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육아정책연구소가 펴낸『한국인의 부모됨 인식과 자녀양육관 연구』라는 책에는 20~50대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가 나옵니다. 그에 따르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덕목’ 1위로 경제력(21.8퍼센트)이 꼽혔습니다. 이어서 자녀와의 소통(18.8퍼센트), 인내심(18.7퍼센트)이 2,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처럼, 돈이 부모의 가장 큰 덕목이자 좋은 부모가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일까요? 그렇다면 미국에서 연봉 수십만, 수백만 달러를 받는 대기업 간부, 정관계의 고위직 종사자,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인의 자녀들이 과연 돈이 없어서 마약 중독이나 범죄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것일까요? 또 돈이 문제라면 오스트리아 같은 복지 선진국에서는 왜 청소년들이 정서적 흙수저가 되어 방황하는 것일까요? ― [1장 ‘정서적 빈곤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중에서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청소년의 학력 저하, 음주, 마약, 폭력 등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 최근 애착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점에 우리나라는 무상 보육 정책을 더 확장하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애착손상은 학대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서 애착손상을 입은 이들은 다 커서도 자신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 채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무거운 주제이지만, 개인, 기업, 국가 모두가 다차원적으로 대처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가 정책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자라서 다시 아기가 되지 못합니다. ‘후회는 앞서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요. 입법을 제창했던 국회의원들이 과연 평생에 걸친 아이들의 고통을 감당할까요? 아이들이 컸을 때 그 공직자들은 이미 은퇴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사자와 부모들은 고통스럽습니다. 그 후유증이 평생 가고 다음 세대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합니다. ― [2장 ‘낳기만 해라, 정부가 키워줄게?’] 중에서
애착의 핵심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주고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과 기대’입니다. 아기는 혼자 상황을 이해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양육자의 돌봄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호 간의 유대감 없이는 애착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기본 신뢰감이 있으면 세상이 안전하게 느껴져서 학교 적응도 쉽고, 선생님과도 잘 지내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탐색의 욕구가 있어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유연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기본 신뢰감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에서 상처받거나 두렵거나 난관에 처했을 때 다시 돌아갈 안전한 피신처가 아이의 내적 작동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기도합니다. 그래서 기본 신뢰감은 정서적 금수저들을 더욱 긍정적이고 풍요로운 경험으로 이끌어주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 [3장 ‘내 편이 되어줄 것이란 믿음과 기대’] 중에서
발달 트라우마는 왜 일어날까요? 아기는 주 양육자와 에너지적으로 교류합니다. 즉, 아기가배가 고프면 양육자가 에너지를 채워주고, 정서적으로 놀라면 위로해 주고 다독여주고 진정시켜 주는 등 신체적ㆍ감정적 에너지 교류와 공명 속에서 아이의 두뇌가 발달하고, 아이는 세상에서 살아갈 연습을 합니다.
성장에 반드시 있어야 할 긍정적 에너지 교류와 공명이 없을 때 아기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런 사실을 발달심리학자 에드 트로닉 박사는 ‘정지 얼굴 실험’을 통해서 입증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있는 엄마의 반응에 3개월 정도 된 아기가 놀라고, 당황하고, 반응을 얻으려고 애쓰다가 안 되면 울면서 고개를 돌리는 실험입니다. 발달 트라우마는 아기에게 일상적이고 정상적이며 미묘한 매일의 관계적, 에너지적 연결과 소통이 자주 또는 오래 단절될 때 일어납니다. 어쩌다 한 번 아기가 잠시 울었는데 주 양육자가 못 듣는 건 큰 상처를 남기지 않고 회복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빈번하게, 또는 며칠이나 몇 달씩 지속된다면 아이는 두뇌ㆍ정서ㆍ인지 발달에 트라우마를 입게 됩니다. ― [4장 ‘연결이 끊어지면 건강한 성장과 발달도 어렵다] 중에서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들은 총체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일 확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신적 외상을 겪은 후에는 스트레스가 높고, 집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적응이 어렵습니다. 집중을 못하고, 또래와 잘 싸우고, 학교에 잘 빠지고, 자꾸 꾸지람을 듣고, 공부를 못하고……. 이런 식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생깁니다.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원만한 대인 관계 기술을 잘 모르고 감정 조절이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왕따와 학교 폭력의 표적이 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자가 되어 어려서 가정에서 받았던 학대를 재경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