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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고단한 시간을 달래고 잃어버린 삶의 입맛을 되찾아줄 마법같은 소설

저자
구효서 지음
출간일
2021년 05월 25일
면수
228쪽
크기
152*223
ISBN
9791167140029
가격
14,5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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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적한 마을에서 기쁘게 먹고, 천천히 움직이며, 되도록 웃으려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끼어드는 작은 슬픔들 

구효서‘슬로& 로컬 라이프’소설문학의 첫 시작! 


다양한 스펙트럼과 선 굵은 필체를 통해 탄탄한 주제의식은 물론 서정성과 짙은 감동을 선사하며 평단과 독자의 호평을 받아온 구효서 작가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를 출간한다. 

도라지꽃 피는 계절, 강원도 평창의 한 펜션에서 생의 기운이 가득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가슴 먹먹한 여정을 담은 이 소설은, 구효서 작가의 ‘슬로 & 로컬 라이프’ 소설문학의 첫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서 그 의미가 깊다. 

작가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아닌 지방을 배경으로, 음식과 꽃나무를 매개로 하는 경장편 작품들을 꾸준히 써낼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찐한 인생의 사연들과 의미를 경쾌하고 맛있게 차려냄으로써 독자들이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전하고자 한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는 작가의 단편소설「도라지꽃 누님」과「저녁이 아름다운 집」을 씨앗으로, 인물들을 새롭게 창조하고 이야기 세계를 더 넓고 깊게 확장하며 오랫동안 발아시킨 작품이다. 

보라색 도라지밭이 드넓게 펼쳐지고 비틀스의 음악과 파두가 흐르는 애비로드에서 주인인 난주는 ‘돼지고기활활두루치기’, ‘곰취막뜯어먹은닭찜’ 같은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음식들을 뚝딱 차려낸다. 한번 그 맛을 본 사람들은 마음마저 치유되며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고 싶어한다. 그녀에게는 곧 만 여섯 살이 되는 딸 유리가 있는데, ‘어른 유령’이 몸속에 들어간 듯한 조숙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놀래키지만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소녀다. 단골 손님 서령과 이륙 부부, 미국에서 건너온 노년의 정자와 브루스 부부가 애비로드에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치고 허기진 우리의 일상을 다정하게 위로하는 소설!

저마다 깊은 사연을 가진 이들은 난주의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고 상처를 꺼내 보이고 서로를 조심스럽게 채워주며 새로운 가족이 되어간다. 이는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는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작가는 유리, 서령, 정자의 시점을 교차해 서술하면서 그들과 함께하는 인물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인연을 유기적으로 드러내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입체적인 인물들과 개연성 있는 스토리를 통해 살면서 누구나 겪어야 할 수많은 만남과 이별, 그리

고 ‘받아들임’을 잔잔하게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작가는 ‘파드득나물밥과 도라지꽃’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고달픈 세상살이에 시린 마음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달래줄 처방제인 음식과 식물을 이야기 전체에 버무린다. 그의 밝고 경쾌한 문체는 평화로운 풍광과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잔잔함 속에서도 활기를 더해준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기댈 수 있는 사람의 곁에서 가만히 우는 고요한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서로의 슬픔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은 삶에 녹아 있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드러낸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는  슬픔과 아픔으로 마음이 답답하더라도 한입에 그 속을 스르르 풀어주는, 매운맛과 단맛의 조화 같은 소설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마치 복잡한 도시와 일상을 벗어나 그곳에 가 있는 듯한 생생함 속에 뜻밖의 다정한 위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2383. 앞에도 산 뒤에도 산이었다. 100미터 앞에 왕복 2차선 지방도로가 있으나 가로수에 가려져 조금만 보였다. 나무가 많아 숲의 공기는 언제나 싱그러웠다. 난주 씨의 오랜 두통과 기침도 애비로드에서 말끔하게 나았다. 경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매일 보는 풍경인데도 난주 씨는 아침마다 놀라 탄성을 질렀다. 유리는 엄마가 지르는 소리에 놀라 아침잠에서 깼다. 난주 씨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찬탄의 말을 한껏 뿌려놓고 마지막엔 “아, 말도 안 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할 말 다했으면서. 너무 많이 했으면서. 가까운 곳에 컨트리클럽과 스키 리조트가 있었으나 애비로드의 손님들은 골프도 치지 않았고 스키도 타지 않았다. 마냥 애비로드에 묵다 가곤 했다. 유리와 함께 진귀한 풀과 꽃을 찾으며 놀았다. 문을 활짝 활짝 열어놓고 난주 씨가 만든 음식을 오래오래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애비로드에서는 프랑스 요리나 음식을 맛볼 수 없다. 호박고지, 시래기무침, 돼지고기활활두루치기, 곰취막뜯어먹은닭찜 같은 것이 있을 뿐이었다.

