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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최영미 시인이 엮은 명시들

저자
최영미 지음
출간일
2024년 11월 05일
면수
148
크기
130*210
ISBN
9791167141019
가격
15,0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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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눈물과 웃음이 삶을 적시는 순간 시가 피어난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불과 꽃 같던 젊은 날을 뒤로하고

           시간을 더듬어 읽은 시와 삶을 다독이며 풀어낸 생각

 

 

잊고 지냈던 얼굴, 지키지 못한 약속, 어느새 사라진 꿈

아릿하게 찬란했던 지난날들……

잠시 멈춰 서 뒤돌아보는 당신에게 최영미 시인이 전하는 한 페이지의 휴식과 위로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날을 뒤돌아보게 된다. 과거가 후회스럽거나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한 탓 혹은 미래가 막막한 탓일 수도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멈춰 서 시간을 더듬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영미 시인은 시를 통해 거침없이 사회를 비판해 왔고 문단 미투 운동의 문을 열어젖힌 뜨거운 존재다. 동시에 “풍자보다 사랑이 좋지/ 세상을 바꾸는 건 풍자가 아니라 사랑”(「편집회의」)이라고 단언하는 사랑의 시인이기도 하다. 그토록 ‘불과 꽃 같던’ 젊은 날을 지나온 최영미 시인은 세월의 무게 속에서 이제 “중년을 훌쩍 넘긴 내게 삶은 느리지 않고 희망도 강렬하지 않다”라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최영미 시인은 더욱 깊어진 시선으로 여전히 시를 읽고 쓰며, 시에 얽힌 삶을 전한다. 그러한 시인의 진심을 담은 시선집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가 출간된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조선일보》에 인기리에 연재했던 명시 소개 칼럼 ‘최영미의 어떤 시’ 중 특별히 아끼는 시 53편을 선별해 엮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삶에 대한 사랑을 북돋아주는 명시들

 

이 시선집에 실린 시들은 공간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고, 시간상으로는 수천 년을 넘나든다. 최영미 시인의 폭넓은 안목을 엿볼 수 있는 각 시에는 시인의 감상과 해설을 더했다. 삶에 대한 미련을 솔직하게 고백하거나 때론 세월의 무상함을 딛고 우뚝 일어나는 시인의 담백한 해설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한 시에 얽힌 에피소드와 시인의 생애, 시의 형식에 대한 설명을 더해 독자들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최영미 시인은 특유의 예리한 감수성으로 직접 영시(英詩)를 번역하는 만큼, 번역 과정에서의 고민도 해설에 녹여내 시 읽기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하루 종일 내 사랑과’에서는 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인 사랑과 이별을 다룬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 『시경(詩經)』에 실린 「매실을 따고 있네요」부터 오늘날 주목받는 한국 시인 황인찬의 「무화과 숲」까지, 수천 년 동안 사랑을 북돋아준 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2장 ‘지난 시절은 돌아오지 않아도’는 이번 시선집의 메시지가 응축되어 있는 장이다. 알프레드 테니슨의 「참나무」와 허영자의 「감」 등을 통해 나이 듦의 의미와 가치를 엿볼 수 있다.

3장 ‘적당한 고독’에서는 밖으로 발설되지 못하고 내면 깊숙이 가라앉은 감정을 다룬 시들을 소개한다. 김남조의 「허망에 관하여」 등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다룬 시뿐 아니라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 남은 자의 슬픔」 등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괴로움을 고백한 시까지,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결을 느껴볼 수 있다. 4장 ‘가장 좋은 것’에서는 거창하지 않은 시어(詩語)를 사용해 평범한 하루의 찬란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경미의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와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등의 시는 일상에서 시적 순간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본문에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실어 시각적 재미를 더했다. 모네는 나이가 들어 백내장을 앓게 된 상황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수많은 그림을 그려냈다. 모네의 예술가적 고집은 “지금은 그때처럼 정의에 민감하지 않”다면서도 여전히 시를 통해 세상과 열렬히 소통하려는 최영미 시인의 노력과 닮아 있다. 또한 사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모네의 그림은 마치 흐릿한 기억 속 아릿한 지난날의 풍경처럼 다가와 시 읽기에 풍미를 더해줄 것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한 편의 시를 음미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의 의미가 희미해지거나 자신의 괴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시가 필요하다. 누군가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용기라면 시는 그에게 용기를 줄 것이고, 슬픔이 필요하다면 슬픔을, 사랑이 필요하다면 사랑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사람이든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에서 내 영혼에 진정으로 필요한 ‘세 번째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내가 지키지 못한 약속들을 불러내며 이 글을 쓰는 지금, 인생은 아름다워라.”


나는 내 첫사랑에게 웃음을 주었고,

두 번째 사랑에게는 눈물을 주었고,

세 번째 사랑에게는 그 오랜 세월

침묵을 주었지.


내 첫사랑은 내게 노래를 주었지,

두 번째 사랑은 내 눈을 뜨게 했고,

아, 그런데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사라 티즈데일, 「선물」 전문


시에서는 마지막 세 번째 사랑에 방점이 찍혀 있다. 웃음과 눈물 뒤에 오는 침묵. 내가 그에게 오래된 침묵을 주었더니 그는 내게 영혼을 주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도 나는, 내 육체는 살아 있었지만 내 영혼을 내게 돌려준 이는 그이야. 나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이는 그이야. 그러니 소중하지 않겠는가.

