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중에서
질문하는 청소년은 답을 찾는 시민으로 자란다!
수동적인 공부에서 능동적인 탐구로 이끌어줄 친절한 안내서
‘왜 저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질문. 어느 하나도 당연하다고 인식하지 않고 질문하는 일. 바로 탐구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시작과 달리 탐구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또한 탐구결과를 알리기 위해 논문이나 보고서를 완성해 가는 것도 힘든 작업입니다.
사회현상을 탐구하는 과정은 자신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매우 흥미로운 여정입니다. 이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작은 안내서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사실 탐구하고 기록하는 것은 그 과정을 옆에서 세세하게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수도 하고 직접 적용해 보면서 배워야 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책으로 그 여정을 안내하려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상세한 안내서를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적은 글을 살펴보니 여전히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노벨상을 비틀어 만든 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바로 이그노벨상입니다. 이그노벨상은 매년 노벨상 시상식 즈음에 시상하는데, 그해에 매우 황당한 연구를 한 이에게 주어집니다. (…) 노벨상이나 이그노벨상의 대상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궁금한 것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연구학술지에 제시합니다. 생각지도 못할 만큼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죠. 인간은 왜 끊임없이 연구하는 걸까요?
(…) 탐구는 실험실에서만 하는 특이한 일이 아닙니다. 인간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사하고 분석하여 정리한 것이 탐구죠. 결국 우리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고 탐구한 덕분에 인류는 다른 동물과 경쟁하면서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 <1장 탐구의 첫걸음, 알아두어야 할 것들> 중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입되면 택시 운전기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입니다.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받고 서비스 로봇으로 음식을 배달하면 그 일을 하던 사람의 일자리도 사라지겠죠. (…)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발달은 기존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은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여 새로운 일자리는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빈부 차이는 더 커질 것이고 직업을 잃은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전히 이런 예측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 중입니다. ― <2장 사회문제 탐구, 어떤 주제로 할까?> 중
지난해 충북 청주의 한 건물 지하실에서 통로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너비였는데, 이 통로는 왜 만들었을까요? 목적은 단 하나, 해당 건물에서 6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석유 송유관까지 연결하여 석유를 훔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석유 도둑들이 팀을 만들어 건물을 빌린 뒤 삽과 곡괭이 등을 이용하여 통로를 만들던 중에 검거되면서 연결 통로가 드러난 것입니다.
송유관이 들어 있는 석유는 엄연히 남의 재산인 데다, 잘못하면 땅이 내려앉거나 불이 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범죄 현장을 빨리 찾아서 큰 사고가 나지 않은 셈이지요. 우리는 이렇게 남의 재산을 훔치는 범죄를 뉴스로 종종 접하곤 합니다.
연구 내용을 논문이나 보고서로 작성한 결과도 누군가의 재산입니다. 우리가 참고하는 선행연구가 남의 재산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남의 재산인 석유를 돈 주고 사지 않고 몰래 훔치려 했던 이 사건처럼, 남의 지식도 몰래 이용하면 범죄가 됩니다.
― <3장 맨땅에 헤딩하기 전, 선행연구 먼저 보자> 중
멕시코의 빈민가는 ‘베신다드’라고 하는데, 미국의 어느 인류학자 부부가 1950년대 후반 멕시코시티의 베신다드에서 그곳에 사는 가족들과 4년여에 걸쳐 면접하여 그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 있습니다. 가족의 이름을 딴 『산체스네 아이들』이죠.
(…)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들 가족만의 문제라고 여겨졌던 빈곤이 ‘빈곤한 가족을 만들어내는 사회문화적 구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한 가족을 면접하여 기록한 책 한 권이 빈곤과 관련한 사회구조나 사회를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이 책이 가난한 삶을 그대로 묘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사자와 직접 면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면접법을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4장 탐구주제에 맞는 자료 수집 방법> 중
나이팅게일이 영국 왕립통계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이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나이팅게일은 언제, 어떻게 통계를 다루었을까요? 나이팅게일의 통계 이야기 또한 크림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사실 그는 가정 배경이 좋았기에 가정교사를 두고 다양한 학문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학과 통계학도 익혔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죠. 그런데 전쟁 중에 병원에서 일하던 그는 전쟁 과정에서 적과 싸우다가 죽는 사람보다 병원의 병상에 누워 있다가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병원 관리를 위해 통계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하죠. 예를 들어 입퇴원 환자 수, 부상자 수, 질병 유형별 환자 수, 사망자 수, 병원의 청소 상태 등의 자료를 통계표로 기록한 것입니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나이팅게일은 병원의 위생 상태가 환자의 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합니다.
― <5장 탐구를 멋지게, 결과 정리하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