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에는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
지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오직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과학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현상에 대해 ‘왜’, ‘어떻게’를 묻고, 스스로 탐구해 나가는 태도와 과정을 의미합니다. 인공지능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지만,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은 오직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인문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 윤리적 성찰을 겸비한 ‘창의융합형 인재’가 세상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미래 인재로 나아가는 여러분의 여정에 이 책이 의미 있는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 신영준 | 경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생물 다양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기술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다
항생제 내성 세균이란 돌연변이로 생겨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세균으로서, 항생제가 있는 환경에서 방해를 받지 않고 증식할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없는 환경이라면 항생제 내성은 생존에 필수적인 형질이 아니기 때문에 거의 없으며, 있더라도 매우 약합니다.
그러나 항생제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환경에서는 항생제 내성 세균이 항생제 내성이 없는 세균보다 생존에 훨씬 유리하겠지요. 그래서 자연 선택되어 더 많은 자손을 남기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항생제 내성 세균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2017년 11월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북한의 한 병사가 귀순한 일이 있었습니다. 병사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어 두 차례에 걸쳐 대수술을 했지만 세균성 질병인 폐렴이 심해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항생제 치료를 많이 받지 않은 덕분에 항생제 투약 효과가 무척 좋았고 폐렴 증세가 놀랍도록 빠르게 호전되었습니다. 그는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세균의 비율이 낮아 치료 효과가 높았던 것입니다.
- <1장 생물 다양성, 풍요로운 지구의 바탕> 중에서
반딧불이가 산화 환원 반응을 이용하듯이, 우리도 일상생활 속 여러 분야에서 산화 환원 반응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겨울철에 사용하는 철가루가 들어 있는 손난로, 머리카락을 염색하기 위해 바르는 염색약, 범죄 현장에서 과학 수사관이 범인의 혈흔을 찾기 위해 이용하는 루미놀 반응, 축제 분위기를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밤하늘에 쏘아 올린 불꽃놀이용 폭죽, 바다나 산악 지역에서 조난자를 찾기 위해 쏘는 조명탄 등이 산화 환원 반응을 이용한 사례들입니다.
손난로에 들어 있는 철가루(Fe)가 산소(O2)와 만나 산화 철Ⅲ(Fe2O3)이 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과학 수사관들은 루미놀 용액을 이용하여 핏자국을 찾아냅니다. 범죄 수사에 사용되는 루미놀 용액에는 과산화 수소(H2O2)가 혼합되어 있습니다. 혈액의 헤모글로빈 속 철 이온(Fe2+)이 과산화 수소에서 산소를 떼어내고, 이렇게 떨어진 산소가 루미놀 용액을 산화시켜 푸른색 빛을 내지요. 염색약에 들어 있는 과산화 수소는 머리카락의 멜라닌 색소를 산화시켜 머리카락을 탈색시킵니다.
- <2장 화학 변화, 지구의 역사를 쓰다> 중에서
먹이 그물 안에 있는 먹이 사슬은 몇 단계나 될까? 앞의 먹이 사슬 그림에서 먹이 관계를 따라 세어보면 알 수 있듯이, 다섯 단계 또는 그보다 더 적게 이어져 있다. 먹이 사슬은 왜 이렇게 짧을까?
생물학자들은 두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첫째는 에너지 가설이다. 먹이 사슬을 통해 전달되는 에너지는 상위 영양 단계로 약 10% 정도만 전달된다. 100kg 정도의 생산자는 초식 동물 생물량의 10kg를 지탱할 수 있고, 육식 동물 생물량의 1kg만을 지탱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먹이 사슬 단계는 무한히 이어질 수 없다. 광합성 생산력이 높은 서식지에는 에너지 양이 많을 테니 더 긴 단계의 먹이 사슬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로 먹이 사슬의 동물은 상위 단계로 갈수록 몸집이 커지는 경향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물론 기생 생물은 예외이다. 육식 동물은 한입에 넣을 수 있는 먹이의 크기에 한계가 있다. 둥둥 떠다니며 수많은 크릴 새우를 먹는 고래 같은 몇 가지 예외가 있지만, 대체로 몸집이 큰 육식 동물은 매우 작은 먹이들로는 생존할 수 없다. 작은 동물로는 육식 동물들이 필요한 먹이의 양을 주어진 시간에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3장 생태계, 생물과 환경이 이루는 경이로운 관계> 중에서
핵발전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신재생 에너지가 화석 연료를 대체하여 전기를 공급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화력 발전소를 실질적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핵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핵반응이 열을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이산화 탄소를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중략)
핵발전에 반대하는 진영이 주장하는 주된 문제는 방사성 폐기물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입니다. 특히 방사선 중 고에너지 전자기파인 γ(감마)선은 투과력이 좋아 인체의 세포를 변형시키거나 파괴하여 암 같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곧바로 죽음에 이르게도 합니다. 그런데 발전 과정에서 생겨나는 방사성 폐기물들은 수천 년 동안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는 방사능을 가지며, 안전하게 폐기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핵분열이라는 과정이 이산화 탄소를 만들어내지 않고 핵발전이 무탄소 에너지 생산 방식이기는 하지만, 우라늄을 광산에서 캐낼 때와 반응로 안에서 사용될 연료봉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 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산화 탄소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나요?
- <4장 신재생 에너지, 인류가 쏘아 올린 희망> 중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위생적으로 만들어주지만, 육지에 버려진 폐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키고, 이는 해양 생태계를 넘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지구 생명체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 전염병이 확산되었던 상황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점 또한 큰 쟁점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요?
또 다른 예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포함하여 운전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의 이동권을 보장며 운전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기술입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사고의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윤리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프로그램 해킹으로 위험한 주행을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존재합니다.
이처럼 과학 관련 사회적 쟁점에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그대로 방치할 경우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 관련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사회 구성원 간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여 최선의 합의점을 찾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쟁점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생각의 차이, 관점이나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되곤 합니다. 가장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각자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5장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