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림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임꺽정이 잡히도록 조정에 협조한 대가로 목숨을 건진 서림이 과거를 회고하며 임꺽정의 행악을 고발하고 이를 후세에 알리기 위해 책을 써내려 간다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상원의 아전이었던 서림은 날로 더해 가는 양반들의 횡포와 신분 차별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한편 임꺽정은 뛰어난 지모와 수월도라는 치명적인 무기로 한강 이북의 도적 무리를 평정하고 탐욕스러운 양반들을 위협함으로써 지배층의 극심한 횡포에 시달리던 백성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서림은 가족을 데리고 상원을 도망쳐 신분 차별이 없는 새 세상을 꿈꾸며 임꺽정이 있는 구월산으로 들어간다.
임꺽정은 남달리 민첩한 서림의 두뇌를 높이 평가하여 종사라는 직무를 주어 자신의 곁에서 곰섶골을 위한 제안과 묘책들을 내놓게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림은 소문으로 듣던 임꺽정과 곰섶골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고, 탐욕스러운 권력자로서의 임꺽정의 실체를 발견하고 경악하게 된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서림이 곰섶골에서 목도한 임꺽정은 신분 해방이라는 대의명분을 저버리고 이를 오히려 곰섶골 내에서 자신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이용하는 인물이었다. 또 권력을 위해서라면 관군과의 협잡도 서슴지 않았으며, 위협이 되는 세력을 몰살시키는 잔인한 일면도 지니고 있었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상황에서는 여론을 조작하고 무고한 곰섶골 식구를 죽이기도 했다.
서림이 임꺽정에 대한 회의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무렵, 영모라는 활잡이 노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그 뒤로 덕귀라는 아낙과 그의 남편이 곰섶골에서 자취를 감추는 사건이 발생한다. 서림은 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면서 곰섶골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심상치 않은 위협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임꺽정의 명으로 상충사의 고두라는 중을 찾아나선 서림은 얘기치 않은 위험에 맞닥뜨리게 되는데…….