― 1장 ‘하루 종일 내 사랑과’ 중에서



네 인생을 살아라,

젊거나 늙거나,

저 참나무처럼,

봄날엔 밝게 타오르는

황금빛으로 살다가;

(…)


나뭇잎들이

기어이 다 떨어지고

봐라, 그는 서 있지

나무의 몸통과 가지

벌거벗은 맨몸의 힘으로.


―알프레드 테니슨, 「참나무」 부분


짧고 간결하지만 인생의 깊은 뜻을 전해주는 영시. 테니슨의 「참나무」를 처음 읽었을 때, 마지막 행의 “벌거벗은 맨몸의 힘”이 주는 얼얼한 충격에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노년을 이렇게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보다니. 어떻게든 늙지 않으려, 늙어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시대, 21세기는 가히 안티에이징(anti-aging)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하리. 시의 힘이 대단하구나. 자연을 다시 보게 만드는 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

― 2장 ‘지난 시절은 돌아오지 않아도’ 중에서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김승희, 「장미와 가시」 부분


“눈먼 손으로” 삶을 만진다는 발상이 독특하다. 그냥 손이 아니라 하필 “눈먼 손”일까? 욕망에 눈이 멀어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들. 무한 경쟁의 정글에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가시에 찔리게 마련. 금방 잊고 다시 먹고 자고 가시투성이의 온몸에 기름을 바르며 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장미꽃이 피기만 하면 고통을 잊을 텐데. 꽃을 피우느라 눈이 멀어……. 내가 나를 찌를 때가 가장 아팠다. 남이 찔러서 생긴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데, 내가 나를 찌르면, 시간이 지나도 치유가 되지 않는다. 눈물이 마를 때까지 아파해야 괜찮아질까.

― 3장 ‘적당한 고독’ 중에서



컴퓨터를 끄고

냄비를 불에서 내리고

설거지를 하다 말고

내가 텔레비전 앞에 앉을 때,

지구 반대편에 사는 어느 소년도 총을 내려놓고

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린다


우리의 몸은 서로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놀며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


―최영미, 「정의는 축구장에만 있다」 부분


2005년에 출간한 시집 『돼지들에게』에 실린 시. 이 시를 쓸 무렵 나는 혈기왕성한 사십 대였고, 길을 가다 공이 내 앞에 굴러오면 공을 차고 싶어 발이 근질거렸고,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는 문단 권력에 대해 분노했다. 지금은 그때처럼 정의에 민감하지 않다. 특정인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해 적대감을 느낄지라도 적당히 감추는 법을 알며, 설거지를 하다 말고 축구를 보러 텔레비전 앞으로 뛰어가지도 않는다.

― 4장 ‘가장 좋은 것’ 중에서

추천사

 “늙은 시인이 되어 배반과 쓰라림을 경험한 뒤에 다시 시를 읽습니다.”


세속의 먼지를 흡입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인이 더 위대해 보이는 오후, 늙은 시인이 되어 배반과 쓰라림을 경험한 뒤에 다시 시를 읽습니다. 그냥 별생각 없이 별 기대 없이 시집을 넘기다 별안간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서늘해지며, 바깥세상들이 내 시야에서 지워지고 시간이 멈추는 기적. 위대한 자연을 보면 우리의 근심 걱정이 사라지듯이, 좋은 시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 인생의 슬픔을 잠시 내려두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목차

시인의 말


1장 하루 종일 내 사랑과

서시 _ 이성복

6월이 오면 _ 로버트 브리지스

밤눈 _ 김광규

담벼락 틈새에 피어난 꽃 _ 알프레드 테니슨

꿈과 근심 _ 한용운 

남해 금산 _ 이성복

거울 속을 들여다보네 _ 토머스 하디

성성만,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_ 이청조 

매실을 따고 있네요 _ 작자 미상

선물 _ 사라 티즈데일 

무화과 숲 _ 황인찬


2장 지난 시절은 돌아오지 않아도

바퀴 _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봄 _ 주병권

미라보 다리 _ 기욤 아폴리네르

가는 봄이여 _ 마츠오 바쇼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 _ 마츠오 바쇼

시계추를 쳐다보며 _ 김일엽

금빛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_ 로버트 프로스트 

중난산 오두막 _ 왕유

마음속의 가을 _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날아가는 낙엽 _ 헤르만 헤세

감 _ 허영자 

누구의 죄 _ 이반 투르게네프 

해넘이의 마지막 인사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약속 _ 재키 케이 

두 번은 없다 _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참나무 _ 알프레드 테니슨 

 

3장 적당한 고독

허망에 관하여 _ 김남조

저주 _ 김명순

그리움 _ 유치환

성공…… _ 에밀리 디킨슨

장미와 가시 _김승희

살아 남은 자의 슬픔 _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단과의 이별 _ 노윤

바람이 불어 _ 윤동주

향수 _ 김기림

행복 2 _ 나태주

슬픔 _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절규 _ 박영근


4장 가장 좋은 것

겨울 길을 간다 _ 이해인 

가장 좋은 것 _ 로버트 브라우닝 

바니 아담 _ 사디 시라즈

봄은 고양이로다 _ 이장희

꿈같은 이야기 _ 김시종

구름을 보고 _ 권태응

뜻밖에 외사촌 노윤이 자러 오다 _ 사공서 

아버지의 마음 _ 김현승

나무들 _ 조이스 킬머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_ 크리스티나 로제티 

저녁 식사 _ 정해옥

정의는 축구장에만 있다 _ 최영미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 _ 김경미

올드 랭 사인 _ 로버트 번스


작품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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