— 「유리 - 여섯 살 될락 말락 한 다섯 살」  중에서


“진짜로 불맛이에요. 불에도 맛이 있어요. 정말. 저는 오전 오후 하루에 두 차례씩 불에다 혀를 갖다 대죠. 오전에는 5초간, 오후에는 6초간. 움직이지 않고. 혀를 불에서 떼지 않아요. 정말 불맛이 있고, 요리하는 사람은 불맛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자의 장난스러운 거짓 통역이었다. 브루스는 진지하게 들었다.

“누구에게나 불맛에 대한 기억이 있대요. 70만 년 전부터 뭔가를 불에 구워 먹었을 테니까요. 불은 위험한 데다 태운 고기는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점점 더 불을 멀리하게 되었겠죠. 그래서 불맛과도 멀어졌겠고. 하지만 서양에서나 동양에서나 지금도 음식에 직접 불을 질러 요리를 하기도 해요. 70만 년을 건너뛰어 달려오는, 아련한 불맛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겠죠.”

이것이 난주 씨의 진짜 말이었다.

“첫날부터 굉장한 것을 먹었어요.” 정자가 말했다.

“대단해요. 불맛 말고도 분명 뭔가 더 있어요. 이렇게 기분이 싹 달라진 걸 보면.”

— 「정자 - 한국이라니, 고마워요」  중에서


“무엇보다 서령 씨를 다른 사람에게, 음, 빼……앗기고 싶지 않은 거죠. 서령 씨를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어요.”

어째선지 이륙은 그 순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럼 녹음하면 안 되겠네요. 녹음하면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 공개 판매된다는 뜻이잖아요. 그래도 돼요?”

“안 되죠.”

“안 하면 여섯 번째 연속이 끊기는 건데요. 개인 홍보 분야는 대박 못 나고 마는 거잖아요.”

“제가 서령 씨를 살 수만 있다면, 네, 이런 대박이 또 어딨겠어요? 더 무슨 대박을 바라겠냐고요, 참.”

“그런가요?”

“그렇죠.”                             

— 「서령 - 사랑한다면, 말을 들어줘야 하잖아요」  중에서



난주 씨가 이번에는 고개마저 끄덕이지 않았다.

역시 그녀의 안에서, 무언가 어지러운 것들이 뒤엉키고 있는 거라고 정자는 생각했다.

정자는 난주 씨의 어깨를 살짝 쥐었다. 이번에도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였다.

찜통 뚜껑을 닫고 싱크볼에 행주를 빨아 조리대 상판을 닦는 난주 씨의 움직임이 정자의 손과 팔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난주 씨와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으므로 정자는 난주 씨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정자가 난주 씨의 등 뒤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은 것은 난주 씨의 낯빛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어두워진 난주 씨의 낯빛.

괜찮냐고, 왜 그러냐고 섣불리 입을 열어 물을 수 없었다. 다만 난주 씨에게 다가가면 그녀의 상태를 가까이에서 어떻게든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정자 - 흐린 날의 스트로베리 필즈」  중에서


브루스가 정자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울먹였다.

“말해요, 브루스.” 

“눈물이, 응, 다랄……마락.”

“눈물이……나올락 말락?”

브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울어요. 괜찮아. 울어, 브루스. 괜찮아.”

브루스가 노인에게 주춤주춤 다가갔다. 그리고 소침해져 입을 열었다.

“저……옆에 앉아서 좀……울어도 될까요?”

노인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브루스는 노인의 손을 잡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숙연해졌다.              

 — 「정자 - 용하마을 조껍데기 막걸리」  중에서


깊은 슬픔에 빠진 우리를 위해 청학리 성지의 떡볶이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저 난주 씨의 늠름함을 배울 수는 없을까. 방문에 귀를 대고 유리의 기척에 주의를 기울이는 난주 씨를 서령은 바라보았다. 울부짖는 유리에게 이별의 불가피함을 말하면서 떨림 없이 근대를 다듬던 조금 전의 난주 씨를 떠올렸다.

서령은 난주 씨에게서 헤어지는 법을 보고 있는 거였다. 난주 씨는 유리를 담담하게 대했고 흔들리지 않았다. 음식 맛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슬픔을 마그마처럼 안았으되 난주 씨의 모습은 태산 같았다.

— 「서령 - 속울움 우는 자에게만 보이는 속눈물」  중에서


추천사

목차

작가의 말 


유리_여섯 살 될락 말락 한 다섯 살 

정자_한국이라니, 고마워요 

서령_사랑한다면, 말을 들어줘야 하잖아요

유리_바람에 불려와 저 스스로 뿌리 내린 꽃

정자_흐린 날의 스트로베리 필즈

서령_연속된 여섯 번의 행운

유리_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볶이라고

정자_나무는 저곳에 오래오래 서 있겠죠?

서령_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 안아줄게

정자_용하마을 조껍데기 막걸리

서령_속울움 우는 자에게만 보이는 속눈물

유리_너는 너를 만나서 너를 살러 가는 거니까 

정자_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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