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울한 시인과 유쾌한 검사가 고른 우리나라 극강의 서정시

저자
류근, 진혜원 지음
출간일
2021년 06월 17일
면수
244쪽
크기
129*217
ISBN
9791167140050
가격
14,0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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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인의 황홀한 절망, 검사의 정직한 희망으로 고른 

우리 시대 가장 강하고 높고 아름다운 서정시

메말라서 가엾어진 우리들에게 필요한 맑고 단단한 위로


매일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안타까운 사건 사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아귀다툼을 보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만드는 것은 신종 바이러스뿐만이 아닌 듯하다. 안팎의 재난으로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우리문학이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김광석에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써준 것으로 유명한 시인 류근과 현직 검사 진혜원이 한국의 대표 서정시 81편을 선정하여 모은 시선집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가 출간되었다. 김소월부터 박준까지, 시대와 세대를 넘나들며 한국 최고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선집이다.

진실한 언어 속에 진실한 힘이 있다는 신념 아래 시인과 검사가 뜻을 모아 시를 고르고 소개하게 된 것은 이 혼란한 시국이야말로 모두에게 서정성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통했기 때문이다. 서정시가 가진 맑고 단단한 에너지는 사회와 권력의 폭력성에 상처받는 이들에게는 치유를,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할 국가 권력자들에게는 공감의 힘을 줌으로써 화해와 연대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준다.      

‘우울한 시인과 유쾌한 검사’가 골랐다는 부제가 달린 이 선집은 시인의 순정한 글과 검사의 위트 있는 글이 서로 교차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쓰는 이(시인)와 읽는 이(검사)의 내밀한 소통이 담겨 있다. 사랑도 이별도 슬픔도 쓸쓸함도 죽음도 견디고 견뎌 마침내 “시한테 가서 일러바치는” 시인의 시는, 어느 날 광화문 거리를 걷다 문득 글판을 올려다본 한 검사의 마음에 닿아 경이의 순간이 된다. 

다섯 개의 장으로 묶인 이 선집은 시의 분위기나 시상이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이어지고 전환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배치했다.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별도의 해설 없이 시 전문과 시인 소개만으로 본문을 구성하되, 시인과 검사가 서정시에 대해 나눈 대화를 덧붙였다. 

이 선집에는 소위 ‘국민 시인’으로 자리 잡은 백석, 윤동주 등의 시와 이육사, 김수영 등 역사의 암흑기 속에서 용기와 희망을 전한 이들의 시 등 이미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도 담겨 있는데, 너무 잘 알기에 오히려 지나치기 쉬운 우리 시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환기하기 위함이다. 곽재구와 심보선, 김혜순과 허수경 등 쓸쓸하고 고요한 시어로 마음을 울리는 시도 감상할 수 있으며, 김초혜부터 최승자, 김선우와 한강까지 섬세한 언어로 삶과 사랑을 노래했던 여성 시인들의 시도 만나볼 수 있다. 

용서와 위안과 사랑의 언어, 순한 마음의 언어가 사라지고 혐오의 말이 전염병처럼 퍼져가며 갈등의 골은 소리 없이 우리의 심신을 갉아먹는다. 각박한 세상에서 자꾸만 독해지고 메말라가는 요즘, 생애 한 번쯤 음미하면 후회 없을 “인생의 시선집” 한 권 옆에 두고 힘들 때마다 한 편씩 읽어 보면 어떨까. 누구라도 내 안에 숨어 있던 맑은 힘을 불러내어 가만히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류근

류근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충북 충주에서 자랐다. 그러나 서울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대학 재학 중에 쓴 노랫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김광석에 의해 노래로 불리기도 했다. 등단 후 18년간 공식적인 작품 발표를 하지 않다가 2010년 첫 시집 『상처적 체질』을, 2016년 두 번째 시집 『어떻게든 이별』을 출간했다. 산문집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카툰 픽션(스토리툰) 『싸나희 순정』을 세상에 내놨다.

진혜원

진혜원

현직 검사(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부장 검사).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연세대학교 법학과와 버지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한국 사법시험과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현재 서울에서 국내외 법률을 해석·연구하고 적용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음악·예술·문학·인문·사회 전반에 걸친 깊이 있는 탐구를 바탕으로 한 융합적 사고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꿈꾸며, 공부·성적·시험 만능주의 대신 각자의 개성과 본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Humble Squid(겸허한 오징어)’라는 필명으로도 활동 중이다.

본문 중에서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_정지용, 「유리창 1」 중에서

여기에 당신이 모르는 시는 없다, 잊고 사는 시가 있을 뿐 


누군가에게 색깔의 이미지로 남는다는 것은 좀 더 오래도록 기억된다는 뜻이다. 색깔이 아니어도 무엇이든 선명한 이미지로 남는다는 것은 기억의 끄트머리를 좀 더 오래도록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분홍으로, 보라로, 하얀 빛으로, 장미 향기로, 물냄새로, 나무냄새로, 더러는 매콤한 술 냄새로, 바이올린으로, 피아노로, 트럼펫으로…….

이미지는 확실히 언어보다 힘센 뿌리를 가지는 법이어서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라는 시구의 진정성을 실감케 한다. 

