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인물의 뒤에는 큰 어머니가 있는 법인가 보다”
대범한 모정이 큰 그릇을 빚는다. 전란이 뒤엎고 간 이 땅엔 불운한 어머니가 운 좋은 여인들보다 확실히 더 많았다. 그러나 불행을 극복하는 여인들의 자세는 때때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녀가 아들을 위해 택한 삶의 모습은 눈물겹거나 동정 어린 모습이 아니다. 자녀들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는 것으로 자신을 버텨낸 그녀에겐 남다른 당당함이 엿보였다.
―「대범한 모정이 빚은 큰 그릇_탤런트 최불암의 어머니 이명숙」 중에서
“세상의 부모 가운데는 토마토를 기르듯이 자식을 기르는 부모와 거목을 돌보듯이 자식을 기르는 부모가 있어요. 가는 줄기를 받침대로 받쳐주고 열매를 맺게 하여 받침대 없이는 한시도 살지 못하는 토마토처럼 나약한 인생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책임이라고 봐요. 때로는 냉정하고 무관심할 줄 알아야 사람은 맘껏 거목처럼 클 수 있어요.”
―「아들을 천년을 사는 거목으로_작가 이병주의 어머니 김수조」 중에서
착한 맏며느리로만 남을 것이냐, 두 남매의 훌륭한 어머니가 될 것이냐는 물음 앞에 어머니는 착한 맏며느리의 길을 접는 파격을 택했다.
그녀는 자식들의 앞날을 위해서 시댁 종제사를 동서에게 맡기고 두 남매를 데리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다. 박완서가 7세, 오빠가 14세 때였다. 두 철부지를 거느린 그녀는 “사람은 낳아서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을 무슨 고난이 있어도 지킬 결심이었다.
―「이야기꾼 어머니의 남다른 치맛바람_작가 박완서의 어머니 홍기숙」 중에서
“어머니 자신이 예술 활동을 하시는 분이었지만 어릴 때 저희 세 자매에게 조금도 불편을 끼치지 않으시려고 늘 자신을 희생하셨어요.”
이것은 동순 씨의 어머니 자랑. 이 세상의 어떤 피아니스트가 손을 아끼고 싶지 않을까? 집안 식구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 아마도 어머니의 많은 잔손질이 아무도 몰래 이 가정에 필요했을 것이다. 딸의 섬섬옥수에 비하면 이 여사의 마디진 손등은 예술가라기보다 일손 세찬 주부들의 손을 닮았다. 여자가 예술과 가정을 병립시키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피아니스트의 마디진 손_파이프오르가니스트 곽동순의 어머니 이영옥」 중에서
어머니는 이날까지 한 번도 자식들을 꾸짖어본 적이 없었노라고 자부한다. 희균도 이 말엔 대뜸 동감이다. 회초리는커녕 평상시의 나직한 말씨에서 조금 높은 소리로 말하는 법도 없단다.
어떤 실수에도 절대로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는다는 것. 스스로 세운 원칙이었다.
“어른이 아이들을 깍듯이 대하면 아이들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되도록 정중하게 대
해주고 싶었어요. 희망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애들이 워낙 조용하고 수줍어해서 도무지 큰소리 날 일이 없었어요.”
―「어머니는 항상 우리 편_영문학자 나영균‧화가 나희균의 어머니 배숙경」 중에서
중학 시절의 일이었다. 어머니가 어느 날 방에 들어와보니 조 선수의 책상에 못 보던 예쁜 꽃이 몇 송이 꽂혀 있었다. 어머니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남이 저렇게 좋은 꽃을 그냥 줄 리는 없을 텐데 분명히 어디선가 주인 몰래 꺾어온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어머니는 아들의 손목을 이끌고 마을 앞 느티나무 아래로 갔다. 비뚤어지려는 아들의 마음을 거기서 말끔하게 고쳐주고 싶었다.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결코 남의 것을 탐해서는 안 된다는 것, 비록 가난을 견디며 사는 한이 있어도 바르게 살며 진실로 마음에 없는 일은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밤새도록 타일렀다.
―「바르게만 자라다오_수영선수 조오련의 어머니 김용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