마실 수 있는 술이 점점 줄어든다는 건 

내가 나를 저버릴 수 있는 세월이 줄어든다는 건

- 3장 세월이 줄어든다는 건 중에서 


이 봄에 나는 늙었다. 쟁기처럼 늙고, 고양이처럼 늙고, 신발처럼 늙었다. 

꽃이 피고 몇 번의 비가 내렸으나 나는 그런 것들에 마음을 주지 못하였다. 

그리운 사람들은 지상에 여전히 많이 살아남아 있었을까. 

나는 문득문득 그들의 이름과 눈빛과 손바닥에 머물던 땀의 점도를 잊었다. 

나는 늙기로 작정한 경운기처럼 낑낑 늙었다.

- 3장 세월이 줄어든다는 건, <이 봄에 나는 늙었다> 중에서 


이름만 봐도 가슴 뛰는 사람이 있다. 

이름만 봐도 가슴 설레고 가슴이 아파오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사람이 있다. 

첫사랑이었으나 짝사랑이었던 소녀의 흰 웃음처럼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이름이 있다. 

깨꽃 같은 이름이 있다. 

해 질 무렵 교회당에서 울려오던 소녀의 풍금처럼 내 가슴에 노을로 오래 번지는 이름이 있다.

- 4장 사랑 아닌 줄 알아라, <당신의 오래고 먼 이름> 중에서 


내가 당신에게 사랑해요, 라고 말하는 순간 

내 온 영혼의 근육을 다 바쳐서 

그 발음의 처음과 끝을 다 살아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주셔야 한다. 

- 4장 사랑 아닌 줄 알아라, <아침의 언어> 중에서 


류근은 지리산 토굴에서 술 머슴살이하고 있고,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은 화천 다목리 감성마을에서 글 머슴살이하고 있을 때 새벽에 실시간으로 화답시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서로의 봄을 기다려주었을까. 그 옛날 내가 등록금이 없어서 복학을 못 하고 있을 때 나를 위해 밤새 그림 그려주던 순정 소설가. 

“두 점쯤 갖다 팔면 등록금이 될지도 몰라....”

내가 어찌 이 소년의 손을 놓을 수 있으랴. 

- 5장 당신 보시라고 <이외수 2> 중에서 


“야야, 괜찮나~?”

자다가 봉변을 당한 어머니의 첫마디였다. 야야, 괜찮나~?

폭염 때문에 울 것 같은 순간에도 나는 늘 어머니의 그 한마디가 생각난다. 어떠한 분노나 원망도 없이 아들의 안부를 묻던 그 한마디, 야야, 괜찮나~? 야야, 괜찮나~?

울고 싶은 날 어머니 만나러 삼각산 꼭대기 암자에 오르면, 어머니는 어느새 푸르른 하늘로 새 옷을 갈아입고 내 가슴을 쓰다듬는다. 야야, 괜찮데이~ 야야, 괜찮데이~ 얼른 내려가 밥 많이 먹고 새 힘내서 살거래이~.

빈속으로 올라온 나를 등 떠미신다.

- 5장 당신 보시라고, <야야, 괜찮나?> 중에서 


가난은 상처 같은 것이어서 그것이 지난 뒤에도 꼭 흉터를 남긴다. 여름만 되면 흉터가 막 자라나서 우울해진다. 지금 쪽방에서 여름을 나고 있다는 사람들 뉴스를 보면 자꾸만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 나 거기서 간신히 여기까지 왔으나 아직도 나는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지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행여 그들의 불운을 밟고 서 있는 자리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오늘은 하느님도 더워서 울고 계실 거 같다.  

- 6장 착하게 살아남는 시간, <오직 여름만 있던 방> 중에서 


비 온다고, 눈 온다고, 바람 분다고, 애인 생겼다고, 차였다고, 외롭다고, 그립다고, 슬프다고, 망했다고, 술 마시자고, 아무래도 죽어야 할 것 같다고, 너는 괜찮냐고….

- 6장 착하게 살아남는 시간, <지금이 몇 신데> 중에서


살아갈수록 가난해지는 사람들과, 희망과 전망을 잃은 젊은이들과, 미치지 않고선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노인들이 다 나의 이웃이다. 모국어를 공유하고 있는 공동운명체. 나는 슬퍼하고 또 슬퍼한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 7장 비틀비틀 노래하는 세상 쪽으로, <아무 때나 휘파람을 불었구나> 중에서


진지하고 엄숙하고 근엄한 인간 중에 제대로 뭔가 이룬 놈 본 적 있는가. 

나라 팔아먹는 놈들 중에 진지하고 엄숙하고 근엄하지 않은 놈 본 적 있는가.

진지하면 반칙이다. 

- 7장 비틀비틀 노래하는 세상 쪽으로, <진지하면 반칙이다> 중에서 

추천사

목차

작가의 말


1장 장래희망이 시인이었다 

2장 이왕이면 힘껏, 

3장 사랑 아닌 줄 알아라 

4장 세월이 줄어든다는 건 

5장 당신 보시라고  

6장 착하게 살아남는 시간 

7장 비틀비틀 노래하는 세상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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