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저자
공지영 지음
출간일
2016년 08월 20일
면수
364
크기
140×205
ISBN
9788965745723
가격
16,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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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누구도, 극악무도한 인간이라 해도,
설사 악마의 화신이라 해도
그를 포기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삶과 죽음, 죄와 벌, 그리고 진정한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묻는 작품

사람을 세 명이나 죽인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에게 죽음을 집행할 수 있을까? 진정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2005년 첫 출간 후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공지영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새롭게 출간된다. 사형제 문제를 전면으로 다루어 출간 당시부터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듬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기도 한 작품이다. 작가 개인의 삶의 한 기점이 되기도 했고, 많은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 죄와 벌, 사랑과 용서 그리고 참다운 인간의 조건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소설은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자살 시도를 반복하며 냉소적인 삶을 살았던 여자 문유정과 세상 밑바닥을 떠돌다 세 명의 여인을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수가 된 남자 정윤수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일주일에 3시간씩 1년 동안 만나며 서로 너무도 다른 듯 보였던 두 사람은 서로가 닮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정신과 치료 대신 어쩔 수 없이 고모 손에 이끌려갔지만, 점점 유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죄를 짓고 갇혀 있는 ‘그들’과 윤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른 봄 홀로 윤수를 찾아가,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고행성사 하듯이 털어놓는다. 둘은 서로를 통해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있었으면서도 외면해왔던 자신의 상처를 비로소 응시하고 그것을 서로 나누면서 그 어둠에서 조금씩 걸어 나온다.
소설은 유정의 이야기와 윤수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둘의 ‘진짜 이야기’를 완성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때로 아프고 때로 잔인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단순히 작가의 아름답고 감성적인 문장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에게는 상처를 입힌 사람과 세상도 있지만, 이들을 묵묵히 지켜봐주며 그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함께 보듬어주려는 사람과 세상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여전히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형제는 진행이라는 것뿐 아니라 이 소설이 그리는 세계가 결국은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의 이유는 무엇이고 삶의 이유는 무엇이며 상처받은 우리의 내면을 치유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정과 윤수의 ‘진짜 이야기’를 들으며, 독자 역시 자신의 ‘진짜 이야기’에 귀 기울여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저자 및 역자

공지영

공지영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 『고등어』『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의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봉순이 언니』『착한 여자』『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즐거운 나의 집』『도가니』『높고 푸른 사다리』 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별들의 들판』『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2』『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딸에게 주는 레시피』『시인의 밥상』 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그리고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본문 중에서

“그래 사는 게 어떠니? 이제 좀 적응이 돼?”
빵을 꾸역거리며 씹던 그가 순간 씹던 동작을 멈추었다. 겨울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는 사무실에 앉은 네 사람 사이로 긴장감 같은 침묵이 어렸다. 그가 먹던 빵을 마저 천천히 씹었다.
“보내주신 답장 잘 받았습니다…… 오늘 여기 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와서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주임님이 수녀님께서 삼십 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전철 타고 버스 타고 오신다고…… 그 말이 아니면 나오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나왔습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얼핏 아주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니까 그 평온은 가면처럼 딱딱해 보이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래……”
“……오지 말아주십시오. 편지도 받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둬 주십시오.”
―57~58쪽 중에서

“유정아…… 고모는…… 위선자들 싫어하지 않아.”
뜻밖의 말이었다.
“목사나 신부나 수녀나 스님이나 선생이나 아무튼 우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위선자들 참 많아. 어쩌면 내가 그 대표적 인물일지도 모르지… 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래서 고모는 그런 사람들 안 싫어해. 죽는 날까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걸 들키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해. 고모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어느 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는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래. 그 사람들은 실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가엾어……”           
―185~186쪽 중에서

“나는 이왕 우리가 이렇게 만난 거, 당신하고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일 년에 봄이라는 계절이 한 번뿐이라는 거 당신 때문에 처음 알았어요. 이 봄을 다시 보기 위해 일 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처음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자 당신이 말한 대로 이 봄이 첫 번째이자 마지막 봄처럼 내게도 느껴졌다는 거예요. 한 계절을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죠. 그렇게 늘 오는 계절이, 혹여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계절이 될 수 있다는 거. 그래서 하루하루 목이 타는 것처럼 애타게 지나간다는 거…… 나무에 물이 오르는 그 찰나도, 진노랑꽃 무더기로 피어서 흔해빠진 그 개나리에게도, 당신은 그 모든 것이 처음 대면하는 기분이고 또 대며하자마자 안녕, 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거…… 그래서 이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사물들이 널려 있는 게 아니라, 가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박혀올지도 모른다는 거…… 그거 당신 때문에 알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당신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는데, 그게 나 자신이 아니었다는 것 알게 되었거든요.”
―229~230쪽 중에서

인간이라는 게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았고,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고, 존댓말을 쓰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인자로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제 육체적 생명은 더 연장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제 영혼은 언제까지나 구더기 들끓는 시궁창을 헤매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차마 구더기인 줄도 모르고 그곳이 차마 시궁창이었는지 모르고…… 저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가져보았습니다. 기다리는 것, 만남을 설레며 준비하는 것, 인간과 인간이 진짜 대화를 나눈다는 것,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 서로 가식 없이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사랑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용서받아본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330쪽 중에서

추천사

초판 추천의 말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고 정리하였던 때가 있었다. 내가 사형선고를 받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그것은 저항의 언어이기도 하였고 이념적 결의(決意)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러한 결의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는 거대한 상실감(喪失感)을 충격적으로 안겨주고 있었음을 숨길 수 없다. 그 상실감의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무언가 소중한 것을 두고 떠나는 아쉬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소중한 것을 찾아내지 못하고 뒤돌아보며 떠나는 모든 죽음은 결코 삶을 완성하는 것이 못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 후 나는 화두처럼 걸어놓게 된다.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공지영은 물론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정답을 보여주려고 하는 작가가 아니다. 정답이 없기도 하려니와 그는 정답을 보여주는 대신 블루노트의 주인공인 불우한 사형수와 외형은 화려하지만 세 번이나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여인의 작은 만남과 엄청난 이별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 엄청난 이별을 완성해가는 동안 두 사람은 때로는 서로가 빛이 되고 때로는 어둠이 되어 화석처럼 굳어 있는 고뇌의 심층에서 찬란한 빛의 조각들을 캐낸다.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빛이 되는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죽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생명의 이유와 삶의 이유로서의 사랑과 참회의 어떤 절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고(故) 신영복(성공회대 교수)

어려운 시절, 젊은 것들이 시대와 피투성이의 싸움을 벌이던 그 무렵에 글쟁이들은 마음이 답답해지면 서로들 ‘인해문’을 하자고 그랬던 적이 있었다. 인간해방문학의 준말이라나. 나는 쉽게 ‘인생파’라고 고쳐 말했다.
평소 공지영의 글은 쉽게 읽힌다. 그 점이 장점이자 불만인데. 이번 소설은 나도 한복판에서 겪은 얘기이건만 읽기가 힘들고 몇 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아, 그맘때 누군가 스쳐지나간 독방 벽 구석에 조그맣게 흘린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지.
“존재하는 것은 행복합니다.”           
―황석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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