— 류근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부분

— 「1장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중에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시 좀 쓴다는 학생들이 모두 올림픽경기장에 모였다. 두서너 개의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두 시간 안에 작품을 제출하는 식이었다.

쓰면서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제출하면서도 그랬다.

수상자는 5등부터 발표하기 시작했다. 3등까지 부르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너무 좋아서 가방에 넣어두었던 번호표를 찾아 꺼냈다.

2등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2등은 시시하니까.

장원도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냉면과 김칫국을 시원하게 먹고 떡 줄 사람의 마음에 대해 깊이 명상했다.

— 진혜원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 김기택,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부분

— 「2장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중에서


숙제하듯 시를 쓸 수야 없지. 노동하듯 쓸 수는 더욱 없는 것이고. 그건 그저 세상에 온 시를 옮겨 적는 일, 그냥 시를 살아내는 일. 숙제하듯 저항을 일삼을 수는 없지. 의무처럼 저항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건 그저 저절로 몸과 마음이 움직여지는 일, 그냥 저항을 살아내는 일.

숙제하듯 죽음을 죽을 수도 없는 거지. 노동하듯 죽을 수는 더욱 없는 것이고. 그건 그저 내가 살아낸 삶 안에 본디 머무는 것, 그저 죽음을 살아내는 일. 숙제하듯 살지도 말고, 의무처럼 죽지도 말고, 노동처럼 연애하지도 말 것. 그냥 그것들 모두를 살아낼 것.

— 류근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 이성부, 「봄」 부분

— 「4장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중에서



진혜원 : 마이클 잭슨의 ‘히스토리’ 공연을 보면 이라는 곡 퍼포먼스 중에 군인이 부대로 탱크를 밀고 들어와 위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때 한 소녀가 꽃을 들고 가 군인에게 전달합니다. 그러자 군인이 무릎을 꿇고 흐느끼면서 소녀를 안아주고, 파괴된 지구에서 고생하던 시민들 역할을 하는 합창단이 하나둘씩 나와 합창을 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데, 서정시가 바로 꽃을 든 소녀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류근 : 화해와 치유의 에너지! 용서와 위안과 사랑의 언어들이 글썽거리는 세계가 곧 서정시라는 말씀 참 깊게 들립니다. 이 시선집이 부디 이 캄캄한 시대에 외롭고 고단한 사람들에게 큰 울림으로 구원이 되는 음성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왜 서정시인가요?” -시인과 검사의 대화」 중에서   

추천사

목차

서문


1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 작은 연가 ‧ 박정만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 지금은 우리가 ‧ 박준 |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 뼈아픈 후회 ‧ 황지우 |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 북 치는 소년 ‧ 김종삼 |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 바닥 ‧ 문태준 | 즐거운 편지 ‧ 황동규 | 세월이 가면 ‧ 박인환 | 사월에 걸려온 전화 ‧ 정일근 | 선운사에서 ‧ 최영미 | 등뒤의 사랑 ‧ 오인태


2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 김기택 | 반성 673 ‧ 김영승 | 낙화 ‧ 이형기 | 출처 ‧ 김주대 | 서울길 ‧ 김지하 | 저녁눈 ‧ 박용래 | 별 헤는 밤 ‧ 윤동주 | 잘 익은 사과 ‧ 김혜순 |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 박철 | 바람이 불면 ‧ 이시영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 유리창 1 ‧ 정지용 | 푸른 밤 ‧ 나희덕 | 삭풍이 읽고 간 몇 줄의 시 ‧ 오정국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 낙화 ‧ 조지훈 


3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 꽃 ‧ 김춘수 | 아름다운 관계 ‧ 박남준 | 행복 ‧ 유치환 |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 어머니의 아랫배를 내려다보다 ‧ 이승하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 산유화 ‧ 김소월 | 풍경 ‧ 심보선 | 밥 ‧ 장석주 | 풀 ‧ 김수영 | 갈매기 나라 ‧ 이승훈 | 청산행 ‧ 이기철 |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 김중식


4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봄 ‧ 이성부 |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 긍정적인 밥 ‧ 함민복 | 병상록 ‧ 김관식 | 안개 ‧ 기형도 | 텃새 ‧ 김종해 | 돌거울에 ‧ 김후란 | 켄터키의 집 Ⅱ ‧ 김명인 | 나그네 ‧ 박목월 | 큰 산에 피는 꽃은 키가 작다 ‧ 임동확 | 옛 노트에서 ‧ 장석남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의자 ‧ 이정록 |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 그날 ‧ 이성복 | 대숲 아래서 ‧ 나태주


5 비로소 설움에 잠길 테요

앵두나무 아래 중얼거림 ‧ 전동균 |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 물의 노래 ‧ 이동순 | 광야 ‧ 이육사 | 구부러진 길 ‧ 이준관 |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 북녘 거처 ‧ 안상학 | 저무는 강물 위에 ‧ 김명리 | 님의 침묵 ‧ 한용운 | 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 어머니 ‧ 김초혜 |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하류 ‧ 이건청


“왜 서정시인가요?” –시인과 검사의 대화

작품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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