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사랑해도 괜찮아!”
우리는 모두 빠듯한 살림을 꾸리느라 늘 분주하다. 그럼에도 나는 결코 자신을 뒷전에 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잠시 짬을 내어 늘어진 티셔츠들은 버리기 바란다. 언젠가 사용하리라는 미련도 함께 내다 놓자. 자신을 위해 잠옷 한 벌쯤 산다고 해서 가정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
자녀 돌보랴, 집안 어른들 챙기랴, 돈도 시간도 쪼들리는 중년의 워킹 맘일지라도 끼니를 대강 때우는 것은 그만두기 바란다. 한 끼 식사가 대수로워 보이지 않지만, 내가 먹은 것이 곧 내 몸이 되고 정신이 된다. 진수성찬으로 차려 먹으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배달 음식일지라도 허겁지겁 비닐만 벗기고 먹는 일은 제발 하지 않길 바란다.
- 〈나부터 나를 귀한 손님처럼 대접하겠다〉 중에서
떠나기 전 나는 우리 둘이서 하는 여행은 마냥 즐거울 거라고 상상했다. 그런데 막상 여행지에 도착해 보니 식사부터 관광 취향까지 서로 너무 달라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우리가 서로 이렇게까지 모르고 살았나?”라는 말이 거의 매일 저절로 튀어나왔다.
동생은 탄수화물을 좋아해 처음 보는 빵은 어떻게든 사려고 했다. 나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너무 많지 않아? 그만 사자니까”를 반복했다. 가보고 싶은 성당이나 박물관도
달라서 행선지를 정하느라 자주 다투었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네가 너무 낯설어”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동생도 차마 말은 못 했지만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타인을 잘 안다고 착각하지 말 것〉 중에서
땅의 소유권이 넘어간 지 한참 지난 뒤였지만 오랜만에 나를 만난 지인은 “이제 그 땅 900억 주고도 못 사요. 시청 이전이 끝나면 상가들도 들어설 테니 떼부자가 될 수도 있는 땅이라니까요”라며 우리가 그 땅 잃은 것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깜짝 놀라 알아보니 우리가 샀던 과수원 옆으로 시청이 이전될 예정이었다. 나는 미국에 가지 말았어야 했나를 수십 번 곱씹었다. 10대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잘살던 친정이 폭망하는 과정을 겪었기에 한순간의 영화나 행운 같은 것에 미련 두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독이기는 쉽지 않았다. - 〈되돌릴 수 없는 일엔 미련을 두지 말기〉 중에서
타인과의 비교 같은 건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온 나도 사실 비교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내 또래들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일 만한 옷을 너무 많이 사곤 했기 때문이다. 사고 나서 잘 입지도 않아 공간만 차지했는데, 버리자니 아까워서 이사할 때 상자에 넣어둔 그대로 보관했다.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오랫동안 재직하는 동안, 나는 나이 들수록 나보다 젊은 후배들과 경쟁하는 상황에 놓이곤 했다. 예쁘게 꾸미고 온 후배들을 보면 저절로 내 외모와 비교했고, 옷이라도 잘 입어야 돋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경쟁심이 앞서서 나이에 비해 너무 어려 보이는 옷들까지 충동구매를 꽤나 많이 했다. 옷으로 나이를 감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도 헛수고를 참 많이 한 것이다.
- 〈타인과의 비교는 나를 다치게만 할 뿐〉 중에서
추억이 고귀한 것임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서 떠난 후에야 알게 되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결혼 후에도 동생들의 보호자로서, 워킹 맘으로서 분주하게 사느라고 아버지에게 어떤 추억도 만들어드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19세기 프랑스 비평가 샤를 오귀스탱 생트뵈브는 “추억은 식물과 같다. 어느 쪽이나 싱싱할 때 심어두지 않으면 뿌리내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좋은 추억을 만들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꼭 잡기를 권한다. 아름다운 추억은 공들여서 만들고 가꾸어야 길이길이 남으므로.
-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기억할 것〉 중에서
누구나 알다시피, 인생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어 있다. 함께하는 삶은 덜 외로운 대신 시공간의 자유를 많이 양보해야 한다. 홀로 살면 가끔 외롭지만 대부분의 시간이 자유롭다. 같이 살면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에 지칠 수 있다. 혼자라면 끼니마다 밥상 차려줄 걱정을 안 해도 되니 돌봄 노동의 의무에서 해방된다. 같이 살기와 홀로 살기를 저울질해 보니 홀로 사는 것이 그리 많이 기우는 것 같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외로움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않고 혼자 산책하고 미술관에 가고 좋은 영화와 공연도 보기로 했다. 그래도 외로우면 그냥 외로운 대로 혼자 사는 즐거움에 집중하겠다.
- 〈외로움을 밀어내지 않겠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